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최근 만성 콩팥병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35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만성 콩팥병을 앓는다. 만성 콩팥병은 혈액 내 노폐물을 신장이 걸러내지 못해 요독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초기에 단백질·피 등이 소변으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단백뇨 여부는 만성 콩팥병의 매우 중요한 증상이다.

액체 표면의 거품은 물 분자가 서로 잡아당겨서 물의 표면적을 최소화하려는 힘인 표면 장력이 감소해 발생한다. 비누를 쓸 때 거품이 생기는 이유도 계면 활성제라는 표면 장력을 감소시키는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돼 있는데, 아미노산 일부는 물에 잘 녹고, 다른 부분은 물에 잘 녹지 않아 일종의 계면 활성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소변에 단백뇨가 있으면 거품이 잘 생긴다. 

또한 소변은 대개 약간의 지린내가 난다. 소변의 암모니아 성분 때문인데, 만약 육류나 단백질을 많이 먹은 경우 소변의 암모니아양이 증가하면서 평소보다 거품이 많이 날 수 있다. 또한 서서 소변을 보는 남자들은 소변 줄기가 변기에 부딪히는 각도와 속도에 따라 많은 거품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고 거품이 생기는지, 또 거품이 얼마나 천천히 사라지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단백뇨 없이 소변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정상적인 식사를 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면 증상이 사라진다. 그러나 욕조에 비누를 풀어놓은 것처럼 많은 거품이 지속적으로 생긴다면, 단백뇨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정상인도 하루 150㎎ 미만의 단백질은 검출될 수 있어, 거품이 낀다고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만약 소변 검사상 단백뇨가 있으면, 의심되는 원인을 교정한 후에 단백뇨가 나오는지 다시 확인하면 된다. 

정말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는 하루에 성인이 소변으로 배설하는 총단백질의 양이 150㎎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특히 하루에 배설하는 단백질량이 350㎎ 이상으로 매우 많아지는 경우를 신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는 만성 콩팥병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런 병적인 단백뇨는 사구체신염이나 당뇨병 혹은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방광염 같은 요로 감염도 거품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위험군인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는 단백뇨가 있는지 매년 검사하면, 초기 단계에서 만성 콩팥병을 발견해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성 콩팥병이 증가하고 있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만성 콩팥병은 60대에서 5.4%, 70대 이상에서 16.6% 등으로 주로 고령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 질환의 관리가 잘 안 될 때 나타나므로 거품뇨에 대한 과도한 불안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환자들은 거품뇨나 만성 콩팥병은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그 원인이 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 만성 질환에 대한 치료는 매우 소홀히 한다. 이런 질환들이 단백뇨의 원인이 되므로, 일반적으로 단백뇨 치료는 혈압 및 혈당 조절, 고지혈증에 대한 치료 및 체중 감량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물 치료를 거부하거나 생활 습관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품뇨에 대한 과도한 불안보다는 지나친 과식을 피하고 육류와 소금 섭취를 줄이며, 체중을 감량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단백뇨 예방에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