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최장수 경제부총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중독증’에 걸린 한국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
역대 최장수 경제부총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중독증’에 걸린 한국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5월 9일 퇴장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출범한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경제 정책의 대변혁을 모색했다. 정부의 공적 지출, 노동 소득 증가를 통해 내수 기반을 두껍게 만들어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였다. 이런 취지로 문 정부는 2018~2019년 급속히 최저임금을 올렸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영업 축소는 저숙련 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다 2020년, 임기의 절반을 함께하게 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맞닥뜨리며 문 정부의 경제 정책은 흔들린다. 

문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명분으로 나랏빚을 내가며 정부 지출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늘렸다. 그럼에도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집권 기간 평균 경제 성장률이 가장 낮았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2020년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나랏돈을 풀어 충격을 완충하기 바빴다. 경제 전문가들은 문 정부 5년을 한 마디로 ‘재정 중독증’으로 요약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노무현 정부는 카드 대란,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메르스라는 경제 쇼크를 겪었지만, 문 정부만큼 나랏돈을 풀지 않았다. 문 정부의 경제 정책, 제이(J)노믹스를 되짚어봤다.


정부 지출, GDP 대비 30% 코앞

조선비즈는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의 평균 연간 GDP 성장률과 본예산, 추경 예산을 합한 연간 총지출 그리고 총지출 증가율을 분석했다. 2017년 예산은 박근혜 정부에서 편성했으므로, 문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2018년을 첫해로 뒀다. 또 올해 본예산에 1차 추경 예산을 더해 계산했다. 문 정부의 첫 번째 예산 편성인 2018년 434조1000억원(추경 포함)이었던 중앙 정부 총지출액은 올해 말 621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첫 추경 편성 결과에 따라 올해 총지출액은 더 불어날 수도 있다. 역대 정부의 집권 첫해 대비 마지막 해의 총지출 증가율은 △김대중(1998년 대비 2002년) 17.85% △노무현(2003년 대비 2007년) 27.69% △이명박(2008년 대비 2012년) 23.02% △박근혜(2013년 대비 2017년) 20.4% △문재인(2018년 대비 2022년) 43.22%였다. 역대 정부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크다.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김대중 4.46% △노무현 6.9% △이명박 5.76% △박근혜 5.1% △문재인 10.81%였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재정관리가 시작된 1998년 이후 정부 지출을 가장 많이 늘린 역사를 썼다.

김대중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약 20년 동안 20% 안팎이었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총지출액은 문재인 정부 4년 차인 2021년 말 약 30%까지 늘었다. 국내 경제 활동에서 정부의 역할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GDP 성장률은 역대 정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7년 22.1%였던 GDP 대비 중앙정부 총지출액 비율은 2021년 29.2%로 7.1%포인트 상승했다. GDP는 1998년(537조2000억원)에서 2021년(2057조4000억원) 사이 3.83배 커진 데 비해 정부 지출은 5.20배 확대됐다. 2016년까지 정부 지출은 경제 규모 성장에 맞춰 늘어났지만, 정부 출범 후 비대한 정부 지출이 이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나랏돈을 푼 만큼 국민의 소득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민간 소비가 증가해 경제가 성장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확장 재정으로 돈을 뿌리는 동안에도 이 기간 경제 성장률은 추락했다. △김대중(1998~2002년) 5.62% △노무현(2003~2007년) 4.74% △이명박(2008~2012년) 3.34% △박근혜(2013~2016년) 3.03% △문재인(2017~2021년) 2.28%로 성장률이 2%대로 민주화 이후 꼴찌였다.


 1862조원 가계 빚 ‘시한폭탄’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간 지속된 ‘저성장·저물가·저금리’라는 환경에서 출범했다. 가계부채는 증가 추세였지만, 낮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 등 내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는 ‘저성장·고물가’ 상황에 직면했다. 인플레이션 충격이 확산되며 올해 들어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올라서는 등 경기를 둘러싼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가계 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은 1862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증시 호황에 따른 ‘영끌·빚투(빚내서 투자)’ 대출이 급증한 결과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매출이 급감해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의 대출도 크게 늘었다. 2021년 말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06.1%로 최근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뛰어 부채가 많은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4%대 물가 상승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은 커지고, 소비 여력은 더 줄어들고 있다. 실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2021년 말 173.4%에 육박했다. 2021년 4분기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이 51조9000억원 늘어날 동안 빚은 134조7000억원 늘었다. 빚더미에 앉은 것은 가계뿐만이 아니다. 확장적 재정 정책탓에 국가채무는 2021년 965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4년간 305조원 이상 증가했다. 2021년 가계와 기업, 정부 부채는 자금순환표 기준 처음으로 5000조원을 넘어섰다.


plus point

최저임금 과속 인상 부작용
소득 장기 감소에 직원 둔 사장님 외환위기 수준 줄어

2021년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1년 전보다 5.05% (440원) 오른 9160원이다. 문 정부 초기 두 자릿수를 나타냈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임기 중반을 지나며 뚝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 2018년(16.4%)과 2019년(10.9%)에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다. 2018년은 지난 2001년 16.6% 인상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인상률이었다.

급속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최저임금 인상률은 둔화했다. 최저임금은 2020년에는 2.9%(240원), 2021년 1.5%(130원), 2022년 5.05%(440원) 올랐다. 2021년의 1.5% 인상률은 지난 1988년에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7.2%)은 박근혜 정부 7.4%보다도 낮게 됐다. 

최저임금 인상률 급증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가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부작용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직원을 두고 일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임기 초 대비 30만 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131만 명이었다. 문 정부 임기 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2017년 161만 명 △2018년 165만 명 △2019년 154만 명 △2020년 137만 명 △2021년 131만 명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130만 명대로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139만 명)과 1999년(135만 명) 이후 처음이다. 

직원을 채용한 자영업자가 급감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장기간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2~4분기 동안 완만하게 증가한 전국 2인 이상 근로자 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16.4% 인상된 최저임금이 시행된 2018년 1분기부터 12분기 연속 감소했다. 2018년 4분기에는 사업소득 감소 폭이 10%에 달했다. 최저임금이 10.9% 오른 2019년에도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감소는 계속됐고, 2020년에는 코로나19가 겹쳐 자영업자들의 소득 활동이 극도로 위축됐다.

이민아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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