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도시를 지향하는 전남 순천시에 걸맞는 강소농(强小農)이 있다. 바로 ‘물과 빛의 사랑 공동체 영농조합’ 대표 노대성(52) 씨다. 그는 2005년 귀농했지만 원래 농사와는 인연이 깊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농업고등학교를 나왔고, 종계 회사에 10년을 다녔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그는 한동안 방황을 했다. 노 대표는 “그땐 뭘 해야 될지 도통 알 수 없었다”며 “이런저런 일을 닥치는 대로 하다가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농업에 뛰어들 결심을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첫 귀농지는 그의 고향인 전남 장흥이었다. 그곳 귀농학교에서 그는 처음으로 ‘우렁이 농법’을 접했다. 우렁이 농법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우렁이로 잡초를 제거하는 친환경 농법이다. 또 70여 가지의 효소 발효법도 배웠다.

1년 정도의 귀농 준비 끝에 2006년 정착한 곳이 바로 순천시 황전면 수평마을이었다. 그는 1만㎡(3000평)의 논을 임차해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지었다. 우렁이 농법 재배로 생산된 쌀은 키토산과 미네랄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농자재는 그가 직접 만든다. 벼 그루터기에서 채취한 토착 미생물과 천연 자재 발효액을 활용해 유기질 비료를 만들었다. 막걸리와 발효액, 초산 등을 혼합한 친환경 살충제를 만들어 음료수 페트병에 담아 방제했다. 1만㎡의 논 중 1000㎡에는 고추, 콩, 옥수수, 배추 등을 사이짓기 해 병해충 발생을 줄이는 순환 농법을 적용했다.

- 노대성 대표가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논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노대성 대표가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논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자연 순환 생태 농법으로 농사 지어
실제 그의 논의 논두렁에는 어른 무릎 높이에 친환경 살충제가 들어 있는 페트병이 걸려 있었고, 논바닥에는 우렁이가 수두룩했다. 3년 전부터는 꾸준히 천연 자재만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자연 순환 생태 농법을 마을 주민에게 전수하고 있다.

올해에는 마을 이장으로 선출되기도 했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그를 바라보는 마을 주민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의 회상이다. “최근 들어서야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가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화학비료와 농약을 거리낌 없이 썼죠.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미친놈으로 보더군요. 하지만 꾸준히 자연 순환 농법을 실천하는 것을 보면서 마을 주민들도 저를 다시 보게 된 거죠.”

초기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새로운 농법으로 짓는 농사가 잘 될 리가 없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책을 통해 배웠다. 하루하루 일어난 일들을 모두 기록했다. 그가 꺼낸 영농일지는 수십 권이었다.

특히 농촌진흥청 강소농 전문가의 컨설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그는 “기존의 지원 사업은 자금 지원이 대부분이었지만 강소농 사업은 경영 진단을 통해 맞춤형 처방을 내놓는 등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강조한 점이 크게 도움이 됐다”며 “강소농 지원단의 전문가 현장 컨설팅을 통해 경영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주민 모두 잘 사는 마을기업이 ‘꿈’
노 대표는 농업 경영의 핵심은 ‘조직화’에 있다고 본다. 개별 농가만의 힘으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규모가 작고, 농부가 고령인 농가가 대부분이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는 3년 전 마을 주민 일곱 명과 함께 공동체 영농조합을 결성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마을단위 협동조합을 설립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의 농촌 개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사업 계획을 세우면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사업비와 수익금 분배에 대한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마을을 하나의 친환경 기업으로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노 대표가 가장 먼저 구상하고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은 경지 면적이 작은 소농가만이 할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이다. 그는 이미 마을의 20여 농가와 함께 매주 토요일 순천시 버드내공원에서 ‘로컬푸드 토요장터’를 열고, 각 농가에서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토요장터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 돈벌이는 크게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고객이 계속 늘고 있고, 한 번 찾은 고객은 대부분 다시 찾아오기 때문에 조만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로컬푸드 토요장터 외에 인근 폐역(閉驛)을 활용해 로컬푸드 레스토랑을 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로컬푸드 레스토랑은 로컬푸드 직매장과 연계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향토 음식을 제공한다. 

그는 “자연 순환 농법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명품 먹거리를 생산할 계획”이라며 “마을 공동체 사업은 마을 주민들의 힘을 모아 성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인·소비자 모두에게 각광받는 ‘로컬푸드 직매장’]

농민 수입 3~4배 증가… 소비자는 신선한 농산물 싸게 구입

- 용진농협 로컬푸드 매장
- 용진농협 로컬푸드 매장

국내 최초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북 완주의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노대성 대표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곳도 이 직매장이다.

용진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12년 4월. 성공 여부에 대한 우려가 많았으나, 그야말로 기우였다. 280㎡(85평)에 불과한 소규모 매장임에도 지난해 30만명이 넘는 고객이 다녀갔으며 9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용진농협의 직매장은 300여 농가가 생산한 400여 품목의 지역 농식품을 판매한다.

완주군과 10개 지역 농·축협이 공동 출자를 통해 설립한 완주로컬푸드의 직매장인 전주 효자점과 모악점도 지난해 각각 78억원과 2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완주로컬푸드는 완주군의 철저한 기획 아래 지자체·농협·농업인이 힘을 합쳐 성공한 사례다. 완주군은 지난 2009년 지역의 중소·고령농이 생산한 소량 다품목 농산물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로컬푸드 사업을 추진했다.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은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각광받으면서 새로운 농산물 유통 경로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업인이 갓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포장·진열하고 가격도 결정한다. 로컬푸드에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농민은 종전보다 수입이 3~4배 증가했다. 도시 소비자들은 당일 생산된 신선한 농산물을 시장 가격보다 10~3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완주군은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로컬푸드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토양·농업 용수·잔류 농약 분석 등 엄격한 검사를 거쳐 인증서를 받아야 직매장에서 판매를 할 수 있다. 인증 후에도 2주에 1회 농약 분석을 하고 있으며, 분석 결과가 부적합한 농산물은 출하가 제한된다.

박만기 완주군 인증 지원 담당자는 “로컬푸드 직매장에 출하하는 농산물 인증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