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인류는 현실 세계에서뿐만이 아니라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 공간에서도 각종 생산 활동과 경제 행위에 종사하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가상 디지털인은 첨단 데이터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인간을 말한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키우는 가상인간도 권리주체인 자연인과 같은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하이의 한 프로그램 개발 회사는 중국의 유명한 사회자인 하모씨의 이름과 외모를 이용해 그와 유사한 가상인간을 만들어 냈다. 이에 하씨는 이 회사가 자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베이징 인터넷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실질적인 콘텐츠 서비스 제공자인 피고(프로그램 개발 회사)가 이 사건에서 원고(하씨)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름과 초상을 사용해 가상 이미지를 구현했다며 원고의 성명권, 초상권을 침해한 것과 더불어 원고의 인격 자유 이익, 인격 존엄과 같은 일반적인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부터 시행된 중국 민법전은 인격권을 독립된 하나의 장으로 구성하고 인격권에 대한 전면적인 보호를 선언했다. 민법전 제990조는 인격권은 민사 주체가 누리는 생명권, 신체권, 건강권, 성명권, 명칭권, 초상권, 명예권, 영예권, 프라이버시권 등의 권리라고 하며, 인격권의 내용이 되는 권리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이외에도 자연인은 인신의 자유, 인격의 존엄을 기초로 해서 생성되는 기타 인격적인 권리와 이익을 누린다고 규정했다. 인격권에 대한 일반적인 보호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권리 주체 동의 없이 탄생한 가상인간은 권리 주체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가상인간에 대한 성추행도 금지된다. 민법전 제1010조는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언어, 문자, 도면이나 영상, 육체 행위 등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성추행하는 경우’를 인격권 침해 중 하나로 규정한다. 가상인간에 대한 성추행 행위는 그 가상인간과 관련 있는 현실 세계의 사람에 대한 인격권 침해 행위로 판단된다. 가해자는 위자료를 포함한 민사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민법전 제914조는 사자(死者)의 성명, 초상, 명예, 영예, 프라이버시, 유해 등이 침해받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 자녀, 부모가 법에 따라 민사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고인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가상인간을 만드는 경우에는 유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가상인간의 권리 침해에 관한 중국 실무계의 태도는 가상인간을 그 자체로 권리 주체로 보기는 어렵지만, 가상인간에 대한 권리 침해가 그와 관련 있는 실존하는 권리 주체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볼 수 있다면 가상인간에 대한 권리 침해도 인정하는 입장이다. 자연인의 권리가 가상인간을 통해 그 보호 범위가 확장되는 것이다. 

일찍이 2020년 중국 공산당은 ‘법치사회건설 실시요강(2020~2025년)’에서 네트워크 공간은 비록 가상 세계지만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주체는 실체가 있다고 봤다. 네트워크 세계와 현실 사회가 서로 교류하고 상호 영향을 미치는 한도 내에서는 네트워크 공간이 확장되더라도 법치 역시 그를 따라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가상 공간도 치외법권 지대가 될 수 없다면서 그에 대한 법치의 완성을 강조한 것이다. 가상인간에 대한 인격권과 같은 권리 보호 정도는 결국 현실 세계의 권리 주체에 대한 보호와 존중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므로 더욱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

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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