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양보호구역의 지정 요건은 다음과 같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보전 및 학술적 연구 가치가 있는 해역, 산호초·해초 등 해저 경관 및 해양 경관이 수려해 특별히 보전할 필요가 있는 해역, 해양의 기초 생산력이 높거나 보호 대상 해양 생물의 서식지·산란지 등으로서 보전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해역 등이다.

제주 문섬 주변 해역은 뛰어난 암반 생태계(연산호 군락), 수중 경관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2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선정됐다. 국내 전체 21곳 해양보호구역 중 해양 생태계보호구역은 9곳, 연안습지보호지역은 12곳이다. 2011년 문섬 1차 생태 조사를 마친 뒤 3년 만에 2차 생태 조사 일정이 잡혔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환경관리공단이 진행하는 생태 조사 현장을 찾아, 제주 문섬 해양보호구역이 지닌 무한한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8월18일 제주 문섬 해양보호구역 생태 조사 현장을 가기 위해 제주공항을 찾았다. 중앙로를 따라 제주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문섬과 가장 가까운 항구인 서귀포항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흐리고 비까지 내린 탓에 생태 조사가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도 바람이 잠잠해진 틈을 타 조사를 진행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선장의 ‘OK’ 사인과 함께 항해가 시작됐다. 경험 많은 선장의 말은 바다의 불문율이다.

“해양 조사가 어려운 것은 날씨에 따라 당일 조사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비가 많이 오는 것은 관계없지만 바람이 많이 불면 파도 때문에 잠수사들이 물속에 휘말려 버리기 때문이죠.” 김대익 해양생태기술연구소 저서생태팀 책임연구원은 고충을 토로했다. 생태 조사는 제주도 인근의 어선(낚시선)을 임차해 진행되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조사 활동을 못해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배를 하루 동안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100만~150만원 수준이다.

생태 조사선에 올라 문섬 해양보호구역으로 향했다. 이번 조사는 2011년 해양 생태계 조사가 진행된 10곳과 암반 생태계 조사 지점 3곳에 각각 4곳, 2곳이 추가돼 해양 생태계 조사 14곳, 암반 생태계 조사 5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에 추가된 6곳은 해군 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강정마을 연안의 강정 등대, 기차 바위 주변 지점으로, 조사 결과가 축적되면 ‘해군 기지 건설이 산호 등 인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입증할 과학적인 근거로 쓰일 예정이다.

김영남 해양환경관리공단 해양생태팀 과장은 “해양 생태계 조사는 모든 해양 조사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수온, 염분, 용존산소, 중금속 등을 조사하고, 플랑크톤부터 물고기, 저서(底棲·바닥에 사는)동물까지 해양 생태계를 이루는 여러 생물을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암반 생태계 역시 크게 보면 해양 생태계에 포함되는데 문섬은 해조류, 산호초, 암반을 기반으로 서식하는 물고기 등 암반 생태계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별도로 분류해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8월18일부터 8월23일까지 총 6일 일정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는 3일간의 암반 생태계 조사, 3일간의 해양 생태계 조사로 이어졌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18일, 잠수사 다섯 명과 산호 전문가 한 명으로 구성된 잠수팀은 다이빙 장비를 갖추고 작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해양 생물을 채취하기 위한 끌, 호미, 연산호 군락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기록하기 위한 특수용지와 필기구를 준비했다.

현재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대한 생태 조사는 비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생태 환경을 위한 모니터링을 위해선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예산이 한정된 탓에 1년에 1회 진행하기도 쉽지 않다. 김 과장의 말이다.

“산호는 태풍이 휩쓸고 가면 상당히 훼손됩니다. 태풍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태풍이 오기 전, 오는 중, 지나간 후로 나눠 봄·여름·가을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특히 물고기 등 해양 생물은 계절별로 관측되는 종이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계절별 조사가 필요합니다.”

- 제주 문섬 지역은 뛰어난 암반 생태계, 수중 경관 보전을 위해 지난 2002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선정됐다. 생태 조사를 마치고 배로 올라오는 잠수사 뒤로 문섬의 부속섬인 새끼섬 모습이 보인다.
- 제주 문섬 지역은 뛰어난 암반 생태계, 수중 경관 보전을 위해 지난 2002년 해양보호구역으로 선정됐다. 생태 조사를 마치고 배로 올라오는 잠수사 뒤로 문섬의 부속섬인 새끼섬 모습이 보인다.

“다양한 생물종 보전한 나라가 생물 자원력 우위 가질 것”
황성진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박사는 “전 세계 생물의 90% 이상이 바다에서 나오는 생물인데 바닷속에 살고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다 보니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해양 생태계는 저 밑의 플랑크톤부터 위의 어류까지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어 생물종 파괴로 그 균형이 깨지면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바닷속 생물 하나하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각자의 역할을 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얘기다.

“특히 산호의 성분은 신약으로서의 성능도 인정받고 있어요. 생태계 보호를 통해 다양한 종을 보전한 나라가 생물 자원력면에서 우위를 갖게 될 겁니다.”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스승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지금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한 해양 생태계의 가치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해양 생태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