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 사진 AP연합
찰스 3세 영국 국왕. 사진 AP연합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로 찰스 ‘왕세자’가 9월 10일(현지시각) 찰스 3세로 마침내 대영제국의 왕이 됐다. 세 살에 후계자가 돼 왕위 계승 예정자로 70년, 왕세자로 책봉된 지 64년 만에 그는 영국 및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자메이카, 솔로몬 제도 등 15개 국가의 왕이 됐다.

그는 필자가 인상학 수업 시간 귀족 얼굴의 전형적 모델로 줄곧 예를 들어온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굴이 가늘고 길면 ‘선비형’이라고 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얼굴이 길고 가늘면 귀족형이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그 모델이다. 서양인은 대개 얼굴이 좁고 긴 경우가 많지만, 그들 중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된다. 얼굴이 둥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귀족보다는 사업가형 얼굴이다.

찰스 왕의 인상을 읽기 위해 이미지를 검색했더니, 그가 지닌 귀족적 특징을 밀어내고 인상 연구가의 시선을 유독 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미소선인 법령이다. 30대 결혼쯤 찰스 왕의 사진을 보면 법령이 옅었는데, 이제는 칼로 그은 듯 분명한 법령이 있다. 법령은 사회적으로 볼 때 법과 원칙을 의미하며, 개인적으로는 안정을 의미한다. 뚜렷한 법령이 잡힌 찰스 왕은 한결 신뢰할 만한 얼굴로 변화했으며, 그런 법령을 지닌 왕이라면 안정적으로 왕 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젊은 시절 모습. 얼굴 살이 적고 피부가 얇으며, 이마도 좁은 편이었다. 사진 AP연합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젊은 시절 모습. 얼굴 살이 적고 피부가 얇으며, 이마도 좁은 편이었다. 사진 AP연합

찰스 왕의 젊은 시절 얼굴은 살이 적고 피부가 얇고 법령이 옅다. 이마도 얼굴 균형상으로는 좁은 편이었다. 콧대만 높아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 얼굴은 이마가 벗겨져 널찍해져 오히려 균형이 잘 맞는다. 이마가 좁으면 위에서 주는 것을 잘 받지 않는다. 의구심이 많아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이마가 벗겨져 머리카락에 감춰진 둥근 이마가 드러나 직관이나 영적 부분이 발달하게 됐다. 지혜와 정신적 역량을 갖춘, 한결 왕족다운 얼굴이 됐다. 이마의 뚜렷한 가로 주름 두 개는 부모의 대와 나의 대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의미다.

늘 이마가 드러나게 올백 하는 헤어스타일은 왕세자다운 권위의 상징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왕위 계승자로 정해진 운명과 달리 눈썹 끝은 약간 내려왔다. 엄격한 왕가의 규범과 철저한 엘리트 교육, 세간의 시선 속에서 조심스럽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다. 실제로 모친과 부친이 매우 엄했고, 청소년기 학교 교육 역시 엄격했다고 한다. 부모의 따뜻한 애정보다는 항상 왕세자의 의무가 먼저였을 것이다. 밋밋하게 긴 얼굴에 담긴 고독과 왕세자로서의 삶의 무게가 처진 눈썹 끝에 실렸다. 그러나 눈썹 뼈 위 근육이 솟은 걸 보면 스스로 분투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세월이 있었다.

눈썹과 눈썹 사이 명궁이 좁다. 명궁에 세로 주름 세 개가 보인다. 이 주름은 나이가 든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고뇌하며 살아온 인생이 만들어낸 표정 주름이다. 주름이 하나면 예민하고, 둘이면 인생에 부침이 있었고, 셋이면 모진 풍파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본다. 주름이 세 개인데도 죽지 않고 살아있으면 ‘이제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석한다. 그 어려운 걸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눈은 옆으로 길고 눈매가 둥근데 약간 각이 졌다. 명궁의 세로 주름 세 개와 함께 둥근 눈의 각은 조심스럽고 예민한 성격을 보여준다. 눈동자가 한가운데서 정시하고 있어 안정적이며 곧은 사람이다. 최고급 카펫이 깔린 길을 걸어왔으니 굳이 딴 생각을 하거나 과욕을 부릴 일이 없는 눈동자다. 자녀 궁인 눈 밑 살이 늘어진 것을 보면 자녀 문제로 신경 쓸 일이 있다. 

