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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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요즘 조직에서 ‘피드백’이 유행이다. 과거와 달리 많은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하려 하고, 피드백에 대한 많은 책도 출간되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리더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방법에 대해 교육도 한다. 특히 즉각적이고 많은 피드백을 원하는 젊은 세대 구성원들을 위해 기업들에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피드백은 성과 향상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일까.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처음 영화 대본을 썼을 때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쓰레기 같은 글이다.” 영화배우 케이트 윈즐릿은 젊었을 때 영화 제작자들로부터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 “뚱뚱한 역이나 어울리고 좋은 배우가 못 될 것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성공 비결 중 하나로 이와 같은 피드백을 무시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 심리학자가 심리학회의 피드백 연구 600건을 분석한 결과, 도움이 되는 피드백도 있지만 3분의 1은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피드백은 무가치하며 해롭기까지 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성과와 동기를 떨어뜨리는 피드백은 무엇일까. 바로 ‘평가’에 초점을 맞추는 피드백이다. 반면 도움이 되는 피드백의 특징은 ‘개선 방안’에 초점을 맞춘다. 비난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무엇을 개선하라는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리더가 필자에게 질문했다. “업무를 마친 뒤 팀 전체 구성원에게 교훈을 배울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피드백하면 좋을까요.”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의 피드백 시스템을 참고하면 좋다. 네이비실은 임무를 완수한 뒤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3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나눈다. ‘잘된 일은?’ ‘잘 안된 일은?’ ‘다음엔 어떤 부분을 다르게 할 것인가?’ 등이다. 이 피드백 시스템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특정인의 잘잘못에 초점을 맞추면 비난이 된다. 비난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방어적으로 된다. 이러면 팀에 배움이 생기지 않고 오히려 팀워크가 깨지게 된다. 그러므로 냉정하게 일을 바라보며 다음에 어떻게 개선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필자가 맡은 산업은 수주 산업에 있다. 매일 수주와 실주(失注·수주를 놓침)의 스트레스 속에 산다. 필자는 사업 책임을 맡은 이후 실주 보고를 하지 말라고 했다. 관찰해보니 실주 보고서를 만들고 상사에게 보고하면서 팀워크가 깨지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영업팀은 제안팀이 제안을 못 해서 실주했다고 하고, 제안팀은 영업팀이 영업을 못 해서라고 하며 서로를 비난한다. 오히려 팀워크가 깨지는 것이다.

이에 ‘실주했을 때 무엇을 배웠는지?’ ‘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다르게 할 것인지?’ 등에만 초점을 맞춰 정리하고, 상사에게 구구절절 잘잘못에 대한 사유를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 이랬더니 팀워크가 살아나게 됐다. 사실 실주하면 제안팀이 가장 큰 충격을 받고 다음엔 수주에 성공할 수 있게 투지를 불태운다. 그런데 상사에게 사유 보고서를 쓰면 이러한 투지가 사라지고 책임을 서로 돌리게 된다. 

피드백의 초점은 ‘어떻게 더 나아질 것인지’에 맞춰야 한다.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평가, 판단, 정죄 등 과거지향적인 것은 오히려 개인과 팀워크를 깰 위험이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