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오토산 코자엘리 공장. 포드 오토산
포드 오토산 코자엘리 공장. 사진 포드 오토산

6월 13일 찾은 이스탄불 산작테페 지역에 있는 포드 오토산 연구개발(R&D)센터. 포드 오토산은 미국 포드와 튀르키예 코치홀딩의 합작사로 튀르키예(옛 터키)에서 차량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대기업인데, R&D센터는 스타트업처럼 밝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이곳에서는 벽면 가득 붙어있는 아이디어 메모지를 보며 자동차 개발에 참고하는 직원부터 이스탄불 지형에 맞춰 전기 오토바이를 개발하는 사내 스타트업 직원까지 만날 수 있었다. 개발 중인 상용차를 시뮬레이션 운행하거나, 물류 로봇이 앞뒤로 혼자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튀르키예 내 가장 큰 자동차 R&D센터다. 차량 설계부터 시험 도로 주행까지 가능하다. 엔지니어 1500명이 일하고 있으며, 가상현실(VR)연구소와 디자인스튜디오도 있다. 바리시 쉔예네르 포드 오토산 경영총괄은 “포드는 1959년 튀르키예에 첫 자동차 조립 공장을 설립했고, 현재 연간 자동차 60만 대를 생산해 120개국에 수출한다”며 “경쟁력 있는 공급 업체가 많고, 지리적 이점이 뛰어난 게 튀르키예의 매력”이라고 했다. 

튀르키예는 연간 150만 대 완성차를 생산하는 ‘유럽의 자동차 공장’이다. 포드 오토산뿐만 아니라 현대차, 르노, 피아트, 벤츠까지 총 14개 사가 모여있다. 튀르키예에서 생산된 완성차의 80%가 수출되며 주로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으로 향한다. 자동차 산업은 튀르키예 총수출의 15%를 차지하고 튀르키예에 진출한 자동차 기업 대부분이 현지 기업과 합작 법인을 이뤄 튀르키예 국내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산업이 튀르키예의 기간산업이 된 건 지리적 위치와 저렴한 인건비, 물류비 덕분이다.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500m 정도만 움직이면 항구에 닿을 수 있어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이스탄불과 부르사, 코자엘리 등 차로 1~2시간이면 닿을 거리에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는 게 장점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부품 조달이 쉽고, 부품사 입장에서는 완성차 업체 여러 곳과 일할 수 있어서 윈윈이다.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 세연이화는 현대차에 납품하기 위해 튀르키예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가 포드, 토그로 고객사를 늘렸고, 마그나도 튀르키예에 있는 자동차 기업 다섯 곳에 납품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튀르키예를 찾는 자동차 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엔지니어링 기업 이닥(EDAG)은 2020년 튀르키예 빌리심 바디시에 사무실을 열었다. 멜트칸 캅타노울루 이닥 매니징 디렉터는 “완성차 기업이 튀르키예에 모두 모여 있다”며 “모빌리티 산업이 계속 커지고 있어 진출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했다. 


규르잔 카라카스 토그 최고경영자(CEO)가  토그의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토그
규르잔 카라카스 토그 최고경영자(CEO)가 토그의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토그


튀르키예, 전기차로 국산 브랜드 車 재도전

그렇지만 튀르키예에도 고민은 있다. 튀르키예 자동차 산업은 외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성차를 조립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주다. 자동차 수출액 가운데 OEM 비중이 63%로, ‘조립 공장’ 역할에 머문다고도 할 수 있다. 자동차 생산 규모로 보면 유럽 내 4위지만, 내세울 만한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튀르키예는 이러한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1960년대 첫 국산 자동차 ‘데브림(Devrim)’ 실패 이후 또다시 자국 자동차 브랜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데브림 엔지니어들은 당시 4개월 반 만에 네 대를 생산했으나 대통령 행사에서 차량이 움직이다 멈춰 프로젝트가 종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튀르키예 소비재 기업, 철강사, 통신사, 가전 기업, 증권거래소 등이 합작해 만든 컨소시엄 ‘토그(To-gg)’가 2018년 6월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019년 말 토그의 차량 프로토타입 공개에 참석해 “튀르키예의 60년 묵은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며 “토그의 첫 사전 주문 손님이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그는 2020년 7월 부르사 지역에 전기차 생산 시설을 건설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7월부터 시험 가동할 계획이다. 토그는 내년 3월 첫 전기차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선보인다. 2030년까지 세단, 왜건, 컨버터블, 쿠페 등을 차례로 출시해 연간 100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부품 자급률이 현재는 절반(51%) 정도이지만, 두 번째 모델부터는 6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전기차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를 인하해 토그의 판매를 도울 예정이다. 

자동차 업체 중 후발 주자인 토그는 ‘자동차 제조 업체’에 머물기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기술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자동차는 제3의 리빙 플레이스’라는 모토 아래, 90개 브랜드와 협업해 집에 있는 커피머신부터 조명까지 끌 수 있는 IoT (사물인터넷) 기능을 탑재했다. 자전거나 스쿠터, 킥보드와도 데이터를 연동해 미리 시동을 걸거나, 어떤 교통수단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규르잔 카라카스 토그 최고경영자(CEO)는 “단순 전기차 기업에 머물지 않고 260여 개 스타트업과 협업해 자율주행, 엔터테인먼트 등 사용자 중심의 기능에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내수 악화,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은 숙제

토그는 튀르키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걸림돌도 있다. 토그는 첫 전기차 출시 후 18개월 동안 자국 시장을 노리고 이후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리라화 가치 하락, 고인플레이션 등 튀르키예 경제 상황이 지속해서 악화한다면 자국민의 지갑을 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기차 생산 후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받아야 하는 데다 튀르키예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에는 충전소를 구축할 만한 적정 부지가 마땅치 않고 충전기 구축 비용 부담, 초기 시장 수요 부족으로 대부분의 민간 사업자가 시장 진입을 관망하고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도 토그가 풀어야 할 문제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주문량을 줄였으나, 자동차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고 진입장벽이 높아 공급 부족 현상이 1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라카스 CEO는 이에 대해 “15개월 전 차량용 반도체를 주문해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글로벌 공급망 영향을 아예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튀르키예(옛 터키)=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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