귀가 길고 귀 테가 동그랗게 잘 생겼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임신 중에 편안하게 태교를 했다는 증거다. 귀는 가문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귀한 가문답게 귓밥도 적당히 있어 개인적으로는 가문을 지키며 크게 보면 국가를 지킨다. 

가늘고 긴 코는 두꺼운 코에 비해 에너지가 약한 것 같아 보여도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가는 철삿줄을 마구 돌려가며 감아놓은 것처럼 풀어도 풀어도 흘러나오는 에너지다. 긴 데다 코끝이 내려와 장수한다. 내려온 코끝에는 남다른 미적 감각도 있다. 

찰스 왕이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이혼했을 때 나이가 49세다. 콧방울 운기에 해당하는 나이다. 당시 사진을 보면 콧방울이 밋밋해 코끝만 눈에 들어올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콧방울에도 적당히 살이 붙었다. 젊은 시절 사진을 보면 콧등에 굴곡이 있다. 콧등에 이런 굴곡이 있으면 거슬리는 사람에게는 되갚음을 해준다. 이혼 수년 전부터 이미 별거에 들어간 왕세자 부부의 상황과 국민으로부터 비난과 인기 하락의 고초를 겪었던 시절이 이 콧대의 굴곡에 그려져 있다. 

관골이 옆으로 발달했다. 이 광대뼈가 조금만 작았으면 흘러내리는 얼굴이 돼 배우자 운이 좋지 않다. 그런데 광대뼈가 눈가 쪽으로 산맥처럼 자리 잡아 비록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결혼생활은 불운했지만, 현재 카밀라 왕비와는 해로하고 있다. 부부 사이를 보는 눈가 살도 다이애나 왕세자빈과 결혼 중에는 살이 부족해 들어가 보였는데 지금은 눈가에 살이 올랐다. 

찰스 왕의 얼굴을 수평으로 반 나누면 위보다 코 아래쪽이 넉넉하다. 특별히 긴 인중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서양 인상학에서 인중(das Pallium)의 의미는 회색 모직으로 크게 덮는 넓은 옷으로 중세 시대 대관식 때 입는 망토(manteau)를 떠오르게 한다. 망토는 넓을수록 휘날리며 폼이 난다. 찰스 왕은 좁은 얼굴에 비해 인중이 넓다. 인중은 식록과 자손을 보여주는 자리다. 눈 밑이 처져 자녀에게 걱정이 있긴 하더라도 인중이 좋아 재물과 자손은 번창하며 가문을 잇는다. 초년 중년까지는 사건사고가 많았지만 인중 운기에 해당하는 나이인 50대 초반 이후에는 안정을 찾았다. 

입술 선이 뚜렷하고 얇은 듯해도 아랫입술에는 적당히 살이 붙어 말을 품위 있고 조리 있게 한다. 입술 아래쪽에 살이 둥글게 붙어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의 상이다. 64년간 왕세자로 재위했으니 왕가나 왕족에 대해서는 그만한 전문가가 어디 있겠는가? 

엘리자베스 여왕은 뺨이 통통했는데, 찰스 왕은 뺨 살이 약하고 처졌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고 많은 사람에게 따스한 친절과 배려를 베풀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그늘에 70년 넘게 가려 있던 찰스 왕세자는 그럴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다. 얼굴이 길고 살이 부족하면 성격 또한 외향적이지 않다. 하지만 삶의 태도가 얼굴 모습을 바꾸어줄 수 있다. 

이제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는 가고 찰스 왕의 시대가 왔다. 오래 기다린 왕좌가 아닌가. 마음을 활짝 열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면 뺨에 탄력이 붙어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인기를 누리는 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