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우림동맹 인증 로고가 새겨져 있는 커피 컵.
열대우림동맹 인증 로고가 새겨져 있는 커피 컵.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원두 포장지나 설명서 등에 그려진 개구리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초록빛의 개구리는 앙증맞은 뒤태를 자랑하며 해맑게 웃고 있다. 만화 캐릭터처럼 보이는 이 개구리는 세계적인 비영리 단체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의 인증 표시다.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는 농장에서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는 노동자가 키운 농작물만 이 인증 로고를 받을 수 있다. 열대우림동맹은 커피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1970년대 이후 수많은 삼림이 커피 재배를 위해 파괴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커피 회사들은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화학 비료를 무분별하게 썼다. 열대우림동맹은 열대우림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동식물 보호, 커피 생산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목적으로 인증 캠페인을 전개했다.

캠페인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전 세계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서 귀여운 청개구리는 황소개구리 같은 장악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커피 업체들 사이에서도 “열대우림동맹 인증을 꼭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현재 전 세계 700개 이상의 농장이 매년 2만7400t가량의 커피를 열대우림동맹 인증 조건을 지키면서 생산하고 있다. 맥도널드·할리스·네스프레소 등 수많은 유통업체가 동참 중이다.

최근 이와 유사하면서도 눈에 띄는 인증 캠페인 사례로는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DGs협회가 만든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지지 로고를 꼽을 수 있다. SDGs는 UN이 2000~2015년 실시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뒤를 이어 새롭게 설정한 목표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된다. 열대우림동맹이 집중한 환경 문제뿐 아니라 질병·난민 등 사회 문제와 고용·소비 등 경제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룬다. UN은 SDGs에 매년 3조3000억~4조5000억달러(3850조~5880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UN지원SDGs협회가 만든 SDGs 지지 로고. 사진 UN지원SDGs협회
UN지원SDGs협회가 만든 SDGs 지지 로고. 사진 UN지원SDGs협회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UN의 이런 초대형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UN이 기존에 배포한 SDGs 로고에는 한계점이 명확했다. 우선 많은 기업이 탐내는 UN 로고가 빠져있다. 게다가 UN은 SDGs 로고의 상업적 활용마저 금지했다. 즉 기업은 UN 캠페인에 동참하더라도 이를 홍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반면 UN지원SDGs협회가 만든 SDGs 지지 로고에는 ‘UN과 SDGs를 지지한다’는 문구가 통째로 포함돼 있다. 이 협회는 지난 2015년 6월 UN 사무국으로부터 ‘UN’과 ‘SDGs’를 기관명에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UN 이인자인 아미나 모하메드 사무부총장은 2017년 UN지원SDGs협회에 “UN HLPF(SDGs를 위한 고위급 정치포럼)를 비롯한 여러 활동을 통해 협회가 가진 SDGs 경험을 폭넓게 공유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SDGs 지지 로고를 채택하는 기업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아미노산 포장과 광고에, CJ대한통운은 택배 송장에, 일동제약은 미세먼지 마스크에, 한솥도시락은 제품 용기에 UN지원SDGs협회 명칭과 로고를 새겼다. 삼성전자는 유엔개발계획(UNDP)과 협업을 통해 갤럭시노트10에 SDGs 캠페인 로고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삽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