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미국 뉴욕대 회계학 학사,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매니징 디렉터, 도이치투자신탁운용 매니징 디렉터, 라자드자산운용 매니징 디렉터 /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1월 28일 서울 계동 메리츠자산운용 사옥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금융 강연을 위해 자신이 직접 찾아간 지역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존리
미국 뉴욕대 회계학 학사,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매니징 디렉터, 도이치투자신탁운용 매니징 디렉터, 라자드자산운용 매니징 디렉터 /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1월 28일 서울 계동 메리츠자산운용 사옥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금융 강연을 위해 자신이 직접 찾아간 지역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오래전부터 같은 말을 반복해 왔다. 외제차·명품백 살 돈으로 주식을 사라고. 진짜 부자도 아니면서 부자처럼 느껴지는 사치품에 취하면 노후가 고달파진다고. 또 그는 자식들 사교육도 시키지 말라고 했다. 차라리 그 돈을 어려서부터 금융 투자에 쓰게 하라고. “사교육에 목돈 쓰는 게 명문대 보내서 잘살게 하려는 거잖아요. 그럼 그냥 바로 부자 되는 법을 알려줘요.” 존리 주변 사람은 귀에서 피가 나도록 들은 말이다.

생경한 주장을 확신에 차 반복하니 자연스레 적도 늘었다. 존리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되레 그는 TV와 라디오에 더 나가고, 유튜브 채널을 열고, 책을 써서 같은 주장을 이어 갔다. 어느새 유튜브 구독자 수는 34만 명을 돌파했고, 책은 쓰는 족족 베스트셀러 선반에 놓인다. “주식은 계속 모으는 개념인데, 스펙큘레이터(Speculator·투기자)만 넘쳐난다. 한국인의 금융 지식은 문맹(文盲)에 가깝다.” 존리의 쓴소리는 멈출 줄 모른다.

주식투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높은 관심은 코스피 지수 3000 돌파라는 수치로 나타났다. 수많은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주식 초보 투자자)가 신분 상승을 꿈꾸며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존리 대표는 개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1월 28일 오후 서울 계동 메리츠자산운용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코스피 지수 3000 시대가 열렸다. 지금이라도 주식투자에 뛰어들어야 할까.
“당연하다. 지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코스피 지수가 2000이면 들어가고 3000이면 기다리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가장 좋은 투자 타이밍은 ‘지금’이다.”

왜 지수는 의미 없다고 말하나.
“주식은 모으는 것이니까. 사고파는 게 아니고 계속 모으는 건데 숫자가 무슨 의미인가. 주식투자는 마라톤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차근차근 부산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다. 그런데 상당수 개인 투자자가 100m 달리기하듯 주식투자를 한다. 그런 이들은 내게 와서 ‘삼성전자 주식 사서 20%나 올랐다’고 한다. 수백만원 벌었다는 것이다. 잠깐 기분은 좋겠지. 하지만 그걸로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나.”

그렇다고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나.
“수익률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사람이 주식을 꾸준히 모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주식투자의 유일한 목표는 노후 준비다. 노후 준비는 평생 해야 한다. 매달 월급 일부로 주식을 사 모아 30년 후 수십억원을 만나는 것이 정상적인 투자법이다. 주식시장은 변동성을 수반한다. 이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가 변동성에 맞서 가격을 맞히려 들고, 단기 매매에 집착한다. 그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성공하기 힘들다.”

주식을 모으는 일도 말처럼 쉽지 않다. 투자 원칙을 더 자세히 말해달라.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주식투자에 앞서 자신의 퇴직연금부터 점검하라. 한국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60% 이상이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확정급여형(DB)을 택했다. 자산도 대부분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방치돼 있다. 퇴직연금을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하고 적극적으로 운용 지시를 해, 자신의 노후 자금이 몸집을 불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다음 차례는 연금저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연금저축 펀드는 1년에 400만원을 투자하면 세액공제로 60만원을 돌려준다. 주식 400만원어치 사서 60만원 버는 게 쉽다고 보나. 이런 기본적인 혜택도 챙기지 않으면서 부자가 되겠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주식투자는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펀드를 해결한 다음 시작해도 늦지 않다.”

1·2단계를 거쳤다고 치자. 주식투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옥석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는 ‘오너·경영진의 자질’이라고 본다. 똑똑한지, 도덕적인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지 등을 봐야 한다. 금융투자 업계에 오래 있다 보니, 결국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건 경영진이더라. 이들의 경영 철학을 꼭 점검하자. 두 번째로 볼 건 ‘사업 확장성’이다. 가령 우리가 당구장을 운영한다고 치자. 당구장은 확장성이 약하다. 공간에 넣을 수 있는 당구대 수가 제한적이니까.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 주가가 오르는 건 확장하기 쉬워서다. 커다란 공장을 짓지 않아도 이런저런 서비스를 연결해 시너지 내기 쉽고, 수천만 명에 이르는 메신저 이용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쉽다. 테슬라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른 것도 전기차 시장의 확장성에 거는 기대감 때문이다. 경쟁자가 들어오기 쉬운 업종인지 여부도 살펴야 한다. 진입장벽이 낮아 차별화가 힘들어지면 저가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건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 브랜드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

좋은 주식을 찾아 모으기 시작했어도 팔아야 하는 순간이 올 수 있지 않나.
“기본적으로 주식은 팔지 않는 것이지만, 예외가 있다. 훌륭한 경영진이라고 판단했는데 알고 보니 엉터리였다든지 높았던 진입장벽이 허물어졌다면, 매도를 고려할 수 있다. 은행이 절대권력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핀테크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토스·카카오뱅크 같은 도전자가 은행 오프라인 지점을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투자 대상으로서 은행주의 매력은 당연히 내려갔다. 패러다임이 넘어갔다면 매도를 고려해볼 수 있다.”

돈도 좋지만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면서 살자는 젊은이도 많다.
“자기 인생은 스스로 택하는 것이니까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대신 노후에 가난하고 힘들게 살면 된다. 은퇴 후 40~5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그 준비를 안 하면서 뭘 믿고 당당한지 모르겠다. 한국은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가 너무 중요한 나라다. 때 되면 해외여행 가고, 명품 사고, 비싼 차 뽑으면서 나를 과시한다. 가난해지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늘 직설적으로 말한다. 안티도 생겼다. 소신 발언을 쉬지 않는 이유는 뭔가.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다. 국민은 정말 똑똑하다. 그런데 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 부자의 길을 놓치는 이가 많은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유대인은 13세부터 투자하게 시킨다. 그들은 돈을 ‘신이 준 선물’이라고 한다. 한국은 반대로 돈을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주식을 산다는 건 그 기업과 동행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은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

끝으로 묻겠다. 그래서 당신은 부자인가.
“난 부자가 됐다. 룰을 다 지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