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브 지비 이스라엘혁신청 부사장 텔아비브대 정보시스템관리학 박사, 현 이스라엘혁신청 기술인프라 부문 부사장, 전 네티카 시뮬레이터 부문 총괄 사진 이신태 PD
아비브 지비 이스라엘혁신청 부사장 텔아비브대 정보시스템관리학 박사, 현 이스라엘혁신청 기술인프라 부문 부사장, 전 네티카 시뮬레이터 부문 총괄 사진 이신태 PD

“사막엔 태양광 스타트업을, 군부대가 밀집한 지역엔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을 유치하는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 만난 아비브 지비 이스라엘혁신청 부사장은 이스라엘 로컬 스타트업 지원 현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스라엘혁신청은 스타트업 육성을 전담하는 이스라엘 정부 산하 기관이다. 벤처캐피털(VC)처럼 직접적으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 같은 대도시 밖에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지비 부사장은 “스타트업이 지방에 연구개발(R&D) 시설이나 생산 시설을 구축하면 정부가 전체 예산의 50~60%를 지원한다”며 “덕분에 스타트업을 포함해 테크 기업의 절반이 지방에 골고루 분포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혁신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스타트업들에 지급된 보조금의 규모는 293억셰켈(약 10조5400억원)에 달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스라엘은 인구 대비 스타트업이 많은 국가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스라엘의 척박한 환경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본다. 나라는 작은데 국토 대부분이 황무지다. 조선소 같은 대규모 산업 시설도 없을뿐더러 주변국들로부터 항상 위협을 받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선 우수한 기술력이 필요했다. 자연스레 스타트업들이 많이 탄생했다. 특히 국민 대부분이 군 복무를 하면서 도전 정신을 배운다. 그래서 사회로 복귀한 군인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정부에서는 어떻게 도와주고 있나.
“이스라엘 정부 산하의 이스라엘혁신청이 스타트업 지원을 전담한다. 특히 기술준비수준(TRL·Technology Readyness Level)이 낮아 민간에서 투자를 꺼리는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대신 통신, 전기, 건축, 의료, 환경 등 220개 분야의 전문가 수백 명이 투자 대상 스타트업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선별한다. 

이후 선별된 스타트업에 민간 투자사가 투자를 집행하기로 하면, 정부가 이때 전체 투자금의 절반을 지원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체 투자금에 대한 모든 권한을 투자사에 맡긴다. 투자자에 자율권을 줌으로써 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게 장려하는 셈이다.”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주로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데 이스라엘은 어떤가.
“이스라엘 역시 스타트업을 포함한 테크 기업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나머지 절반은 지방 도시에 무대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

비결은 무엇인가.
“이스라엘혁신청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역할뿐 아니라 지방에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을 맡고 있다. 가령 지역 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인큐베이터의 예산을 최대 85%까지 지원하거나 연구소·생산시설 등 기반 시설을 세울 때 필요한 비용의 50~60%를 지원한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특징이다. 가령 농지가 많은 이스라엘 북부 지역엔 식품 기술 스타트업을, 사막이 많은 남부 지역엔 태양광 스타트업을, 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국경 도시엔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을 유치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지방에 자리를 잡으면 어떤 이점이 있나. 
“더 기회가 많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니까 그만큼 생산 시설을 늘릴 수 있다. 또 사막이라면 태양열을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주어진 환경만 잘 활용하면 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통해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서 더 이상 사무실의 위치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사무실이 없어도 이제는 단점이라고 볼 수 없다.”

예루살렘(이스라엘)=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