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평균 수심이 3800m, 수온은 영하 2~영상 400℃(해저열수광상 부근)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우리에겐 우주만큼이나 까마득한 미지의 세계나 마찬가지다. 전 지구 생물의 80% 이상이 바다에 살고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한 번도 가본 적도, 가볼 수도 없는 곳들이며 바다가 지닌 비밀은 거의 풀리지 않고 있다. 또한 바다의 상당 부분은 ‘공해상(公海上)’, 즉 어느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은 영역이다. 이런 바다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50~60년 전부터 시작돼왔다. 전 세계적 자원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바다에 있기 때문이다. 바닷속 보물창고에 담긴 자원 탐사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 금, 은, 구리 등 주요 금속을 함유하고 있는 해저열수광상.
- 금, 은, 구리 등 주요 금속을 함유하고 있는 해저열수광상.
전세계는 이미 심각한 자원부족 상황에 이르렀다. 총 에너지 소비의 60% 이상을 수입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욱 심각하다. ‘해양자원 개발의 현재와 미래’ 보고서(삼성경제연구소, 2011)에서 배영일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20년간 30억명에 달하는 신흥국의 중산층 수요가 추가로 발생해 2035년까지 1차 에너지 수요는 4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자원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자원 가격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일부 자원부국(資源富國)을 중심으로 ‘자원민족주의’가 부상하며 한국을 포함한 자원빈국(資源貧國)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육지의 자원 고갈 현상이 커질수록 해양자원에 대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깊은 바닷속에 접근하기 위해선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양자원 탐사 및 개발 기술만 가지고 있다면 선점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해양자원은 석유와 천연가스다. 대륙붕과 심해에는 세계 매장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6조 배럴(bbl, 1bbl=약 159L) 이상의 석유가 있고, 구리·망간·니켈·코발트·금·아연 등의 주요 광물자원도 상당량 매장돼 있다. 고체 가스인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인류가 50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양이다.

이미 육상에서의 유전개발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나, 해양의 상황은 다르다. 최근 브라질 연안, 멕시코만, 호주 연안의 바다에서는 대형 유전이 잇달아 발견됐다. 허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은 “이들 심해유전을 개발하는 데에는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자본 투자와 오랜 선행 투자 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심해로부터 고온·고압의 원유를 생산하는 데에는 매우 높은 기술적 위험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전 탐사 및 시추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심 3000m 이하의 극심해(極深海)까지 개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 육지의 자원 고갈이 심해질수록 해양자원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깊은 바닷속을 탐사하기 위해선 고도의 기술력이 들어간 장비들이 사용된다.
- 육지의 자원 고갈이 심해질수록 해양자원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깊은 바닷속을 탐사하기 위해선 고도의 기술력이 들어간 장비들이 사용된다.
“개발초기 단계 광물·생물자원 굉장한 잠재력”
더구나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임에도 해양 잠재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해양자원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해양자원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온 석유 및 천연가스 외의 자원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물 및 생물자원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도 개발 초기 단계여서 잠재적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해양 생명공학-생산성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결방안’이라는 리포트에서 “해양 생물자원은 신제품과 새로운 제조 공정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굉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은 거의 접근되지 않은 분야다. 해양 생물기술을 해양 생물자원에 적용한다면 식량, 에너지, 건강 문제 등과 함께 녹색 성장과 지속 가능한 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생물 자원 중에서는 광물 자원의 잠재 가치가 매우 크다. 특히 ‘바다의 검은 노다지’로 불리는 망간단괴(Manganese nodule)와 망간각(Manganese crust), 해저열수광상(海底熱水鑛床·Seafloor hydrothermal deposit)은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한 심해저 광물자원이다. 망간단괴(團塊)는 해수 및 퇴적물의 금속성분이 해저면(海底面)에서 물리·화학적 작용으로 침전되면서 만들어진 직경 3~25㎝ 크기의 감자 모양의 금속산화물이다. 이 안에는 코발트·니켈·구리·망간 등 40종이 넘는 금속이 함유되어 있다. 이러한 금속의 산업적인 가치 때문에 망간단괴는 ‘바다의 검은 노다지’, 혹은 ‘검은 황금’에 비유되기도 한다. 망간단괴는 100만년에 1~10㎜ 정도로 매우 느리게 성장하기 때문에 어른 주먹 정도 크기가 되려면 1000만년 이상이 걸린다.

