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정작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귀농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땅만큼 노력의 대가를 알아주는 것도 없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부지런함이 몸에 배야 한다. 이들은 “한 주일만 늦게 수확해도 낭패를 보는 것이 농사”라고 지적했다. 고창에서 만난 한 귀농인들은 “돈 받아 시골 가 농사나 짓겠다”는 식의 발상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귀농 가구수 기준 1, 2위를 기록한 전북 고창과 경북 상주를 찾아가 스타 귀농인들의 성공 노하우를 들어봤다.

- 경북 상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나사웅씨는 토지를 임차해 지난해 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 경북 상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나사웅씨는 토지를 임차해 지난해 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1 지역 특산물을 재배하라
작물 선택은 귀농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용작물 등 희소성을 갖춘 품목은 수매가가 비싸 소득에는 도움을 주지만 초기 시설비용이 많이 들며, 판로를 확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지역 특산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특산물은 지역 농협에서 대량 수매해주기 때문에 판로 측면에서 유리하다. 전북 고창만 해도 지역 내에서 수확된 복분자는 농협에서 전량 수매해주고 있다. 또 지자체마다 특산물 재배 노하우를 갖추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련 농기자재와 농업지원금 등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귀농 초기 여러모로 유리하다.

2 땅과 주택은 가급적 빌려 써라
귀농으로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은 귀농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초기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고창의 경우 땅값이 3.3㎡당 6만원선이며 비닐하우스 설치비용은 3.3㎡당 3만원대다. 예컨대 3305㎡(1000평) 땅에 비닐하우스를 지으면 들어가는 비용만 9000만원이다. 농가주택 신축 시 발생하는 비용은 고창군의 경우 건평 99㎡(30평) 기준 1억5000만원이다. 땅 사고 집짓는 데만 단순계산해도 필요한 비용이 2억4000만원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농기자재와 모종 구입 등 제반비용까지 합치면 귀농에 필요한 비용은 3억원을 훌쩍 넘는다. 기존 농가 주택을 매입해 수리하는 비용도 평균 5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때문에 최근 토지나 주택을 임대해 활용하는 귀농인도 늘고 있다. 상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나사웅씨(42)는 대위 전역 후 도시에서 학원 강사 생활을 하다 지난 2009년 귀농을 결심했다. 갑작스럽게 시골에서 홀로 사는 장인을 모시게 되면서 귀농을 결심한 나씨는 올해 200만원을 주고 배나무가 심어진 농원 6611㎡(2000평)를 임차했다. 작년 1만6528㎡(5000평)를 장인과 함께 가꿔 벌어들인 순수익은 3000만~4000만원이었다. 현재 상주시 과수농원용 땅값은 3.3㎡당 6만~7만원이며 임대료는 3.3㎡당 1000~1500원이다. 나씨는 “땅을 임차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품앗이 등 지역 일에 적극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빈 농가주택의 경우 월 10만~20만원에 임차가 가능하다.

(좌) 전북 고창에서 저온 숙성 유기농 된장, 청국장을 생산하고 있는 김상관씨.(우) 상주 함창읍에서 화훼재배를 하고 있는 전선규(오른쪽)씨.
(좌) 전북 고창에서 저온 숙성 유기농 된장, 청국장을 생산하고 있는 김상관씨.
(우) 상주 함창읍에서 화훼재배를 하고 있는 전선규(오른쪽)씨.

