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도 환경 호르몬으로 오염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양 쓰레기의 70% 이상이 육지로부터 유입된다는 사실도 실감하기 어렵다. 다양한 해양 환경 파괴 실태를 들여다봤다.

2004년 초 호주의 해양 과학자들은 극지방에서는 처음으로 남극의 해양 퇴적물에서 환경 호르몬으로 알려진 유기주석 함유물(TBT)을 검출했다. 유기주석은 선박에 조개 등이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선체 도료에 넣은 유독 물질이다. 이는 남극에서 사용하는 쇄빙선에 칠해져 있는 페인트가 빙산에 긁히면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호주의 해양 과학자들은 남극 지역에서 TBT의 농도가 높아질 경우 환경적으로 민감한 남극 해양 서식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007년 12월7일 오전 7시6분.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 예인선이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충돌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였다. 드럼통 5만 2000개 분량의 1만 2547㎘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됐다. 서해안은 그야말로 죽음의 바다가 되었고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돼 방제 작업에 뛰어들었으나, 막대한 피해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웠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펀드)에서 추정한 피해 금액은 6013억원에 달했다.

지난 2002년 11월 스페인 인근 바다에서 발생했던 유조선 프레스티지호 침몰 사고도 상기해보자. 악천후 속에 항해하던 프레스티지호가 가라앉으며 선박에 실려 있던 기름 6만 톤이 바다에 흘러들었다. 엄청난 환경 피해를 가져왔고, 스페인 뿐 아니라 포르투갈·프랑스 등 인접 국가의 해안 2000마일이 죽음의 기름띠로 뒤덮였다. 피해액은 20억유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당시의 피해는 20세기 최악의 환경 재앙으로 불리는 미국 알래스카의 액슨 발데즈호 사고보다 더 컸다.

- 2011년 태풍 무이파로 인해 마산항에 쌓인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 2011년 태풍 무이파로 인해 마산항에 쌓인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고속도로, 지방도로 도료에서도 바다로 기름 유출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매년 수천 톤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큰 사고는 대부분 유조선에 의한 것이지만, 석유 및 가스 생산과 관련된 각종 해양 플랜트 시설, 어선, 레저용 보트 등에서도 기름이 유출된다. 심지어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덮은 도료를 통해서도 기름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에도 상당량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 유출량은 크게 줄어들었으나 지금도 바다 밑바닥에 침몰해 있는 세월호에서 조금씩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최대 원인의 하나는 선박으로 인한 기름 유출이다. 문제는 선박에 의한 유류 오염 사고인 경우에도 그 종류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선박의 종류와 선박에 실린 기름의 종류에 따라 각각 사고 유형이 달라진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심원준 박사는 “기름의 종류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어느 선박에서 나온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름의 성분을 분석하는 오일 핑거프린팅(Oil finger printing) 작업을 실시한다. 마치 지문 분석을 하듯이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조사해 성분을 알아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유류 내 독성 성분이 있는 경우 바다 생태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류 유출 시 성분 분석이 가장 먼저 실시돼야 한다. 

이미 바다로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78척의 방제선을 주로 12개 항만에 배치하고, 전국 18개 항만에 방제대응센터를 만들어 비상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김현종 해양환경관리공단 본부장은 “방제작업과 함께 매년 7000여 톤가량의 선박에 남겨진 폐유를 수거해 처리하고 있다. 수거된 폐유는 종류별로 오염 물질 저장 시설에 임시 저장한 후 유수(油水) 분리를 통해 자가 처리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폐유는 위탁 처리해 재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바다 위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새들의 처참한 모습.
- 바다 위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새들의 처참한 모습.

미세 플라스틱, 전 세계 모든 바다에서 발견돼
또한 유출된 기름은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방법과 현장 소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하지만 유출 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전에 조심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름 제거를 위해선 울타리처럼 기름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 오일붐(Oil boom), 기름을 빨아들이는 기름종이 같은 도구인 유흡착제(Oil Absorbent), 기름을 고체로 만들어주는 유겔화제(Oil gelling agent)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 또한 해양 오염 물질의 대표적인 사례다. 유류를 제외한 해양 쓰레기의 70%가량이 플라스틱일 만큼 바다를 위협하는 주된 요소가 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외에도 큰 덩어리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 뒤 자연적인 풍화로 인해 보통 5㎜ 이하로 작아진 플라스틱 입자를 말한다.

