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소 중 하나는 외래 해양 생물종이다. 국내 해양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위협하는 외래 해양 생물종들은 일부 개체라도 살아남을 경우 계속해 번식하기 때문에 처리가 더욱 어렵다. 어떤 외래 해양 생물종들이 우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어떻게 국내로 유입되는지 알아봤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에서는 외래 해양 생물종들의 생태계 파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08년 6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내 10개 주요 항구(구룡포, 울산, 부산, 통영, 광양, 제주, 서귀포, 목포, 군산, 인천)와 그 인근의 9개 항구 등 총 19개 항구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주도했던 신숙 삼육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국내 해안에 침입한 지 오래되고 널리 확산돼 박멸이 거의 불가능한 종(種)들을 주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 유입돼 새로 발견되고 있는 외래종은 아직 국소적인 지역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시급히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부경대학교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유입된 모든 외래 해양 생물종이 생태적·경제적으로 부정적인 피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생물종의 경우 국내 생태계에 정착·번식해 토종 동식물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해양 생물종의 변화를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수산자원을 감소시키는 등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외래 해양 생물종이 국내 해양 환경에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전남 지역 인근 바다에서 대규모 적조(赤潮) 피해가 발생했을 때부터다. 바닷속에서 부유생활(浮遊生活)을 하는 플랑크톤이 이상 증식해 해수가 적갈색을 띠는 ‘적조’ 현상은 당시 전국에 764억여원의 피해를 입히며 사상 최악의 해양 사고로 기록됐다. 해상 교역이 늘어난 2000년대 중반부터는 다양한 외래 해양 생물종 유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김도훈 국립수산과학원 박사(2005년 당시)의 논문 ‘외래 해양 생물종 이동 및 유입에 대한 국제적 관리 동향과 우리나라 대응 방향’에 따르면, 국제 간 교역이 확대된 2000년대 중반부터 외래 해양 생물종의 이동과 유입이 급격히 증가해왔다.

1. 지중해담치 / 2. 두드럭고둥에 붙어 있는 화산따개비.
1. 지중해담치 / 2. 두드럭고둥에 붙어 있는 화산따개비.

선박 평형수, 해류 등 유입 경로 다양
이러한 외래 해양 생물종은 주로 선박 평형수(ballast water·밸러스트 수)나 선체 부착물, 운송되는 양식 어류를 통해 유입된다. 선박 평형수란 선박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선박 내의 평형수 탱크(ballast tank)에 싣는 물을 말한다.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분석되며 당시 매스컴에 집중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 평형수가 바로 외래 해양 생물종의 주된 유입 경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배에 실은 화물을 내릴 때에는 그만큼의 무게에 해당하는 물을 탱크에 채워 넣어 무게와 수심을 유지하고, 반대로 화물을 실을 때는 물을 버려 전체 무게와 수심을 유지하는데, 일반적으로 선박 평형수는 배 주위의 바닷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수중 생물의 이동 경로가 된다.

선박 평형수를 통해 이동하는 생물의 크기는 약 6~7㎜ 이하로 작거나 유생(幼生) 상태다. 신경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선박평형수센터 박사는 “선박 평형수 취수구에 큰 입자를 제거하는 스트레이너(strainer·여과기)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작은 생물은 거를 수가 없다”며 “또한 해류나 선체 부착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엔 큰 크기의 생물(성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해상 교역으로 이동하는 선박 평형수의 양이 매년 100억 톤 이상에 달하며, 1만 종 이상의 해양 생물종 또는 병원체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선박은 선속(船速)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선체 청소를 실시하는데, 이 과정을 감시·관리하지 않으면 청소를 통해 선체에서 탈락하는 외래 생물종이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식을 위해 도입한 외래 어종을 부주의로 바다나 강으로 놓쳐버리거나 외래 어종에 붙어 있던 병원체가 양식장을 통해 유입되는 등 수산물을 통해서도 외래 해양 생물종이 유입되고 있다. 김 교수는 “활어 교역이 늘어나면서 활어에 붙어 있던 병원체가 유입되거나 활어를 담아온 물을 수입국 항만에서 버릴 때 생물체나 병원균이 함께 배출돼 유입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 박사는 “각 유입 경로를 통한 유입 정도나 빈도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 아무르불가사리(North Pacific seastar)는 ‘해적’으로 불리는 심각한 유해 생물이다.
- 아무르불가사리(North Pacific seastar)는 ‘해적’으로 불리는 심각한 유해 생물이다.