망간단괴에 함유된 금속 중 가장 쓰임이 많은 것은 니켈·구리·코발트·망간이다. 니켈은 화학 플랜트 및 정유시설 자재, 전기제품 및 자동차 산업 소재로 이용된다. 구리는 전기 관련 산업과 엔진 제조 등, 코발트는 전기·통신 산업, 항공기 엔진산업 등에 쓰인다. 망간 역시 철강 산업의 핵심적 소재다. 문재운 해양과학기술원 응용기술연구본부 본부장은 “그 중에서도 육상광상에 비해 4배 가량 높은 함량을 갖는 니켈, 코발트를 개발 타깃으로 잡고 있다. 코발트의 경우 워낙 비싸다 보니까 그보다 싼 대체재(代替財)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금속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망간단괴와 망간각과 같은 해양자원의 중요성은 그만큼 높다”고 설명했다.

값비싼 코발트 함유한 망간단괴·망간각 부가가치 높아
망간각에는 망간 이외에 코발트·니켈·백금·알루미늄·게르마늄·티타늄·구리·납 등 무려 30여종의 광물성분이 담겨 있다. 특히 코발트·니켈·망간 등 광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망간단괴와 유사하다. 문재운 본부장은 “특히 최근 희토류 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망간각에 함유된 희토류 원소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토류(稀土類·Rare earth)는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폰, 반도체, 광섬유, 2차전지, 전기자동차 등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 광물이다. 이 때문에 심해저에 풍부한 희토류를 발굴해 자원화하는 기술에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망간각은 경제적 가치 외에 역사적인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기도 하다. 망간각은 수심에 따라 독특한 조직 특성이 나타난다. 망간각이 만들어지는 해저산(山)들은 약 1억~1억20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초에 형성된 것으로, 망간각 내의 금속원소들의 성분은 망간각이 만들어질 당시 해수의 화학적 특성을 담고 있다. 문재운 본부장은 “이들 금속원소의 성분 변화를 통해 당시 해수의 환경변화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망간각의 나이테와 같은 미세한 층리(層理)는 수백만년 동안 일어났던 해양환경 변화의 비밀을 압축·저장해 놓은 ‘지구환경 블랙박스’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저열수광상(Seafloor hydrothermal deposit)에는 망간각·망간단괴와는 또 다른 종류의 금속들이 담겨 있다. 해저열수광상은 수심 1000~3000m에서 마그마로 가열된 열수(熱水)가 온천처럼 솟아나는 과정에서 금속이온이 차가운 물에 접촉하면서 침전돼 형성되는 것으로 금, 은, 구리 등 주요 금속을 함유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국제해저기구(ISA)와 인도양 공해상의 해저열수광상 개발을 위한 탐사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곳은 여의도 면적의 약 3448배에 달하는 1만㎢ 규모로,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앞으로 2029년까지 15년간 이 지역을 독점적으로 탐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문해남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은 “미래 전략자원인 심해저 광물자원을 선점, 개발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함께 진행 중인 심해저 광물자원 탐사장비의 개발을 통해 앞으로 해당 장비의 수출효과뿐 아니라 조선·항공·우주 등 극한환경 분야로의 기술 응용 및 파급 효과도 크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곳 외에도 태평양 공해상 C-C (Clarion-Clipperton) 해역의 망간단괴 독점광구, 남태평양의 통가 EEZ(배타적경제수역) 해저열수광상 독점광구, 피지 EEZ 해저열수광상 독점광구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이 광구를 모두 합하면 남한면적(약 10만㎢)의 1.12배에 달하는 총 11.2만㎢의 광활한 지역의 탐사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망간단괴와 해저열수광상 탐사광구를 모두 확보한 나라로는 중국 ·러시아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다.