사고에 의하거나 버려지면서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물질 외에도 최근에는 화장품이나 각종 생필품 등에도 플라스틱 입자의 사용량이 많아지고 있어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심원준 박사는 “미세 플라스틱은 각질 제거제나 치약 등의 화장품에도 흔하게 사용된다. 일반 가정에서 매일 버려지는 생활 하수를 통해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바다로 유입되고 있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지구 모든 지역의 바닷물에서 발견될 만큼 흔한 오염 물질로, 북태평양 아열대 순환류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1ℓ당 0.25㎎꼴로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2013년 2월 국제과학저널 ‘환경 오염’). 심원준 박사는 “미세 플라스틱은 세계 어느 바다를 조사해도 나오며, 많은 곳은 동물 플랑크톤의 양과 비슷한 수준인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이로 잘못 알고 섭취한 해양 생물들이 현재에도 수없이 목숨을 잃고 있다. 크기가 작은 미세 플라스틱은 물과 함께 체내로 들어가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섭식에 장애를 일으키고, 체내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해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의 체내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높다.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 바다생물을 사람이 먹게 될 경우 자연스레 사람의 몸속으로 유입되는 것. 심원준 박사는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의 체내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고, 실제 시장에서 산 물고기, 홍합, 굴, 바닷가재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 플라스틱 인체로 유입 가능성 높아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감시하는 미국 환경단체 ‘파이브 자이어(5 Gyres)’가 미국 5대호를 조사한 결과 미세 플라스틱 물질이 다량 검출됐고, 심각한 곳은 1㎢ 당 60만 개가 검출되기도 했다.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해외에서는 화장품, 미용 제품 등에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 등이 마련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 주가 미국에서 첫 번째로 마이크로비즈(Microbead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고, 미국 뉴욕  주 의회 역시 지난 2월11일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Microbeads)가 들어간 화장품의 제조, 유통,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마이크로비즈는 각종 각질 제거제, 클렌저, 치약, 비누 등에 사용되는 5mm 이하의 구슬 형태의 미세 플라스틱으로 200가지가 넘는 미용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로레알, P&G, 존슨앤존슨 등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도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차츰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버츠비 등 천연 화장품 브랜드는 이미 플라스틱 대체 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남해 연안의 바닷물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가 심각한 상태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유해물질연구단이 조사한 결과, 거제도 해역 바닷물 1㎡에 평균 21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심원준 박사는 “미세 플라스틱은 양식장 등에서 대량으로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자(浮子)에서도 검출되는데, 양식장이 많은 우리나라 해안의 경우 미세 플라스틱 수치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62ℓ짜리 스티로폼 부자가 1~5㎜ 단위까지 부서지면 그 수는 무려 760만 조각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크기보다 더 작게 쪼개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양식장 부자로 사용되는 스티로폼을 세게 풍화(風化)시킨 결과 나노미터(㎚, 10억분의 1m)까지도 쪼개진 것. 만일 바닷 속 미세 플라스틱 가운데 나노 입자의 양까지 확인될 경우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나노 입자는 생체의 주요 장기는 물론 뇌 속까지 침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미세 플라스틱과 같은 해양 오염 물질이 바다 생물에게 초래하는 영향은 실제로도 확인되고 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 노출됐던 어류의 배아에서는 기형이 발견되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2009년 전남 해안에 ‘해양 쓰레기 선상 집하장’을 설치해 바다에서 조업 중 수거되는 쓰레기를 어선에서 바로 넘겨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집하장은 2010년부터 주요 항·포구에 확대 설치되고 있다. 더불어 해양 쓰레기 처리에 대한 대책으로 ‘업사이클링(Up-Cycling)’을 도입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업사이클링은 쓰레기를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가미된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전남 여수에서는 8월9일~17일 ‘Up-Cycling(업사이클링) 페스티벌’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됐다.

1, 2. 8월9일~17일 해양 쓰레기를 활용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 페스티벌’이 전남 여수에서 처음 개최됐다.
1, 2. 8월9일~17일 해양 쓰레기를 활용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 페스티벌’이 전남 여수에서 처음 개최됐다.

외국산 해양 쓰레기 중 72.5% 중국산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은 “우리나라 해양 사고의 10%가 해양 쓰레기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정부는 약 2400억원을 들여 해양 쓰레기를 처리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양 쓰레기 업사이클링 문화 및 산업 육성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여서 아직 그 개념이 낯설지만, 이번 행사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해양 쓰레기 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양 쓰레기는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양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건너온 해양 쓰레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서해 지역은 플라스틱 통과 부표, 심지어 냉장고 문짝과 같은 ‘중국산 쓰레기’로 상당히 많이 오염되고 있다. 중국의 해양 쓰레기는 보름 정도면 바다를 타고 한국에 도착한다고 한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국내로 흘러드는 외국산 해양 쓰레기 가운데 72.5%가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양쓰레기대응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내 20곳을 모니터링 한 결과 외국에서 건너온 쓰레기는 전체 5만 1347톤 중 1647톤으로 약 3.2%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일본은 1990년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NOWPAP)’에 합의하고, 북서태평양 해양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인접국 간 협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국가와 국가를 이동하는 해양 쓰레기 문제에 대해선 아직 마땅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