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자원 선점을 위한 각국의 경쟁이 뜨겁다. 해양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연안 인근을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선포해 인접국 간 영유권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해양자원산업 가운데서도 가장 큰 시장인 해양석유·천연가스 분야에서의 국제 경쟁력이 강조되지만, 심해저 광물자원, 해양생물(해양신물질), 해양에너지 등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해양자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심해저 자원 중에서도 세계 각국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고 있는 것은 ‘망간단괴’다. 한국은 지난 2012년 독자 개발한 자항식(自航式) 망간단괴 파일럿 채광로봇 ‘미내로(수심 6000m급, 하루 5000톤의 망간단괴 채광 가능)’의 심해주행을 지난 2013년 7월 동해 수심 1370m 해역에서 세계 최초로 성공시킨 바 있다. 심해저 자원개발 후발주자로 시작한 한국이 미국, 유럽 등 자원개발 선진국의 기술력을 앞지른 것이다.

심해저 망간단괴의 상업화 시기가 가시화되면서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사업 추진 주체는 정부에서 민간 기업 중심으로 전환됐다. 2011년 이후 국제해저기구에 신청 또는 승인된 8개 광구는 모두 영국, 캐나다, 벨기에 등 3개국의 민간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국내법(자국법)에 따른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을 주장하고 국제해양법에 비준하지 않았으나, 민간 기업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사는 망간단괴 개발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국제해양법에 비준한 영국에 자회사 UK 시베드 미네랄 리소스(UK Seabed Mineral Resources)사를 설립했다. 국제규범에 따라 2개 이상의 광구권을 확보해 2020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망간단괴 개발사업 총괄책임자인 지상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해저자원연구부 박사는 “항공우주산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던 록히드마틴사가 해양자원과 에너지 개발에 역량을 집중함에 따라 망간단괴 개발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잡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심해저 자원개발 컨소시엄을 형성해 개발을 추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지 박사는 “유럽에는 해양플랜트 분야에 특화된 기술력 높은 회사들이 많아 이들이 힘을 모은다면 망간단괴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해양선진국들은 망간각 및 해저열수광상에 대한 광역조사를 198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해왔다. 사진은 열수광체 탐지를 마치고 회수되는 CTD-Toyo 장비.
- 해양선진국들은 망간각 및 해저열수광상에 대한 광역조사를 198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해왔다. 사진은 열수광체 탐지를 마치고 회수되는 CTD-Toyo 장비.
세계가 주목하는 ‘심해저 망간단괴’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 BGR은 아커 워스(Aker Wirth)사와 공동개발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8~2023년쯤 상업채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벨기에의 지텍 시 미네랄(G-Tech Sea Minerals)사는 2개 망간단괴 광구개발을 추진 중이며, 2019년 시범생산, 2020년 상업생산할 예정이다.

3개의 망간단괴 광구를 개발하고자 하는 캐나다의 노틸러스 미네랄(Nautilus Minerals)사는 해저열수광상 채광기술을 활용해, 2019년 시범생산하고 2020년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개발이 유망한 광구 확보에 대한 각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 박사는 “미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해양선진국들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 및 공해상에 부존(賦存)하고 있는 망간각 및 해저열수광상에 대한 광역조사를 198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해왔다”며 “현재는 영역을 넓혀 태평양 도서(島嶼)국가의 배타적경제수역 내 자원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1세기 신에너지 자원이라 불리는 메탄수화물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메탄수화물은 연소할 때 천연가스와 알코올보다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공해를 크게 감소시킨다. 메탄수화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은 2015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수화물의 특성, 부존량, 안정적 생산기술, 탄산가스 분리저장 등을 연구 중이다. 일본은 오랜 기간의 조사 연구를 거쳐 실제 해역에서 메탄수화물 추출시험에 성공했으며, 현재 사업화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해양신물질은 대표적 고부가가치 자원
해양생물에서 추출하는 해양신물질 분야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해양생물 추출물질로는 산호의 소염진통제 수도테로선(pseudote-rosins), 갑각류의 외피(外皮)에서 추출되는 키토산(chitosan) 등이 있다.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외생물자원연구센터 연구원은 “미국의 대표적인 생의학 연구소인 스크립스 연구소와 일본, 호주도 해양신물질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페인 기업인 파마마가 해양신물질을 통한 의약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도 등에서도 해양신물질 분야의 기초연구가 한창이다.

해양에너지 분야에서는 영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미국이 앞서 있다. 영국은 해양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테스트베드(Test Bed·부품이 시스템 내에서 원활히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시스템) 구축이 잘 돼 있는 상태다. 이광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안개발·에너지연구부 연구원은 “영국은 해양에너지 개발을 위한 연구소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며 “산학연 협력이 원활하며 국가 기술 지원 체계 내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966년 세계 최초로 조력(潮力)발전소를 설치해 해양에너지를 획득하고 있다. 현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세계적으로 녹색산업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은 오는 2030년까지 해양풍력으로 2만~2만5000㎿(메가와트·1㎿=100만W)의 전력 조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광수 연구원은 “독일은 포이트 하이드로(Voith Hydro)라는 대기업이 세계시장을 겨냥해 해양에너지 분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해양에너지 분야는 단기간에 발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