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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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한 지인이 흥미로운 일화를 전했다. 그가 팀장일 때 그의 상사는 능력은 있으나, 말을 잘 안 듣는 직원을 그에게 배치하려 했다. 그가 문제 있는 직원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상사가 이렇게 말했다. “문제 없는 직원에게는 관리자가 불필요하지만, 문제 있는 직원에겐 훌륭한 관리자가 필요하다.” 문제 있는 직원을 받음으로써 개인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새로운 인재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직장 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큰 도움을 준 이들은 ‘야생마’ 같은 사람들이었다. 능력과 잠재력은 있지만, 학벌이 뛰어나지 않고 자기주장이 강해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승진에서 누락된 이들이었다. 나는 이런 이들을 몇 명 만났고 과도한 부분은 통제하되 강점을 살려줘 인정받고 승진하도록 도왔다. 결국 이들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어려운 일을 앞장서서 돌파하며 나를 도왔다.

훌륭한 구성원에겐 굳이 훌륭한 리더가 필요하지 않다. 잠재력은 있지만 흠 있는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변화시켜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 리더의 임무 중 하나다. 이는 역으로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구성원이라면 좋은 리더가 아닌 이상한 리더도 만날 필요가 있다.

만일 직장 생활에서 이런 리더를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별로 배울 것도 전문성도 없는 리더 △이해력이 부족해서 사람들이 말하는 핵심을 금방 알아듣지 못하는 리더 △지시도 명확하게 내리지 못하는 리더 △정치적이고 책임도 지지 않는 리더. 독자들이 직장에서 이런 상사나 임원과 일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한숨만 쉬면서 직장 생활을 할지 모른다. 언제 도망갈지 궁리만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의 컨설턴트인 호소야 야샤오라는 이에 대해 재미있는 답변을 했다. 이러한 환경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좋은 기회’의 여지가 하나도 없는 이러한 환경이 무슨 좋은 기회가 될까. 그는 역설적으로 이런 직장이 자신에게 좋은 훈련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훈련장이 될까.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훈련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훈련장’이다. 

이해력이 뛰어나지 않은 상사를 이해시키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해야만 한다. 상사가 이해력이 부족해 잘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가 알아듣게 설명하기 위해 나의 전달 능력을 엄청나게 훈련해야 한다. 상사가 머리가 너무 좋아 내가 대충 준비해도 금방 알아듣는다면 수고는 덜지라도 표현 방식은 크게 훈련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그를 이해시키기 위해 내가 얼마나 훈련해야 하겠는가. 또 어차피 자기 말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스스로 생각할 기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리더를 자주 만나고 싶지 않겠지만 가끔은 만날 필요가 있다. 어떤 환경이든 이를 기회로 받아들이면 자신도 성장하고 타인도 성장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바로 인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