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찾은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은광산업 공장. 원전 부품 생산을 멈추고 선박 기자재 위주로 돌리고 있지만, 가동률은 크게 낮아졌다. 사진 이윤정 기자
4월 20일 찾은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내 은광산업 공장. 원전 부품 생산을 멈추고 선박 기자재 위주로 돌리고 있지만, 가동률은 크게 낮아졌다. 사진 이윤정 기자

4월 20일 부산역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는 녹산국가산업단지. 원전 부품 생산업체 은광산업 이종열 대표는 이날 직원들에게 구조조정 소식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직원 두 명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며 “있는 거 없는 거 다 팔고 자본금도 까먹으면서 버텼지만 이제는 견디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사무실 벽엔 첨단기술 기업 지정서와 기술혁신형·경영혁신형 중소기업 확인서 등 촉망받는 중소기업이었던 흔적이 걸려 있었다.

은광산업은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협력업체로 1990년대부터 원전 핵심 부품을 가공해 납품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원전업의 앞날은 밝았다. 설계 수명을 늘린 신형 원전 모델이 나왔고, 기존 원전 수명 연장도 추진돼 관련 부품 수요도 함께 늘었다. 수출도 탄력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일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대표는 “한때 250억원이 넘었던 연 매출은 지금 120억원도 채 안 되는데, 이것도 온갖 일을 다해 겨우 만든 것”이라며 “기업 매출이 기존 수준에서 70% 이하로만 내려가도 이윤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20여 곳에 달했던 두산에너빌리티 협력업체 원자력 분과 소속 기업은 모두 폐업하고 현재 4곳만 남았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행한 5년간 원전 생태계는 빠르게 파괴됐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자력 산업 총매출은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2020년 22조2436억원으로 19% 감소했다. 특히 민간 기업들이 속해 있는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총매출은 같은 기간 5조5034억원에서 4조573억원으로 26% 급감했다.

인력 규모도 축소됐다. 전체 산업 인력은 2016년 3만7232명에서 3만5276명으로 5% 줄었는데, 원자력 공급 산업체 인력은 2만2355명에서 1만9019명으로 15% 쪼그라들었다. 탈원전 정책으로 진로가 불투명해지다 보니 원자력 관련 대학 재학생 수도 줄고 있다. 일례로 영남대는 2018년 기계공학부 내 원자력 연계 전공을 폐지했다.

전문가들은 원전 생태계 회복에 큰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원전 하나를 건설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리고,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작업도 2년 이상 필요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생태계 복원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도 “새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다 해도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5년간의 탈원전 정책이 국내 원전 생태계를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백두대간도 할퀴고 지나갔다.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면서 3년간 서울 여의도 면적 17.6배에 달하는 산림을 파괴하고 태양광 발전을 설치했다. 2015년 522ha(헥타르·1ha는 1만㎡), 2016년 529ha였던 태양광 설치 목적 산지전용 신규 허가 면적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425ha로 세 배 늘었다. 2018년에는 2443ha까지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다. 2016년과 비교하면 4.7배 증가했다.

이후 야당과 환경 단체들이 산림 파괴를 중단하라며 육지 태양광을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산림 태양광 허가 면적은 2019년 1024ha, 2020년 229ha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에는 허가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간 태양광 발전 설치를 위해 벌채된 입목은 총 259만8000여 그루다. 소나무 260만 그루가 연간 1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문재인 정부는 산림 태양광을 친환경 사업으로 포장해 홍보했다. 

백두대간에서 퇴출된 태양광은 서울 도심으로 파고들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역점 사업으로 도심 태양광 보급 사업을 추진했다. 2017년부터 이 사업에 1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에너지 업계에는 서울시 태양광 사업이 운동권 출신의 먹이사슬 중 하나로 전락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태양광 업체 68곳이 협동조합이나 주식회사 등의 형태로 서울시 태양광 사업에 참여해 536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14개 업체는 보조금 118억원을 수령한 뒤 곧바로 문을 닫았다. 업체 세 곳은 서울시로부터 특혜를 받은 점도 확인됐다. 녹색드림협동조합(녹색드림),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햇빛발전), 해드림협동조합(해드림) 등이다. 이들은 2014~2018년 6월 말까지 서울시 미니태양광 설치 사업 보급 대수의 51.6%(2만9789개)를 수주했다. 또 보조금 248억6100만원 가운데 124억4300만원(50.0%)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업체 세 곳의 대표들이 모두 친여 성향 단체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특히 녹색드림 이사장이 운동권 출신 허인회씨라는 사실이 이목을 끌었다. 허씨는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태를 주도하는 등 반미투쟁을 이끌어 586 운동권 대부로 통했다. 1999년 허씨가 새정치 국민회의(더불어민주당 전신) 외곽 조직인 ‘새 천년을 향한 청년개혁연대(청년개혁연대)’를 출범하고 공동대표에 올랐을 때,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민주당 핵심 인사가 그의 밑에서 운영위원으로 일했다. 녹색드림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미니 발전소 사업 25건을 따냈는데, 당시 SH 사장이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이었다. 허씨는 국회에 도청탐지 장치 납품을 청탁한 혐의 등으로 2020년 8월 구속됐다가 지난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받고 있으며, 직원들의 임금과 퇴직금 등 5억여원을 체불한 혐의도 받고 있다.


plus point

원전 대신 풍력발전
첫 삽 못 뜬 세계 5대 풍력 강국 비전

문재인 정부는 국토 훼손 문제로 산지 태양광을 더 이상 추진하지 못하자 해상풍력 발전으로 눈을 돌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해상풍력 발전의 세계 5대 강국 도약 비전을 발표하고 전국 해안에 대규모 풍력 발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전남 신안(8.2GW), 울산(6.6GW), 전북 서남해권(2.4GW) 등 전국 116곳에서 2030년까지 모두 12GW(원전 12기)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중이다.

해상풍력은 사업 시작 전부터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전남 신안 해상풍력의 경우 풍속이 평균 7.2㎧로 알려져 있다. 풍력 발전소 선진국들은 풍력 발전을 위한 풍속을 11㎧로 보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풍력 발전기의 설비 용량도 통상 11㎧의 바람이 발전기 정면으로 불어올 때를 기준으로 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풍속이 약하고 풍향도 일정하지 않아 유럽에서 쓰는 풍력 발전기를 우리 앞바다에 가져다 놔도 발전량이 절반 수준”이라며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풍력 발전기는 주로 2~5㎿급인데, 문재인 정부 계획대로 해상풍력 용량이 12GW에 도달하려면, 우리나라 해안에 수만 개의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해상풍력 부지 가운데 현재 첫 삽을 뜬 곳은 없다. 정부로부터 발전 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환경영향평가, 해상교통안전진단,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등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 예정 부지 대부분이 어민의 반대로 사업 진행이 더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해상풍력 발전을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송기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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