3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농촌 사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다. 고창, 상주가 다른 시·도에 비해 귀농 수요가 많은 것은 현지 정착률이 높아서다. 고창군은 공음면에 위치한 옛 신왕초등학교 내 귀농귀촌학교를 세워 4월~11월까지 8개월간 무료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창으로 귀농 온지 1~2년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고창귀농귀촌학교에서는 재배 기술부터 농가자산관리까지 다양한 교육이 진행된다. 김한성 고창귀농귀촌협의회 회장은 “한해 수강생만 1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산하 면(面)마다 기존 농업인과 새내기 귀농인을 ‘멘토-멘티’로 묶는 것도 귀농 정착률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상주시도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건축 공구 사용법, 에너지 절감 주택과 생태화장실 건축 시공 등을 가르쳐주는 귀농건축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4 귀농 1~2년 전부터 차근히 경험해보라
본격 귀농을 하기 전 1~2년 전부터 농사일을 경험해보면 이주 후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문제를 미리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주요 시·군들은 다양한 농가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고창은 현재 군 내 20여개 집을 둥지형 주택으로 지정했으며 상주시도 8곳의 농가주택을 개조한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예비 귀농인들이 이용하는 둥지형 주택의 임대료는 월 10만원으로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차진환 상주시 귀농귀촌특별지원팀 계장은 “초기 1년간은 지역 주민의 농사를 도와주며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5 공공기관 지원금에 의존하지 말라
현재 주요 시·군 지자체는 도시민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자금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고창, 상주를 비롯해 상당수 시·군 지자체가 지원하는 정책자금은 크게 정착지원금, 주택수리비, 농지구입비, 입주민초청행사 지원비 등이다. 이사비용과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들 지원금은 해당 지역 내 전입신고를 하고 일정기간 이상 실제 경작을 해야 지급된다. 방식도 일시불 지급이 아니라 거주 여부를 확인해 최장 3년에 걸쳐 나눠서 지원한다. 또 고창군이 가구당 5000만원씩 책정한 농지구입자금도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자금은 정작 귀농 성공에 커다란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서 “돈 때문에 농촌에 내려오는 귀농인들은 보통 실패하고 도시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상)첨단 압축 설비로 전북 고창에서 최고급 복분자 즙을 생산하고 있는 송성호씨(하) 고창읍 내동리에서 도화지농업으로 쏠쏠한 농가수입을 올리고 있는 씨알농원의 김기숙(오른쪽), 최종인씨
(상)첨단 압축 설비로 전북 고창에서 최고급 복분자 즙을 생산하고 있는 송성호씨
(하) 고창읍 내동리에서 도화지농업으로 쏠쏠한 농가수입을 올리고 있는 씨알농원의 김기숙(오른쪽), 최종인씨

6 토지가치 상승까지 생각하라
상주시 중동면 회상리에서 블루팜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근홍씨(64)는 상주에서 블루베리를 가장 크게 경작하고 있는 ‘부농’(富農)이다. 엔푸드 대표이사를 지낸 그가 상주로 귀촌한 것은 지난 2007년 무렵.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천대 국민관광지 부근 지금의 농장 땅을 보고 그는 단숨에 구입을 결정했다. 그는 이곳 3만3057㎡(1만평)에서 생산한 블루베리로 지난해 1억원 가까운 농가수익을 거뒀다. 블루팜블루베리는 전국 최초로 KS, Q, ISO 9001·2008 등의 품질경영시스템을 인증받았다. 현재는 주로 인터넷으로 판매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그의 농장 주변은 진입도로 등이 정비됐다. 보유한 토지에 비해 주거공간은 33㎡(10평) 남짓이다. 이씨는 “평(3.3㎡)당 5만원짜리 2000평(6611㎡)보다 10만원짜리 1000평(3305㎡)이 좋고, 20만원짜리 500평(1652㎡)은 더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씨는 “많은 귀농인들이 초기 집 짓는데 지나치게 많은 돈을 들이는데 농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땅을 사는 것”이라면서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인 상주는 토지 투자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7 평범한 것보다는 테마농사를 지어라
고창군 고창읍 내동리에서 씨알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숙씨(54)가 고창에 터전을 잡은 것은 지난 2011년 무렵이다. 대학에서 한지디자인을 가르친 김씨는 현재 내동마을 내 광산김씨 재실(齋室)을 관리하는 ‘재실지기’로 살고 있다. 재실이란 한해 한번씩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주택이다. 예전에는 소작농이 주로 관리했지만 현대화로 농촌인구가 줄면서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김씨는 현재 옛날 재실지기가 쓰는 집을 수리해 사용하고 있다. 본채인 재실을 관리해주기 때문에 별도 임대료는 내지 않고 있다. 제사를 지내지 않을 때 본채는 자신의 서재로 사용되고 있다. 계약서상 기록된 임차기간은 그녀가 집을 나갈 때까지다. 김씨는 “한해 한번 사용하는 광산김씨 재실이 고창에만 17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그녀는 고향친구인 최종인씨와 함께 마을 입구 5289㎡(1600평)에 오디나무를 심은 농장(씨알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 한쪽에 661㎡(200평)씩 자리 잡은 공간은 도시민들을 위한 주말농장과 교육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마을 안쪽 1만1570㎡(3500평) 땅에는 복분자, 블루베리 등을 심어 수확하고 있다. 농장 곳곳에 다양한 소품이 설치된 씨알농장은 서울, 경기 등 전국에서 한해 평균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인터넷이 아닌 방문객들의 입소문만으로 판매되는 씨알농장은 생산한 오디를 팔아 지난해 5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오디, 복분자를 유기농으로 재배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농장 전체를 한 폭의 수채화처럼 꾸미기 위해 자신들의 농법을 ‘땅 지(地)’자를 쓴 도화지(圖畵地)농법이라고 부른다는 김씨는 “고창의 먹을거리와 관광지와 연계된 여행상품으로 개발해 수익을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 블루베리 농장을 일구고 있는 블루팜블루베리 이근홍씨는 경북 상주에서도 소득이 많은 억대 부농이다.
- 블루베리 농장을 일구고 있는 블루팜블루베리 이근홍씨는 경북 상주에서도 소득이 많은 억대 부농이다.

