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시가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주택 보유자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공시가 인상과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주택 보유자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소유자에게 2021년은 부동산 세금으로 골치 아픈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시 가격 상승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강화로 보유세가 큰 폭으로 뛰면서 세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유와 매도를 놓고 고민에 빠지는 집주인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데, 상승세를 이어온 주택 시장에 타격을 줄 만큼 다주택자의 매물이 쏟아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발표한 ‘2018~2030년 서울시 구별 공동주택 보유세 변화 분석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5년 안에 서울의 모든 주택은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된다. 또 올해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이하 전용) 85㎡의 평균 보유세는 182만원이지만, 2025년에는 897만원, 2030년에는 4577만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과 종부세의 근거가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 최근 5년간 평균 아파트 가격 변동률 등을 반영한 결과다.

요즘 종부세는 더는 강남 다주택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파트 매매가 급등과 정부의 공시가 인상 기조가 맞물리며 서울에는 공시가 9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11%(28만1033가구)에 달할 정도다. 2020년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74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25% 증가했다. 이들이 내야 할 종부세도 4조2687억원으로 27.5% 늘었다. 납세 대상자와 세액 모두 역대 최대치다.

과중한 세금이 종부세 납부자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이코노미조선’이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주택자도 앞으로 보유세 부담이 급격하게 불어날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상록우성’ 아파트 전용 84.97㎡를 보유한 40대 A씨는 2020년 보유세로 202만원을 냈다. 전년보다 26.4% 증가한 금액이다. 세금이 급증한 것 같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2021년이 되면 A씨는 전년보다 43.5% 불어난 291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2022년이면 A씨가 내야 할 보유세만 400만원에 달하게 된다.

이 아파트 공시가는 2020년 기준으로 7억9000만원이다.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반영률) 65.8%가 적용됐다. 2021년에는 72.2%의 공시가 현실화율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유세를 계산했는데, 이를 적용하면 공시가는 10억4690만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부터 1주택자라도 종부세 납부자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토지 등 모든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율을 90%까지 맞출 계획이다. 2020년 기준으로 공동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은 69% 수준이다. 보유세 부담이 점점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 1단지’를 보유한 50대 B씨도 세금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보유세로 255만원을 낸 B씨는 내년에 355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2020년 2만3400원에 불과했던 종부세는 2021년 38만6500원까지 급증한다. 2022년에는 70만원까지 오르며, 이때 보유세는 416만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 상승 추세를 고려하면 2025년 B씨는 보유세로만 567만원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인다.

1주택자 사정이 이러하니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1년에 내야 하는 보유세만 수천만원대다. 서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 2가구를 소유한 다주택자의 올해 보유세는 3073만원이다. 하지만 2021년에는 8183만원으로 급증하며, 2024년에는 1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재산세는 별 차이가 없지만, 종부세가 2020년 1940만원에서 2021년 5977만원으로 세 배 넘게 불어나는 영향이다.


2021년 6월이 다주택자 ‘기로’

정부는 2021년 6월 1일부터 3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에게 적용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기존 0.6~3.2%에서 1.2~6.0%로 올린다. 보통 보유세를 내기 어려운 집주인은 과세기준일인 6월 1일 이전에 집을 판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2021년 상반기에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쏟아져 집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2021년 6월부터 강화된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법도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매매할 때 양도세 중과세율이 10%포인트 높아진다. 3주택자의 경우 30%포인트, 2주택자는 2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한다. 가령 3주택자가 5억원의 양도 차익을 거뒀다면 2021년 5월 31일 이전에는 2억731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이후에는 3억2285만원을 내야 한다.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6월 전까지 집을 팔 만한 동기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보유세 효과가 미미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지금도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는 집을 팔 때 최고 62%의 중과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이러나저러나 세금 내는 건 똑같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른다고 판단하면 보유세 부담을 지더라도 증여를 통해 주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다주택자도 많다. 오히려 보유세 상승분이 전·월세 시장에 전가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임대차 시장을 자극할 우려도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 9억원 미만 아파트의 공시가 실거래가 현실화율은 9억~15억원 미만, 15억원 이상 구간보다 느리게 가도록 설계한다지만, 실거래가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승을 고려하면 9억원 미만 주택의 보유세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며 “공시가는 보유세, 건보료 부과, 기초생활보장급여 대상 선정, 감정평가 등 60여 분야에서 활용되는 만큼 공시가격의 현실화 계획은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