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공학수조가 완공되면 수심 3000m 이상의 바다 환경에 적용될 수 있는 극한환경 해양플랜트 기술 실험이 가능해질 겁니다. 세계 최대 규모죠. 올해 말부터 공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지난 6월13일 대전 유성구 장동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해양공학수조 현장 안내에 나선 성홍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플랜트연구부장을 만났다. 성 부장은 “이곳의 해양공학수조는 길이 56m, 폭 32m, 수심 4.5m 규모로 복합적인 실험 조건에서 해양플랜트 구조물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관찰하고 계측하는 곳”이라며 “오는 2016년 부산에 심해공학수조가 완성되면 극한환경 해양플랜트 기술 개발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해공학수조는 길이 100m, 폭 50m, 수심 15m 규모로, 해양공학수조보다 배 이상 확대되는 셈이다.

매일 가동되고 있는 이곳 해양공학수조에서는 선박과 함정의 기본성능평가와 해양플랜트 구조물 개발·설계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진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직사각형 형태의 수조 왼쪽과 앞쪽에 50㎝ 간격으로 설치된 140여개의 조파판(造波板)이었다. 각 판은 컴퓨터 조작에 따라 개별적으로 움직여 파도를 만들어낸다. 성 부장은 “캐리비안 베이나 오션월드의 파도풀과 같이 조파판을 통해 파도를 만들어낸다. 각 판을 매우 정교하게 조작해 우리가 원하는 형상과 형태의 파(波)를 만들어 실험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펠러(Impeller·액체의 속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회전 날개)가 수중에서 작동해 조류(current)를 형성한다. 동시에 바람 발생 장치(fan)가 회전하면서 파도, 조류, 바람 이 세 가지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실제 바다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연구원들은 해양공학수조에서의 실험을 통해 실제 바다 환경에서 해양플랜트 구조물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관찰하고 계측한다.
- 연구원들은 해양공학수조에서의 실험을 통해 실제 바다 환경에서 해양플랜트 구조물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관찰하고 계측한다.
수조 내 물은 ‘청수’, 바닷물일 상황 감안해 결과 값 보정
성 부장은 수조의 뒤쪽으로 이동해 멕시코 석유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의 모형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게 바다 위의 정유공장이라고 불리는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and Offloading·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입니다. 저희가 설계한 조건의 환경에서 FPSO 구조물이 기대했던 범위 내에서 운동하는지, 계류 구조물에는 힘이 얼마만큼 걸리는지 등을 확인하는 실험을 수행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날 실험이 진행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 시설을 하루 빌리는 데만 1000만원의 예산이 들기 때문. 모형을 만드는 데 드는 재료비, 전기료, 인건비 등을 모두 고려하면 한번 실험하는 데 2000여만원의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된다.

해양플랜트 기술 실험을 하는 곳이니 실제로 바닷물을 이용해 실험을 할까. 정답은 ‘노(No)’다. 해양공학수조 내 물은 실제 바닷물이 아닌 ‘청수(淸水)’다. 소금이나 별다른 화학약품 등을 첨가하지 않고 실험한 뒤 바닷물일 상황을 감안해 정해진 기준대로 실험 결과 값을 보정한다. 성 부장은 “해수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물속에 있는 고가의 장비에 바로 부식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청수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공학수조실을 나와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사뭇 다른 온도가 극지를 연상케 하는 빙해(氷海)수조실이다. ‘후’ 하고 입김을 불면 하얀 바람이 일 정도로 온도가 낮다. 이곳에서는 모형빙(模型氷)을 생성해 쇄빙모형선 운행 실험 등을 진행하며, 극지항로실시간 안전운항기술 등을 개발한다. 염종길 미래선박연구부 연구원은 30℃에 가까운 더운 날씨에도 겨울용 점퍼를 입고 있었다. 실험 중 실험실 온도가 영하 20℃를 밑돌기 때문이다. 실험실 천장에 설치된 12개의 유니트쿨러가 영하 20℃의 냉풍을 쏴 수조의 물을 얼린다.

“앞에 보이는 것이 쇄빙모형선입니다. 실제 배의 34분의 1 크기로 제작됐습니다. 실제 극지환경에서 만들어진 지 1년 된 얼음의 경우 1~1.5m 두께가 됩니다. 1년 된 얼음을 기준으로 한다면 얼음 역시 34분의 1 크기인 50㎝ 두께로 얼려서 배가 얼음을 깨고 나갈 수 있는지 실험합니다.”

- 오는 2016년 부산에 심해공학수조가 완공되면 보다 정밀한 극한환경 해양플랜트 기술 실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내 해양공학수조의 모습.
- 오는 2016년 부산에 심해공학수조가 완공되면 보다 정밀한 극한환경 해양플랜트 기술 실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내 해양공학수조의 모습.


극지환경의 얼음처럼 강도를 맞춰 실험
특수 약품 처리된 빙해수조의 물을 얼린 후 극지환경의 얼음처럼 굽힘 강도를 맞춰주는 ‘템퍼링(tempering)’ 과정을 거치는데, 약품 처리된 얼음은 600㎪(킬로파스칼: 압력/응력 측정 단위)의 굽힘 강도를 갖는다. 만약 약품 처리를 하지 않은 일반 물을 이용하면 2배 이상의 단단한 얼음이 되는데 그 경우 실험 진행이 어렵다고 한다.

이곳 빙해수조의 실험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얼음을 만들어도 템퍼링 과정을 거친 후 적절한 굽힘 강도가 됐을 때에만 실험이 가능하며, 실험 중에도 강도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염 연구원은 “실험 후 강도 측정을 다시 해 결과 값을 보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빙해수조의 온도는 1.5℃. 다음주 실험이 예정돼 있어 미리 온도를 낮게 맞춰 놓았다고 한다. 빙해수조 내 물의 온도를 낮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매일 온도, 시간과 씨름하고 있어 지칠 법도 하지만 염 연구원의 얼굴에는 열의가 가득했다.

“실험의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해서 이곳 연구원들은 밤낮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극항로 개척 등 극지자원 개발을 위한 이슈가 많이 조명되고 있는데 빙해수조가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