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10일 세종시 연서면 세종농업기술센터에 마련된 ‘창조마을’ 시범사업 전시장을 방문, 채소 자동접목 로봇의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10일 세종시 연서면 세종농업기술센터에 마련된 ‘창조마을’ 시범사업 전시장을 방문, 채소 자동접목 로봇의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수박이나 토마토 등 과채류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접목시킨 묘(苗)를 재배한다. 하지만 어린 묘목을 서로 이어 붙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작업으로 하다 보면 부러뜨리기 일쑤고, 성공확률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것이 ‘접목로봇’이다. 작업자가 접목할 작물의 대목(臺木·접붙이기 시 뿌리를 가진 바탕나무)과 접수(穗·접목에서 위에 오는 부분)를 로봇에 공급해주면 자동으로 옮기면서 자르고 붙여서 접목한다. 과채류 접목로봇은 2008년 개발해 산업체 기술 이전 이후 지금까지 80여 대가 보급됐다. 이 중 38대는 이탈리아, 멕시코,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스, 일본, 스페인 등 13개국에 수출됐다. 이 로봇은 올 초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 농업과 농촌이 어렵지만 농업을 기술집약적으로 발전시킨다면 소득도 올리고 농촌도 활력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 곳이 바로 농촌진흥청이다.

농진청은 1962년 설립 이래 1970년대 녹색혁명, 80년대 백색혁명을 이끈 농업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의 삶을 질을 한층 더 높였다. 녹색혁명의 주역인 ‘통일벼’를 개발해 전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했고, 1980년대 비닐하우스 도입으로 사계절 내내 신선 농산물이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벼 기계 이앙으로 고된 벼농사가 쉽고 편리해지도록 했고, 국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한국형 씨돼지를 개발·보급했다. 누에와 꿀벌이 기능성 소재의 보배로 재탄생하거나 우리 농업 기술을 해외에 전수시킨 주인공 역시 농진청이었다.

농진청의 R&D(연구개발) 노력은 50년 넘게 이어져 왔으며, 그 성과도 지속되고 있다. 농진청은 국가과학기술 분야에서 파급효과가 큰 기술을 선정하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서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선정을 시작한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58건이 선정됐다. 올해에도 6건이 뽑혔다.

올해 농진청의 R&D 예산은 5600억원. 이는 국가 전체 연간 R&D 예산의 3.3%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의 7%를 달성하며 예산에 비해 높은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농진청은 단기적 현안은 물론 장기적인 연구 과제 수행으로 농업기술개발에서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업인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초·응용 분야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미래가치 창조에 농업의 역할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7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농진청은 지난 52년의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전북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국 농생명식품의 실리콘밸리’를 구축해 농업생명연구의 메카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진모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은 “국가 기관으로서 목표 중심의 어젠다 사업을 수행하며, 미래 성장 동력 창출과 농업 현장 대응, 소비자·농식품 분야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며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 연구, 기후 변화에 대비한 농업 연구, 농식품의 6차 산업화 연구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ini  interview ● 이진모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ICT 융합 통해 돈 되는 농업 만들겠다”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 등을 융·복합해서 우리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또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진모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은 “농업과 농촌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환경 변화를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뿐만 아니라 기능이 강화된 농산물을 원하고 있어요. 기후변화도 심각하고요. 경쟁력 확보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온 거죠. 기후변화, 자원과 노동력 부족 등에 대비한 기술개발·보급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미래 R&D의 목표입니다.”

이 국장은 “농업현장 실용화기술, 융·복합 창조농업 기반의 농업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한국 농업의 장점을 살린 수출농업 활력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농업 분야의 ICT 융합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시설농업 면적은 총경지면적의 5%에 불과하지만 전체 농업생산액의 52%를 차지하는 주 소득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시설원예작물을 ICT 융합 기술을 통해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의 조기 상용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ICT 융합기술 개발 분야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과채류 접목로봇’이 차세대 세계 일류상품으로 선정됐으며, 논 잡초 제거 로봇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미래 농업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IT·BT를 접목한 농업생명공학 원천기술도 중요합니다. 바이오 장기 등 미래를 대비한 축산 신기술과 곤충 등 생명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기능성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국장은 전북혁신도시로의 이전이 우리 농업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본청을 중심으로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축산과학 등이 10분 이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소속기관과 전북 익산의 식품클러스터,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정읍 첨단과학산업단지가 연계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은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는 기본적 역할뿐 아니라, 국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성장산업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돈 되는 농업을 만들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농사도 지을 만하다’, ‘벌이도 괜찮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다음 단계를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