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오 회장은 ‘원칙(2017년)’ 등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세계 질서(The Changing World Order)’라는 새 책을 쓰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우선 글을 쓰고 최고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눈다. 전문가들에게 반박·수정당하고 다시 글을 쓴다. 그들의 의견을 또 듣고 글에 재반영한다”고 말했다. 사진 블룸버그
달리오 회장은 ‘원칙(2017년)’ 등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세계 질서(The Changing World Order)’라는 새 책을 쓰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우선 글을 쓰고 최고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눈다. 전문가들에게 반박·수정당하고 다시 글을 쓴다. 그들의 의견을 또 듣고 글에 재반영한다”고 말했다. 사진 블룸버그

“지금 시기는 미국·일본이 충돌했던 1931~41년을 아주 많이 떠올리게 합니다. 미·중 경제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레이 달리오(71) 브리지워터 창업자 겸 회장은 미·중 충돌과 유사한 과거 사례에 대해 정확히 연도를 집어 얘기했다. 최근에 했던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였다.

그는 또 “조만간 국가 간 동맹의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곧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이미 미·중 충돌로 모든 나라가 다른 나라들에서 차단·배제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이를 막아야 하는 시대가 됐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나라마다 경제난, 사회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런 흐름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931~41년은 미·일의 경제적 충돌이 격화하는 중이었고, 결국 태평양전쟁으로 치달았다. 이 전쟁은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됐지만, 전쟁의 불씨를 지핀 것은 1931년 일본이 만주를 침략해 괴뢰국을 세운 만주사변이었다.

달리오 회장이 언급한 연도에는 이런 의미가 함축돼 있다. 그에게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얘기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렇다(Yes)”고 한마디로 대답했다. 단호한 답변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그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느라 잠시 소강상태였던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 전쟁으로 확전 중이다. 1년 전 중국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올렸던 트럼프 행정부가 1년 만인 5월 15일 2차 제재안을 내놓았다. 화웨이를 글로벌 공급망에서 끊어내는 수준의 강력한 조치였다. 이외에 다른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에도 온갖 제재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이 5세대 이동통신(5G) 등을 기반으로 기술 패권을 쥐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최근의 과정이 1931~41년과 비슷하다는 게 달리오 회장의 관측이다. 일본은 만주 침략의 여세를 몰아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켰다. 그런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석유가 부족해졌다. 해결책은 석유가 있는 인도차이나반도 점령이었다. 결국 1940년 9월 일본은 프랑스령인 인도차이나반도 북부를 장악했다. 이에 미국은 일본의 팽창을 막으려고 석유를 포함한 모든 자원의 일본 수출을 금지했다. 일본은 석유의 60%를 미국에 의존했기 때문에 피해가 막심했다. 미국 언론조차 대일본 금수 조치를 ‘전쟁에 가까운 극단적인 공격’이라 평했을 정도였다.

결국 미·일은 협상에 들어갔지만, 미국은 일본이 중국·인도차이나반도에서 철수해야 석유 수출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일본은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얻은 중국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미국을 공격하든지,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 결과가 1941년 12월의 진주만 공습이었다.


미·중이 지금이라도 협력할 가능성은 없나.
“그보다는 더 적대적으로 갈까 봐 두렵다. 판단 근거는 간단하다. 중국이 미국보다 더 빠르게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계속 맞선다면 미국은 반(反)중국적인 정책을 더 많이 쓰게 될 것이다. 중국 때리기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의견이 일치하는 유일한 안건일지 모른다.”

미·중 충돌을 막을 수 없을까.
“역사의 과정은 반복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패권국과 패권국이 되려는 나라 사이의 충돌은 언제나 있었다. 중국이 발전해서 미국과 충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일반론적으로 얘기해보겠다. 어떤 나라가 성공하려면 시스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여기에서 이기려면 우선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다음으로 시민의식과 응집력이 따른다. 기술에 관한 창의력이 따라야 한다. 다음은 세계 경제 환경, 그다음은 세계 금융 환경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미·중이 지금 경제 전쟁 단계에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경제 전쟁이라면 네 가지 형태의 충돌이 있을 것이다. 무역전쟁에 이어 기술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지정학적 전쟁, 나아가 자본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네 가지 형태 모두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경제 전쟁 다음은 무엇인가.
“군사력을 겨루는 것이다. 상대에 대해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냉전(cold war)의 형태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아니면 진짜 전쟁(hot war)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전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에 달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이 중국을 더 거세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미국이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어떤 위기를 조심해야 할까.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제품은 앞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국의 어떤 제품이 그 대체재가 되거나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더 많은 이득과 더 다양한 기회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을 두고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계속 직면하게 될 테니까.”

미·중 기술 전쟁의 승패는 어떻게 보나.
“중국이 미국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취약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점이 있다고 본다. 중국은 미국 기술에 많이 의존한다. 그러나 중국은 데이터 활용 등에서 미국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길게 보면 관련 기술에서 미국을 앞설 가능성이 있다.”

세계화는 어떻게 되는 건가. 앞으로 세상이 더 어려워질까.
“세계화는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지만 동시에 분열된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필요한 것을 갖기 위해 다른 이에게 의지할 수 있나’ 혹은 ‘그들이 날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을 수 있나’의 문제인데, 더 이상 이런 의존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뿐 아니라 국가 내에서도 말이다. 많은 것이 어려워질 것이다. 누가 자국 바깥의 사람들을 지원해줄지, 누가 무엇을 가질지의 분쟁을 해결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상주의와 현실을 비교하게 될 텐데, 현실은 많은 사람이 도움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한 나라의 약점이 다른 나라의 기회가 되는 경우도 더 많아질 것 같다.”


레이 달리오는 누구?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 겸 회장.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0년 재정위기 등을 예측해 큰 수익을 냈다. 열두 살 때 골프장 캐디를 해 번 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스물여섯 살이던 1975년 뉴욕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에서 브리지워터를 창업, 운용액 1600억달러(약 195조원), 직원 1500명 회사로 키웠다. 재산은 187억달러(약 23조원)로 올해 블룸버그 선정 세계 79위 부자다. ‘대부분의 일은 반복된다. 과거 사례를 연구해 패턴과 인과관계를 이해하면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지론. 역사 분석과 컴퓨터 기반 의사 결정 모델을 활용, 상관관계가 거의 없는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게 그의 방식이다.

최원석 조선일보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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