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서울 여의도동 63아트에서 바라본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 뉴스1
4월 27일 서울 여의도동 63아트에서 바라본 여의도동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 뉴스1
4월 26일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들이 게시돼 있다. 사진 뉴스1
4월 26일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들이 게시돼 있다. 사진 뉴스1

부동산 정책만큼은 자신이 있다던 문재인 정부가 오는 5월 9일이면 막을 내린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부동산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부동산 관련 정책만 임기 중 23번이 나왔다. 이 중 대부분은 세금을 올리고 대출을 옥죄는 대표적인 수요억제책이었다. 주택 공급은 충분한데, 투자수요가 부동산으로 흘러들면서 집값을 왜곡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은 내릴 줄 모르고 있다. 통계상 5년 임기 내 서울 집값은 40% 정도 급등했다. 체감하는 아파트값 상승 폭은 2~3배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폐단이 생겼을까. 지난 5년을 되짚어봤다.


1│“집 가진 죄인인가”…세금 강화, 대출 규제로 점철된 부동산 정책

취임 첫해인 2017년에 가장 강력했던 정책은 8월 2일에 발표된 주택 가격 안정화 대책이었다. 문재인 정부판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강력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청약 1순위 제도 강화 등이 총망라돼 ‘부동산 규제의 완결판’으로 인식됐다.

2018년에도 강력한 정책이 나왔다. 이른바 9·13 대책이다.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한 저인망식 대책으로 불렸던 이 정책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새로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했다. 서울 25개 전 지역을 포함해 분당, 과천, 하남, 세종 등이 대상이었다. 여기에 2주택 이상자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 했다.

2019년부터는 다소 무리한 정책도 입안되기 시작했다. 12·16 대책이 대표적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9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로 대출 한도 제한을 걸었다.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 쏠림 현상에 따른 조치다.


2│누더기 대출 규제는 무주택자·1주택자도 잡았다

대출이 옥죄어지자 예비 매수자들은 ‘영끌투자’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영끌투자는 모든 대출을 동원해 집을 사는 행위를 뜻한다.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로, 신용대출이 막히자 사업자대출로 우회해 집을 사는 경우가 늘었다. 그러자 정부는 신용대출로 주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자금조달계획서 검토를 강화했다. 

문제는 연이은 대출 규제의 피해자가 대부분 무주택자와 1주택자라는 점이었다. 대출받지 않고서 집을 살 수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절망감도 커졌다. 지난 2월 국토연구원이 만 20~39세 미혼 남녀 30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주택 미혼 청년의 77%는 내 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본인의 소득과 자산을 고려했을 때 10년 이내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청년은 42.6%에 그쳤다. 집값이 뛰고 대출길이 막히면서 무주택자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도 길어졌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애 최초로 주택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2017년 6.8년에서 2020년 7.7년이 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더 이상 집을 가질 수 없다는 공포감이 부동산 시장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다. 대출받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히는 현금 부자인데, 대출길이 순차적으로 막히면서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감이 커졌고 수요가 더 몰렸다는 것이다.


3│“양도소득세 계산은 세무사도 포기”…누더기 된 세법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할 때부터 다주택자 전체를 적폐 투기 세력으로 단정하고 ‘세금 폭탄’ 수준으로 세제를 강화했다. 2014년 폐지됐던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켰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기본 세율(6~45%)에 1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포인트를 더 내도록 했다. 

2020년 발표한 7·10 대책에서는 다주택자 세 부담을 늘렸다. 4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만 적용해오던 취득세 중과세율 4%를 2주택 8%, 3주택 이상 12%로 세분화한 게 대표적이다. 또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은 최고 6.0%까지 높였다. 이는 2019년 12·16 대책 당시 제시한 4.0%보다 높고, 종부세 최고 세율인 3.2%와 비교해도 두 배가량 높은 수치였다.

그런데도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아파트 전용 면적 84㎡의 가격이 10억원을 돌파한 시·군·구는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3곳에서 지난해 68곳으로 5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10억원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 건수도 2711건에서 8789건으로 3.24배 증가했다.

결국 ‘정부만 승자’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부동산 투기 세력을 잡겠다며 강화한 세금이 지난해 60조원에 육박한 초과 세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1년 초과 세수는 58조5000억원이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양도세는 전년 대비 13조1000억원, 증여세는 1조6000억원 증가했다. 종부세는 2조5000억원 늘었다.


4│집값 상승 못 잡고 도입된 임대차 3법…임차인 고통 가중

2020년 8월에 도입된 임대차 3법은 전월셋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임차인의 권리 증진을 위해 도입된 법인데 주택 공급이 모자란 시기에 도입된 것이 문제였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40.6% 상승했다. 특히 임대차법 시행 전 3년 2개월 동안 10.5% 상승했던 전셋값은 법 시행 후 1년 7개월 동안 27.3% 올랐다.

임대차법 시행 전 1년 이상 꿈쩍 않던 월세도 임대차법으로 전세 시장이 흔들리자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월에 이어 110.7을 기록했다. 2~3월 수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세무사)은 “수요 억제로 가격을 잡을 수 있다고 오판한 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원인”이라고 했다.


5│집 보유 여부에 따라 커진 자산 격차…“이젠 못 따라잡는다, 곳곳에서 절망만”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사회적으로는 노동으로 얻는 소득을 괄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해서 뭐 하나’는 회의감만 커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4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직장인 1820명에게 ‘부동산 시장이 직장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근로의욕이 상실된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 나왔다고 밝혔다. 

일하고 싶지 않아진다고 응답한 사람은 55.8%였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직장인은 19.7%뿐이었다. 응답자 중 현재 본인 명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직장인은 29.3%로 10명 중 7명이 무주택자였다.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면 성공한다는 인식도 바뀌었다. 57.9%가 “미래 자산 축적이 노력만으로는 힘들다”고 답했다. 직장 내에서 선망하는 선배상도 달라졌다. 10명 중 8명이(80.1%) “회사 내 존재감이 없더라도 투자 고수인 차장”이 “고속 승진 등 직장생활이 화려한 무주택자 임원(19.9%)보다 더 낫다”고 답했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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