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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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뜨거운 여름밤이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들기도 쉽지 않다. 며칠을 쉽게 잠들지 못하니 이러다 불면증에 걸리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이유가 뭐가 됐든 제대로 잠을 못 자는 상태가 지속돼 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불면증이라고 할 수 있다. 불면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잠들기 힘든 입면 장애 △잠들었다가 중간에 자주 깨는 수면 유지 장애 △몇 시간 못 자고 일찍 깨는 조기 각성이다.

불면증이 왜 생기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몇 가지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심리적인 문제다. 이런 일 저런 일 고민을 하다 보니 각성해서 잠들지 못한다. 둘째, 생활 습관도 원인이 된다. 자기 전에 커피를 마시거나 흡연 등이 수면을 방해한다. 셋째, 환경적인 원인이다. 잠자리가 바뀌거나 어수선하면 수면에 문제가 생긴다. 불면증이 있다면 이런 주변 요인을 찾아보고 없애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불면증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지만, 그중에는 잘못된 방법도 있다. 제일 많은 경우가 시도 때도 없이 자려는 것이다.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다는 생각에 못 잔 잠을 보충하려고 아침이나 낮이나 억지로 자려고 한다. 이러면 수면 리듬이 깨져서 잠자기가 더 어렵다. 불면증 해결에는 규칙적인 수면 패턴이 중요하다. 몸을 피곤하게 하려고 자기 전에 과도한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체온이 오르고 몸과 정신이 각성 되어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몸을 이완시킬 정도의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면 충분하다. 

간혹 소량의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도 있다. 술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각성을 일으킨다. 또한 내성이 생겨 술의 양이 늘어나서 알코올 중독의 위험성도 있다. 술보다는 따뜻한 물이나 우유로 몸을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 또 많은 사람이 졸릴 때까지 기다리며 스마트폰이나 TV를 시청하는데, 오히려 뇌의 각성을 유발해서 잠들기 어렵다. 그보다는 가벼운 독서가 좋다.

불면증 치료의 기본은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이다. 불면증이 지속되는 가장 큰 요인은 ‘예기(豫期) 불안’에 있다. 오늘도 못 자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이 몸을 긴장시키고 정신 각성을 유발한다. ‘못 자서 피곤하다’에서 ‘못 자도 괜찮아’라고 마음을 바꿔야 한다. ‘오늘 못 자면 내일 자겠지, 영원히 못 자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고 생각해야 몸과 마음이 이완된다. 

무엇보다 일단 불면증에 걸리면 수면의 질과 양의 기대치를 낮추어야 한다. 과거에 제일 잘 잤던 수면을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 그 기준에 못 미치면 못 잤다고 걱정하고 몸도 피곤하고 긴장감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어제 세 시간 자고 오늘 네 시간 잤다면 예전처럼 못 잤다고 투덜댈 게 아니라 어제보다 한 시간 더 잤다고 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수면에 도움이 된다. 일시적인 불면증은 대부분 심리적 안정과 편안한 환경 조성으로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만성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정신과 상담을 통한 약물 치료가 제일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