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서경대학교 총장으로 부임한 최영철 총장은 두 번을 연임하며 9년째 총장직을 맡고 있다. 최 총장의 임기 동안 서경대는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기엔 최 총장의 대학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실행이 작용했다.

“4년제 대학을 나와 열심히 공부만 한다면 사회에 나가 본인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교육이 바로 대학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무엇보다 취업률에 큰 신경을 쓰는 이유입니다. 학생이 졸업 후 본인이 원하면 취업이 될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학년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담긴 ‘취업캠프’를 마련해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그 신념의 일환입니다. 그런 노력들이 좋은 성과를 발휘해 올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중 취업률 10위 안에 드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허허.”

최 총장은 “우리 학교 모든 교수에게 각자가 모두 책임지고 학생 개개인의 멘토를 맡아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취업을 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기회만 되면 교수들에게 학생을 내 자식처럼 여기고 취업 지도를 하라고 독촉과 독려를 하고 있습니다. 2014년 취업률이 59.4%를 기록했는데 저는 아직 만족하진 못합니다. 적어도 70%는 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곳에 총장으로 있는 동안 그 목표를 향해 전력투구할 겁니다.”

최영철 총장의 부임 이후 지난 9년 동안 학교가 발전해 가면서 교내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취재를 위해 세 차례 방문하면서 여러 학생들과 교수들을 만나보았고, 3개의 수업도 참관했는데 기자가 느끼기에도 활기와 열정이 느껴지는 캠퍼스였다. 최 총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제가 신문기자를 오래 했기 때문에 분위기 파악하는 데에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습니다. 예전에 정치부 기자를 할 때도 선거구에 가서 한두 시간만 돌아봐도 ‘여긴 누가 되겠구나’ 하고 예상하면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어요. 이곳에 부임했을 때 느껴진 학교에 대한 인지도, 학생들의 실력 이런 것들은 지금에 비해 훨씬 낮았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내가 운이 좋아서인지, 여기에 부임한 이래  학생들의 평균 실력도 많이 올라갔고 표정도 너무나 밝아졌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확실히 달라졌어요.(웃음)”

- 서경대는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를 후원하고 있다. 최 총장은 “서경대와 같이 상위권을 위해 노력하는 넥센 히어로즈의 이미지가 서로 잘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서경대는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를 후원하고 있다. 최 총장은 “서경대와 같이 상위권을 위해 노력하는 넥센 히어로즈의 이미지가 서로 잘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학생을 내 자식처럼 여겨라’ 주문
최영철 총장은 학교 운영에 있어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학교의 발전은 학생과 교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 마음이 될 때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최 총장은 “총장실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든지 아무 때나 들어오라’고 했다. 우리 학생들이 전시회나 발표회 같은 행사를 할 때면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고 직접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다. 일부러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학생들을 보면 내 손자, 손녀 같아서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며 웃었다.

올 초 교육부에서는 대학의 등급을 크게 5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대학구조 개혁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서경대는 과감한 학과 개혁을 시도하며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학과 개혁에 대해 어떤 원칙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출산·고령화로 대학 입학에 필요한 학력 인구가 점점 감소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정부와 사회에서도 대학 교육 개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경쟁력이 없는 대학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대학의 구조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서경대는 2009년부터 ‘학과(학부)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과를 통합하거나 신설하고 있으며 올해도 뮤지컬학과와 실용음악학과가 개설됩니다.”

서경대는 통폐합되는 학과에 대한 혼란과 학과 구성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별 추진’을 시행해왔다. 최 총장은 “처음 2년간은 평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내부 구성원들의 결속력 강화에 초점을 둔 컨설팅 개념으로 시행했고, 이후부터는 실질적인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실현했다. 기존 학과의 교수들과 교직원들의 신분도 그대로 보장했기 때문에 큰 반발 없이 성공적으로 학과 개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서경대가 지난 2008년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대학 중 최초로 군사학과를 개설한 것도 눈에 띈다. 군대 내에서 ‘군사학과와 관련해서는 서경대에 가서 보고 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실 있는 학과로 성장했다. 통일원 장관을 역임한 최영철 총장이 총장 부임 이전 군사학과 석좌교수를 지낸 바 있기 때문에 군사학과에 대해선 남다른 애정이 있을 듯 했다.

“군사학과는 우리 대학의 발전 계획 중 하나인 ‘실용화’에 초점을 두고 개설했습니다. 이전 총장이셨던 한철수 전 총장이 육군대장 출신이었는데, 장교의 수가 부족한 상황에 우수한 장교를 육성하려면 군사학을 공부한 대학생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추진했습니다. 저 역시 통일원 장관을 할 때부터 군사지식이나 군사력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습니다. 국가 간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국가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도 충분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서경대의 경우 군사학과라고 해서 군사학만 공부하도록 하진 않고, 의무적으로 희망 분야의 복수 전공을 통해 군은 물론 관련 분야 진출에 유리하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육군본부와의 학·군 제휴 협약을 맺고, 교내에 기숙사와 연병장을 신설하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학 군사학과에서 견학도 자주 옵니다.”

서경대는 프로야구팀 넥센 히어로즈의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처음엔 LG트윈스나 두산 베어스를 고려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두 구단은 모기업의 광고 비중이 높아 서경대를 홍보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목동구장을 연고로 하는 넥센 히어로즈를 대상으로 홍보전략을 추진했다.

“넥센 히어로즈의 성적이 신통치 않아 과연 홍보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반대도 있었습니다.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나아가는 서경대와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넥센 히어로즈의 이미지가 잘 맞는다고 판단해 2011년부터 전광판 광고 및 선수 유니폼 광고 등을 진행했는데, 그 이후 넥센 히어로즈의 성적이 좋아지고 더불어 학교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아주 효과적이었습니다.(웃음)”

2012년부터 넥센 히어로즈는 매년 하루를 ‘서경대의 날’로 지정해 스폰서 데이 행사를 하고 있다. ‘서경대의 날’이었던 지난 8월14일에도 서경대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넥센 응원을 다녀왔다. 

 

▒ 최영철 총장은…
1935년생, 58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 69년 미 콜럼비아대 신문대학원 수료, 58~62년 한국일보·민국일보 기자, 62~71년 동아일보 기자, 73~88년 9,10,11,12대 국회의원, 85~87년 12대 국회 부의장, 88~89년 제37대 체신부 장관, 89~90년 제7대 노동부 장관, 90~92년 대통령 정치담당 특별보좌역, 92~93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 98~2001년 목포해양대학교 객원교수, 2001~2002년 서경대학교 석좌교수, 2008년~현재 서경대학교 총장, 91년 벨기에 레오폴드2세 대십자훈장, 93년 청조근정훈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