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새로운 가능성의 분야로 떠오른 배경에는 강소농이 있다. 우리 농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는 기반이 바로 강소농이다. 고소득 작물로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는 농가 2곳을 찾았다.
- 2.3ha(69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있는 김용국씨(57).
- 2.3ha(69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있는 김용국씨(57).

끝 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전북 김제시 광활면. 이름 그대로 드넓은 평야에는 비닐하우스가 빼곡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감자 수확이 한창이었다. 트랙터가 지나가자 흙속에 묻혀 있던 뽀얀 감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꾼들은 감자를 크기별로 골라 박스에 차곡차곡 담았다.

벼농사로 유명한 광활 지역에서 하우스감자를 심기 시작한 것은 약 30년 전부터다. 처음엔 한두 농가가 재배했으나 감자로 높은 소득을 올리자 재배면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 재배농가는 지난해 220농가에서 올해 300여 곳으로 늘었다. 감자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도 4800동에서 5500동으로 증가했다.

이곳 농가에서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잠시 쉴 겨를도 없이 곧바로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감자를 심는다. 또 감자 수확이 끝나는 5월 말쯤이면 다시 하우스를 철거하고 모내기에 들어간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햇감자는 전국 봄 감자 출하물량 중 약 30%를 차지한다. 광활면의 13개 작목반에서 매일 5t 차량으로 15대씩 출하된다. 출하물량이 증가하는 4월 말에는 30~40대로 늘어난다. 김제시는 300여 농가가 총 200억원 이상의 조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강선옥 농촌진흥청 강소농지원단 기술위원은 “김제 햇감자는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 토양에서 자라서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으며 포근포근한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김제 햇감자’가 입소문이 나자 주민들은 2007년부터 수확철에 축제도 열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지평선광활햇감자축제’가 바로 그것. 지난 4월12일 열린 올해 감자축제에는 유통 상인을 비롯해 관광객 등 1000여명이 붐볐다. 이 축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데 어울리는 한마당 잔치로 마련돼 감자를 테마로 감자전, 찐감자 등을 맛볼 수 있는 시식코너와 감자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 부스를 운영, 축제 참여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 트랙터를 이용해 감자를 캐고 있는 모습(위). 이곳에서 생산된 감자는 전국의 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
- 트랙터를 이용해 감자를 캐고 있는 모습(위). 이곳에서 생산된 감자는 전국의 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
벼농사보다 3~4배 소득 많아
2.3ha(69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있는 김용국씨(57)는 올해 감자로만 6000만원 정도의 순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김씨가 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이 지역의 농가들이 겨울재배용 작목으로 감자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벼농사보다 소득이 3~4배 높았죠. 처음에는 1200평으로 시작해 점차 재배면적을 늘렸어요.”

그런데 얼굴빛은 좋지 않았다. 올해 수확량이 예년보다 소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비닐하우스 1동(200평)에서 20㎏들이 120박스를 거뒀지만 올해에는 100박스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의 갑작스런 추위로 인해 냉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재비와 인건비는 많이 오른 데 비해 도매시장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형성돼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감자로 매년 5000만~600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이는 새로운 재배기술을 통한 품질 향상은 물론 선별, 유통의 체계적 관리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2011년부터 씨감자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김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생산한 조직배양묘(조직배양에 의해 태어난 어린 묘목, 씨감자의 전단계)는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센터를 거쳐 김씨 등 이 지역 농가에 보급된다. 어른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묘목을 받아 키우면 씨감자가 된다. 전년도에 생산된 감자를 씨감자로 사용할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강선옥 기술위원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자를 씨감자로 사용할 경우 많게는 50% 가량 수확이 감소한다”며 “수확한 감자는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농업기술센터에서 저렴하게 공급한 조직배양묘를 키워 씨감자로 사용하게 되면 이런 위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일명 ‘밭떼기(포전거래)’였던 거래방식이 체계화된 것도 소득증대에 큰 힘이 됐다. 2004년 작목반이 구성되면서 김씨를 포함해 이 지역 농가에서 생산된 감자는 김제시 통합브랜드인 ‘지평선광활햇감자’라는 이름으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비롯해 전국의 도매시장으로 출하된다.

이 지역의 13개 감자 작목반은 2012년 선별집하장과 저온저장고 등을 설치, 수입 개방 확대와 유통시장 변화 등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감자선별집하장에서는 감자 크기에 따라 왕왕·왕특·특·대·중·조림 등 6가지로 자동 선별돼 10㎏들이 상자로 포장된다. 자동선별 라인을 거친 감자는 농협 하나로마트, 이마트, 롯데마트 등 전국의 대형 할인점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

- 일꾼들이 감자를 크기별로 골라 박스에 담고 있다.
- 일꾼들이 감자를 크기별로 골라 박스에 담고 있다.
아들에게 농사 대물림
최근 2~3년 동안 50여명이 광활면에 귀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아들인 윤범씨도 그 중 한명이다. 윤범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다 김씨의 권유로 3년 전 귀농했다. 부자는 늘 함께 일한다. 아버지는 30여년 동안 습득한 농사법을 가르치고, 아들은 그 노하우를 배운다. 윤범씨는 감자 수확으로 바쁘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김씨는 “농사도 이제는 기계화돼 힘들지 않고, 고소득도 올릴 수 있다”며 “아들에게 농사를 물려줄 수 있게 돼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Mini Interview | 임종렬 범솥농장 대표

- 임 대표는 “삼채 재배를 시작하기 전에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삼채 재배 방법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임 대표는 “삼채 재배를 시작하기 전에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삼채 재배 방법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채, 혈압 당뇨 숙취 해소에 그만이죠”

지난 4월1일, 경기 여주시 점동면의 범솥농장에서는 ‘삼채’ 재배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름도 모양도 생소한 삼채는 파속식물(파, 부추, 마늘, 양파 등)로 인도 동북부와 미얀마 등의 히말라야 산자락의 고산지(1400~4200m)에서 자생하는 반음지 식물이다. 잎은 부추처럼 생겼고, 뿌리는 두툼하다.

매운맛과 단맛, 쓴맛을 함께 가지고 있는 뿌리가 인삼을 닮았다고 해 삼채란 이름이 붙었다. 뿌리와 잎, 꽃대를 모두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삼채에는 마늘의 6배에 달하는 유황 성분이 함유돼 있다. 유황 성분은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또 혈압, 당뇨, 변비, 숙취 해소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부터 삼채를 재배해 온 임종렬 범솥농장 대표는 “원래는 벼농사를 위주로 했는데 새로운 소득 작물을 찾다가 지인을 통해 미얀마에서 수입해 온 삼채를 접하게 됐다”며 “가격이 높아 고부가가치 작물로 손꼽힌다”고 설명했다. 삼채 소득은 10a당 300여만원으로 양파(230만원), 대파(178만원)보다 많다.

삼채는 재배기술이 까다로운 작물이다. 임 대표 역시 삼채를 제대로 재배하기까지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는 “삼채는 인삼과 같은 반음지(절반 정도 응달이 진 곳) 식물로 햇빛을 차단해줘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것도 몰랐다”며 “2012년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소한 작물이다 보니 재배법을 배울 만한 곳도 없었다. 삼채 수입업자에게 얻은 정보로도 부족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삼채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였다. 완전히 발효된 거름을 사용해야 하는 것도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됐다. 발효가 안된 퇴비를 사용하면 ‘고자리파리’란 병충해가 생겨 농사를 한 번에 망치게 된다.

임 대표는 지난해 0.8ha(240평)에 삼채를 재배해 2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5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여주 = 백예리 기자
by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