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해양플랜트가 아프리카 앙골라 해안에서 60㎞쯤 떨어진 수심 370m 바다 위에 떠 있다.
- 대우조선해양이 만든 해양플랜트가 아프리카 앙골라 해안에서 60㎞쯤 떨어진 수심 370m 바다 위에 떠 있다.


현재 극한환경 해양플랜트 기술 선진국은 국가 차원의 개발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자원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극한환경 해양플랜트 기술개발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북극자원 개발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극해 연안 5개국이다. 뿐만 아니라 쉘, 엑슨모빌, BP, 스탯오일, 에니, 가즈프롬 등 글로벌 기업의 극지 개발을 위한 각축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해 연안국 중에서도 극한환경 해양플랜트 기술 수준이 앞서 있는 나라로 노르웨이, 미국, 러시아를 꼽는다. 특히 노르웨이는 북해 지역의 오일과 가스 개발이 시작되던 1940년대부터 석유를 채굴해 온 국가다. 성홍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플랜트연구부장은 “해양플랜트 분야는 마케팅에서 말하는 ‘선도자의 법칙’이 강력하게 적용된다. 경험이 있는 검증된 기업에만 계속해서 일을 맡기기 때문에 노르웨이의 해양 자원 채굴·채취 기술과 해양플랜트 기술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르웨이의 국영석유기업인 스타토일(Statoil)은 프랑스의 정유기업 토탈(Total) 등과 함께 바렌츠해(海)의 신규 해양유전 탐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노르웨이가 이처럼 해양플랜트 산업에서 강점을 키워 올 수 있었던 것은 해양산업의 대표적 R&D(연구개발) 추진·교육기관인 마린텍(Marintek) 덕분이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노르웨이의 경우 마린텍의 연구 분야 5가지 중 4개 분야가 해양플랜트 R&D일 정도로 해양플랜트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가 해양유전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탐사·개발에 대한 세금감면 정책을 추진하는 등 정책적 지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미 북극위원회’를 통해 연방기관 내 북극연구 프로그램 및 미래 북극연구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은 자원 관련 메이저 회사들이 중심이 돼 극지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북극해 대륙붕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북극해 개발은 국영가스기업 가즈프롬(Gazfrom)과 국영석유기업 로즈네프트(Rosneft)만이 가능하며, 러시아 천연자원부(Ministry of Natural Resources)는 북극해 자원 확보 및 해양영토 주도권 확보를 위해 64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기업 간 협력을 통해 공동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 석유화학기업 엑슨모빌(Exxon Mobil)은 지난해 6월 러시아의 로즈네프트와 공동으로 극지연구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중국, 국수국조(國需國造) 정책으로 자국 산업 키워
동아시아 국가 중 극한환경 해양플랜트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국가는 중국과 일본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향후 중국을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선두 국가로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의 해양플랜트 산업 경쟁력은 한국과 싱가포르에 비해 뒤쳐져 있지만 자국의 풍부한 유전과 가스전, 자금을 앞세워 국가 차원의 발전 방안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국용 해양플랜트 건조에 대해 수출용과 같이 부가가치세를 환급해 주는 정책이 그 예다. 또한 해양에너지자원 개발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해양플랜트·기자재 수입 관세를 면제해 주는 등 재정·금융·세제 우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국의 해양플랜트산업 육성과 함께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극지 자원개발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일례로 북극 정책을 전담하는 기구인 극지연구자문위원회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지난해 6월 아이슬란드 북동부 해안 지역의 석유 개발권을 획득했다.

성 부장은 “중국은 ‘국수국조(國需國造)’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국의 해양플랜트 산업 역량을 상당히 끌어 올리고 있다”며 “무엇보다 자국 내 유전이 있어 기술 제휴를 원치 않는 해외 기업의 입찰을 제한하는 등 우위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수국조란 중국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원칙이다.

상대적으로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 후발국으로 분류되는 일본은 해양구조물 세계시장 점유율이 채 1%가 안 되는 실정이다. 산업연구원의 ‘주요국의 플랜트산업 육성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해양설비 시장은 2012년 기준 한국이 3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브라질(15.5%), 중국(15.0%), 싱가포르(14.3%), 일본(0.8%) 순이다. 후발 주자인 만큼 일본은 자국의 해양플랜트 산업 발전을 위해 정책 방향을 상류부터 하류까지 일본 주도의 해양개발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약 2조5000억엔(약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품질 보증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해야
이처럼 세계 여러 국가가 극한환경 자원전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세계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해양플랜트 기술 개발과 실증을 위한 테스트베드(Test Bed·부품이 시스템 내에서 원활히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양플랜트 분야는 워낙 보수적이기 때문에 ‘실제 바다에서 적용했을 때 문제가 없었던 장비’라는 품질 보증이 없다면 어떤 선주사나 엔지니어링사에도 납품이 어렵기 때문.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조선해양과 교수는 “아직은 국내 기업이 선주사나 엔지니어링사로부터 기자재 공급사로 채택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실제 프로젝트를 수주해 국산 기자재가 실제 해역에 적용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설계, 기자재, 소재, 운영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세계적인 선진 연구 기관을 중심으로 극지용 해양플랜트 소재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김 교수는 “극지용 해양플랜트 소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철강소재 기업이 주체가 돼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며 “소재 개발뿐 아니라 기자재 국산화와 인프라 구축 노력도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