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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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택 아주대병원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50대 K씨는 골프광이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회만 되면 라운딩을 나간다. 자주 치는 만큼 실력도 출중해서 젊은 후배들과 부하 직원을 압도하곤 했다. 그런데 최근 라운딩을 나갔다가 큰일을 겪었다. 그날은 온도가 높은 날은 아니었지만 습도가 높아서 피부가 끈적끈적했다. 유독 샷이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 부아가 끓기도 했다. 그는 14번 홀쯤 갑자기 어지럼증을 살짝 느꼈으나 라운딩을 멈추지 않았다. 곧이어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16번 홀에서 탈진해서 쓰러지고 말았다.

최근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 온열 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매년 5월 20일부터 온열 질환 관련 환자 통계를 내는데, 올해 5월 20일부터 7월 16일까지 794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6명이 사망했다. 온열 질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427명)의 두 배가량 많은 편이다. 

상식과 달리 온열 질환은 더워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만약 우리 몸이 땀을 잘 배출해서 체온을 적절히 낮출 수 있다면, 온열 질환은 생기지 않는다. 덥지만 건조한 중동이나 호주에는 우리나라보다 온열 질환자가 적다. 온도는 더 높지만 땀이 금방 마르고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 온열 질환자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폭염에다 장마와 소나기로 인해 습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도가 높지 않더라도 습도가 높은 날씨에는 온열 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폭염으로 체온이 오르면 우리 몸은 급격히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열사병 초기에는 어지럼증, 두통, 메스꺼움, 빈맥 등 더위와 연관 짓기 어려운 증상이 많이 생긴다. 체온이 상승해 뇌 기능이 떨어지고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해져서 탈수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를 그대로 두면, 구토와 복통이 생기고 심하면 발작, 경련을 일으킨다. 정신을 잃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열사병은 사망 위험이 30%에 달하는 위험한 병이다. 골프, 테니스, 등산, 사이클 등 실외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나 어린이와 노인, 고혈압, 뇌졸중 등의 만성 질환자, 실외 작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 많이 생긴다.

온열 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골프 약속이 있다면, 오전 중에 라운딩이 끝나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위험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운동을 삼가는 게 좋다. 반드시 통풍이 잘되는 헐렁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또 걷기보다는 카트를 이용하고 수시로 그늘을 찾거나 양산을 사용하고, 이뇨 작용을 유발하는 아이스 커피나 콜라같이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수나 맥주 대신 시원한 보리차나 이온 음료를 마시는 게 더 좋다. 

여름 과일은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주므로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땀을 많이 흘려 샤워할 때는 살짝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로 하면 피부가 건조해져서 더위를 덜 느끼게 된다. 실내 온도는 너무 낮으면 오히려 냉방병이 생길 수 있으므로 에어컨을 이용해서 26도 내외를 유지하고, 제습기와 선풍기를 이용해서 습도를 낮게 유지하면 시원하고 쾌적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만약 여름철 장시간 외부 활동을 한 상태에서 어지럼증, 두통 등이 생기면,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냉방 시설이 있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휴식을 취할 때는 혈압 상승을 위해 다리를 머리보다 높게 하고 젖은 수건, 얼음, 알코올 등으로 몸을 닦아서 체온을 낮추면 좋다. 환자의 의식이 뚜렷하고 구토 증상이 없다면, 시원한 보리차 또는 전해질 음료를 마시게 한다. 의식이 나쁘거나 구토하는 환자는 억지로 음료수를 마시게 하면 흡입성 폐렴에 걸려 더 위험 할 수 있으므로, 중증 환자는 즉시 119에 신고해서 병원으로 이송하고, 정맥 주사를 통해 수액을 보충해 주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