1. 이정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바이오연구부장은 “바닷속에는 적어도 1000만종 이상의 생물이 살고 있다. 이들의 생존 기능이 밝혀진다면 산업적 활용가치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심해저 고세균인 NA1은 70~90℃의 고온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유해물질인 일산화탄소를 먹이로 해 경제가치가 높은 수소를 배출한다.3. 문재운 해양과학기술원 응용기술연구본부 본부장은 “망간각의 나이테와 같은 미세한 층리는 수백만년 동안 일어났던 해양환경 변화의 비밀을 압축·저장해 놓은 ‘지구환경 블랙박스’”라고 설명했다.
1. 이정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바이오연구부장은 “바닷속에는 적어도 1000만종 이상의 생물이 살고 있다. 이들의 생존 기능이 밝혀진다면 산업적 활용가치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심해저 고세균인 NA1은 70~90℃의 고온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유해물질인 일산화탄소를 먹이로 해 경제가치가 높은 수소를 배출한다.
3. 문재운 해양과학기술원 응용기술연구본부 본부장은 “망간각의 나이테와 같은 미세한 층리는 수백만년 동안 일어났던 해양환경 변화의 비밀을 압축·저장해 놓은 ‘지구환경 블랙박스’”라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팀 밍크고래 유전체 세계 최초 해독
광물 자원과 함께 해양 생물자원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극지 및 심해저 미생물 개발이 해양 바이오산업의 주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양생물 유전체 연구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내고 있다. 한국해양기술원과 테라젠이텍스바이오연구소 연구팀 등 국내외 24개 기관의 총 55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1월 밍크고래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미국, 중국 등 그동안 생물유전체에 관한 연구를 선도해온 국가들 모두 고래 유전체(유전자들의 총합) 해독 연구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기에 더 눈에 띄는 쾌거였다.

연구단장을 맡았던 이정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바이오연구부장은 “고래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인 2만2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또한 고래는 어류와 달리 아가미가 없음에도 호흡하지 않으면서 최대 1시간 이상 잠수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산소 결핍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산소증이 인간의 뇌졸중, 심장마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 연구결과를 활용하면 저산소증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을 비롯해 다양한 의학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래 중에는 수명이 200년 가까이 되는 종도 있다. 차가운 물속에 살기 때문에 지방층이 두꺼운 고래가 사람의 성인병과 같은 질병 없이 긴 수명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주된 연구 분야라고 한다. 이 또한 사람의 질병 연구에 활용될 정도로 가치가 높다.

이미 다양한 신약 개발에 해양 생물의 연구가 활용된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구게(horse-shoe crab)는 효율적인 박테리아에 대한 방어 체계를 가지고 있어 사람의 초기 감염 경로 파악과 발열 물질의 흔적을 찾는 데 사용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활한 해양수산부 또한 ‘해양생명공학(MBT·Marine Bio-Technology)’ 분야 육성을 위한 국정과제를 내놓은 바 있다.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GIA·Global Industry Analysts) 조사에 따르면, 해양생명공학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10년 기준으로 약 33억달러(약 3조7000억원)로 추산되고, 이 중 미국이 45%, 우리나라는 1.5~2%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한 전 세계 해양생명공학 산업 시장 규모는 2017년 46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제2차 해양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2008~2016>·국토해양부)

여기에 최근 세계 각국이 나고야 의정서 비준을 완료하고, 조만간 발효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양자원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고야 의정서(Nagoya Protocol)’는 다른 나라 생물자원을 이용해 약이나 화장품 등을 만들어 이익을 얻으면 원산지 국가와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됐다. ‘50개국 비준’을 넘어서면 발효 요건이 채워진다. 선진국들은 그간 주로 개도국인 자원 부국의 생물자원을 마구 가져다 약품이나 화장품 등으로 개발해 이득을 취했지만, 나고야 의정서가 발표될 경우 자원 소유국이 로열티를 받아가며 생물자원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정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바이오연구부장은 “학계에서는 해양생물이 적어도 1000만종 이상 될 것이며 지금까지의 연구는 1%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야말로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생명공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3면의 바다에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 생물자원 개발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므로 우리도 관련 기술 개발과 지원에 더욱 힘써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