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앞선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농촌에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새로운 소득 창출에 성공한 농촌교육농장 강소농인 ‘행복텃밭’도 그런 사례 중 한 곳이다.

지난 3월10일,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어천리. 도로에 인접한 행복텃밭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꿀벌, 잠자리 등 곤충 모형들이 먼저 반긴다. 파릇파릇 자라고 있는 유기농 채소들 사이에 서있는 토마토 등 채소류 캐릭터와 손글씨 팻말이 정겹다. 텃밭의 가운데로는 구불구불 작은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군데군데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텃밭이라기보다는 작은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행복텃밭은 친환경 야채를 주작목으로 기존의 단순한 체험형식에서 벗어나 먹고, 놀고, 배우는 자연학습이 가능한 교육농장이다. 2~6월까지는 딸기체험이 이뤄지는데, 1만원(4~7세)·1만5000원(8세 이상)을 내면 딸기를 실컷 따먹고, 1팩을 담아갈 수 있다.

- 황유섭 행복텃밭 대표가 교육체험 전용 하우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황유섭 행복텃밭 대표가 교육체험 전용 하우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농업의 중요성 알리기 위해 체험 시작
이 농장을 운영하는 황유섭 대표(52)는 2008년까지 경기도 동탄에서 30여년간 엽채류 농사를 지은 베테랑 농사꾼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농사에 뛰어들었다. 유기농 채소를 통해 고소득을 올렸던 황 대표는 동탄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경기 화성으로 자리를 옮긴 후 체험과 생산을 겸한 농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토마토를 주력으로 하고 상추와 고구마 등도 재배하며 틈틈이 체험객을 받았다.

“초기에는 수확위주의 단순체험을 했어요. 그런데 도시민들이 찾아와 체험을 하면서 농작물을 함부로 대하는 걸 보고 너무 마음이 상했어요. 체험객 대부분이 모종을 심어놓으면 토마토는 그냥 열리는 줄 알고 있더군요. 거기다 가격까지 마음대로 깎는 모습에 체험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죠.”

황 대표는 도시민과 자라는 아이들에게 농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무엇보다 먼저 심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러한 생각은 2007년 네덜란드의 한 농가로 연수를 가면서 더 굳어졌다. “네덜란드의 그 농가는 토끼를 키우면서 체험과 교육을 하고 있었어요. 엄청난 충격을 받았죠. 어른은 바꾸기 힘들지만 어린 아이들은 바꾸기 쉽잖아요. 농업인들이 땀 흘려 재배하고 수확하는 농산물의 소중함과 농업의 중요성을 도시민과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었어요.”

그는 농업교육과 체험을 위해 1584㎡(약 480평) 규모의 연동하우스를 지었다. 텃밭의 설계와 디자인은 패션기업 쌈지 등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우리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각종 채소들을 농업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꽃밭보다 아름다운 텃밭’을 모토로 했다.

유치원·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했다. 행복텃밭에 도착한 아이들은 텃밭에 심어진 유기농 작물들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며 흙과 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들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단체일 경우 6명씩 팀을 이뤄 텃밭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종자선택·파종·재배·수확·포장·브랜드화·판매까지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작물선정에서부터 판매까지 공동으로 작업하면서 협동심과 함께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점심으로는 행복텃밭에서 기른 유기농 채소를 직접 따서 비빔밥을 만들어 여럿이 둘러앉아 먹는다.

2010년부터는 딸기체험농장으로 전환했다. 그해 660㎡(200평) 규모로 시작한 딸기농사는 망쳤다. 수질관리에서부터 병충해까지 아무리 열심히 책을 보고 다른 농가의 조언을 들어봐도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딸기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배수가 잘 되지 않은 곳에 딸기를 심었어요. 또 무농약으로 키우다 보니 병충해 관리도 쉽지 않았고요.”

쓰디 쓴 첫 실패는 오히려 약이 됐다. 2012년에는 딸기 재배면적을 4620㎡(1400평)로 늘렸다. 이 중 1650㎡(500평)에는 고설재배시설을 갖췄다. 고설재배는 땅에서 90cm 높이에 베드를 설치해 딸기를 재배하는 방식이다. 서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땅에서 재배할 때보다 일손이 60% 정도 줄어든다. 딸기 수확 체험을 하기에도 편하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다. 홈페이지를 보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체험농장다운 사이트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체험객들이 농장을 찾기 시작했고 그들을 통해 입소문이 금방 퍼져 나갔다. 주말 체험은 한 달 전에 예약이 만료될 정도로 인기다.

- 행복텃밭의 교육농장 전경
- 행복텃밭의 교육농장 전경


체험객 절반가량이 재방문
지난해 ‘행복텃밭’을 다녀간 체험객은 1만1000여명에 달한다. 이 중 한번 방문한 고객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거의 절반에 이른다. 단순체험을 벗어나 ‘내용 있는 체험’, ‘뭔가 느끼는 체험’으로 차별화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올해 체험객 유치 목표는 2만5000명이다.

시설하우스에서 부인 안종미씨(48)와 함께 생산한 딸기는 체험과 직거래로 전량 판매된다. 행복텃밭이 지난해 거둔 조수입(필요한 경비를 빼지 않은 수입)은 1억4000만원이다. 2011년 조수입이 3000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행복텃밭에서는 계절에 따라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2월부터 6월까지는 딸기, 6월에서 8월까지는 옥수수와 감자, 9월에는 고구마, 10월에는 김장채소 체험이 가능하다.

황 대표는 “체험객들이 농산물을 생산하기까지 쏟아부은 농부의 정성과 땀을 직접 느끼도록 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농산물은 정말 고귀하고, 농업은 존중받을 만하며 가치 있는 직업이라는 인식을 하면 정말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