‘해적’ 아무르불가사리
국내로 유입된 외래 해양 생물종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서유럽 지역이 원산지인 화산따개비(Balanus perforatus)가 있다. 부산~강릉 지역의 거의 모든 항구에서 발견되고 있는 화산따개비는 국내로 들어와 부표에 붙어살면서 정착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숙 교수는 “선박 밑에 붙어서 국내로 들어와 자생종인 굴이나 해조류와 서식처 경쟁을 벌여 살아남았다. 배의 항해 속도를 감소시키기도 하고 발전소의 배수관을 막아버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서양에서 건너온 유령멍게(Ciona intestinalis)도 국내 항구 및 양식장 곳곳에 침입해 굴이나 우렁 등에 피해를 주는 종이다. 유령멍게는 껍질을 갖고 있지 않아 죽은 다음에도 부패된 침전물이 바닷물의 오염도를 높인다. 신 교수는 “아직까지는 양식장이나 항구에서만 주로 발견되기 때문에, 양식장으로부터 주변으로 이동하는 어선 내의 폐수나 어구 관리를 통해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남부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살고 있는 아무르불가사리(North Pacific seastar) 역시 ‘해적’으로 불리는 심각한 유해 생물이다. 신 교수는 “고둥류와 게, 따개비류 등을 있는 대로 먹어치우는 식성을 갖고 있고 번식력도 워낙 강해 바다 생태계를 초토화시키는 종”이라고 설명했다.

외래종으로 들어왔다가 토착해 식용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홍합과에 속하는 지중해담치(Mytilus galloprovincialis)는 서유럽(지중해 등지)이 원산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질 오염에 강하고, 간조 상태(썰물)에서도 생존율이 매우 높아 국내에 들어와 토착화됐다고 한다.

- 선박 평형수 처리 기술을 시험하는 육상 시험 설비.
- 선박 평형수 처리 기술을 시험하는 육상 시험 설비.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선박평형수센터 연구원이 선박 평형수 내 해양 생물종을 채취해 관찰하고 있다.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선박평형수센터 연구원이 선박 평형수 내 해양 생물종을 채취해 관찰하고 있다.

IMO, ‘선박 평형수 관리 협약’ 지정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는 외래 해양 생물종으로 인한 토착 해양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최재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기획조정본부장은 “미국과 호주는 연간 수억달러씩 예산을 투입해 외래 해양 생물종의 유입을 차단·제거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지난 2004년 선박 평형수를 통해 국제적으로 이동하는 외래 해양 생물종을 허가 없이 배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협약(선박 평형수 관리 협약)을 채택했으며 발효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협약은 ‘국가 간을 항해하는 400톤 이상의 모든 선박에 선박 평형수 관리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국제 기준에 적합한 시설에서 처리하지 않은 선박 평형수는 배출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한 선박은 운항을 금지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선박 평형수를 살균 처리해 배출하는 ‘선박 평형수 관리 시스템’ 장치를 오는 2017년부터 모든 선박에 장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선박 평형수 처리 설비 개발 및 규제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신경순 박사는 “국내 외래 해양 생물종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적 단계지만 평형수 처리 설비 개발·산업화 정도는 선진국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말 기준 ‘선박 평형수 관리 시스템’은 40여개 제품이 개발되고 있으며 IMO가 최종 승인한 것은 25개 제품이다. 이 중 우리나라 제품은 아홉 개로, 세계 최고의 기술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외래 해양 생물종을 전담하는 행정 부처가 없어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과 기초 연구의 부족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 분야는 외래 해양 생물종이 대량 발생해 큰 피해가 났을 때만 관심을 받는다. 외래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 규모를 알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생태계 모니터링, 생리·생태학적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한다.

신숙 교수는 “외래 해양 생물종은 주로 열악한 환경에 먼저 침입하고 정착한 뒤 경쟁력을 갖춰 국내 토착종을 잠식하는 흐름을 보인다. 처음에 올 때는 대개 개체군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래 해양 생물종 정착이 용이한 지역에 대한 예방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도훈 교수는 “외래 해양 생물종 유입을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예방-탐색-검역-박멸-진정’ 단계로 나뉜 계층적인 관리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탐색 단계에서 외래 해양 생물종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이지만, 만약 피해가 발생하고 난 뒤라면 피해 지역을 특별 지역으로 분류해 추가적인 번식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찬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안전연구부 박사는 “외래 해양 생물종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유관 기관들이 서로 공조해 이를 통제·관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유입 경로와 피해 영역이 광범위해 한 기관이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국내 역시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관련 기관이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