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밤부레볼루션 작업실. 유명 카페 ‘코아바 커피’가 작업실 한쪽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권숙연 PD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밤부레볼루션 작업실. 유명 카페 ‘코아바 커피’가 작업실 한쪽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권숙연 PD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유명 카페 코아바 커피. 가게에 들어서자 이목을 끈 것은 다름 아닌 목재 가구였다. 이곳은 대나무 소재 스타트업 ‘밤부레볼루션’의 작업장이지만, 한쪽에 공간을 내준 카페가 유명해지면서 하루 수백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마이크 풀렌 밤부레볼루션 대표는 “(카페가 유명해진) 덕분에 우리 공간은 나이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가 매주 찾는 ‘핫 플레이스(인기 명소)’가 됐고, 나이키와 조던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인구 64만 명의 소도시 포틀랜드는 최근 미국에서 ‘강소 창업’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곳이다. 다양성을 사랑하는 ‘Keep Portland Weird(포틀랜드를 별난 채로 둬라)’ 문화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창업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지역민의 애정과 기관·단체의 지원 덕에 ‘로컬(지역) 창업’의 대명사가 됐다. 글로벌 창업 연구기관 스타트업블링크에 따르면 2021년 포틀랜드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북미 500개 도시 가운데 23위를 차지했다. 

나이키, 애플, 삼성, LG 등의 제품 혁신을 돕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디자인 기업 ‘지바’도 42년째 포틀랜드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바의 소랍 보쉬기 대표는 포틀랜드에서 창업한 배경으로 ‘혁신을 기반으로 한 장인정신’을 꼽았다. 그는 “이곳 사람들은 대형 브랜드보단 지역 내 소기업들을 키우는 데 더 관심이 있다. 그 덕에 이곳 창업가들은 자신의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스케일 업(scale-up)’은 포틀랜드의 기업과 거리가 먼 단어다. 규모가 작으면 작은 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풀렌 대표는 “포틀랜드에서 창업을 한 건 ‘제2의 무엇’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곳의 문화와 지원 인프라가 로컬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가 없이 서로 돕는 커뮤니티 덕분에 로컬 스타트업의 성지로 떠오른 또 다른 소도시가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 아래 작은 도시 볼더다. 볼더는 대기업 같은 거대 산업의 도움 없이도 1인당 GDP가 7만달러(약 8744만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11위 수준이다. 2019년 기준 뉴욕과 비슷하고 서울의 두 배가 넘는다.

이곳 사람들은 볼더의 ‘Give First (먼저 베풀기)’ 문화를 로컬 스타트업 생태계의 동력으로 꼽았다. 콜로라도대 창업원 데밍센터의 에릭 무엘 교수는 “볼더의 문화는 놀라울 만큼 협조적이다. 27년 전 볼더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인사 지침을 만들어야 했는데, 한 동료 사업가가 대가 없이 이를 무료로 제공한 적이 있다. 혼자 하려면 1만달러(약 1249만원)는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화를 기업 육성에 적용한 미국 최대 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 ‘테크스타’는 창업 팀을 선발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인도에서 볼더 인근 도시 덴버로 이주해 창업한 스타트업 ‘코멧챗’의 다니엘 미츠너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큰 도시로 옮기지 않고 이곳에 남아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타트업들이 모여든 덕분에 2021년 3분기 미국 지역별 벤처 투자 규모가 실리콘밸리와 뉴욕 등에서 전년 대비 60% 이상 쪼그라들 때, 덴버는 16% 감소에 그치기도 했다.

포틀랜드·볼더·덴버(미국)= 이은영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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