8 소액이라도 바로 수익을 내라
상주시 함창읍에서 화훼를 재배하고 있는 전선규씨(44)는 웨딩숍을 운영하다 귀농한 케이스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살던 그는 6년 전 아무 연고가 없는 상주로 와 땅을 임대받아 화훼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함창읍사무소를 찾아가 화훼재배에 적합한 땅을 알아보던 전씨는 담당 공무원의 소개로 신흥리 이장의 토지를 임대받았다. 1983㎡(600평) 토지의 임대료는 연간 200만~300만원 수준. 이곳에 두 동의 비닐하우스를 지으면서 들어간 돈은 2000만원이었다. 전씨가 선택한 화훼업은 손이 많이 가지만 3개월 후면 바로 출하가 가능해 현금화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다. 초창기 전씨는 여기서 생산한 꽃을 팔아 800만~9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월수입은 평균 400만원선. 전씨는 “농사는 자기 인건비를 줄인 만큼 수익을 내는 사업”이라면서 “부부가 함께 내려와 화훼재배를 할 경우 5개동 1만6529㎡(5000평)는 충분히 경작할 수 있으며 여기서 동별로 3개월씩 매달 다양한 꽃들을 재배해 내다팔면 월 500만원 정도의 수입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9 하나를 만들어도 명품을 만들어라
서울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잡지사 프리랜서와 대기업 화보를 찍던 송성호씨(47)는 지난 2008년부터 고창에 내려와 살면서 명품 복분자즙 생산에 여념이 없다. 주변 친구들이 복분자를 즐겨 마시는 것을 보고 ‘정 안되면 친구한테라도 팔면 되겠다’라는 생각에 시작한 그의 복분자즙 공장은 고창에서 최첨단설비를 갖춘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그는 이곳에서 복분자뿐만 아니라 호박, 양파 등 다양한 종류의 즙을 짜, 온라인 직거래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비틀어서 짠다고 해 제품 브랜드도 비틀즙으로 명명했다.

그가 처음부터 첨단설비를 꾸려 제품을 생산한 것은 아니다. 초기 그는 고창읍내에서 소규모 건강원을 창업했다. 99㎡(30평) 정도 되는 규모에 임대료와 시설비만 1억원이 들어갔다. 당시 그의 사업방식은 수확 후 농가에서 의뢰한 복분자를 짜주고 수고비만 받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하면 수확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수수료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그는 3년 전부터 고수면 우평리에 4억원을 들여 최첨단 시설을 갖춘 즙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원료도 농가로부터 제공받지 않고 단위 농협에서 수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송씨의 목표는 무향료, 무색소, 무설탕, 무방부제 등 아무것도 넣지 않고 100% 복분자 원액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물과 희석시킨 복분자액을 생산하면 당장 수입은 늘겠지만 다른 대규모 시설과의 경쟁에서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면서 “수입이 많이 늘지 않더라도 당분간 명품 복분자 생산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첫해부터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그는 현재 한해 매출만 3억원이 넘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고창군 상하면에서 유기농 된장, 청국장을 생산하고 있는 ‘샛터’의 김상관씨(56)도 ‘명품에다 승부수를 걸겠다’는 생각이다. 경북 구미에서 25년간 살아온 그는 5년 전 고향으로 귀촌한 케이스다. 귀촌 후 4년간 전통장류 연구에 시간을 보낸 그는 장류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증도 땄다. 1만6529㎡(5000평) 규모의 토지를 매입하고 한쪽에 지하 3m50cm 높이로 토굴을 만든 김씨는 올해부터 이곳에서 저온에서 숙성한 최고급 전통장류를 생산할 계획이다.

10 지역민과의 융화가 중요하다
도시민들이 귀농한 뒤 가장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지역민들과의 갈등이다. 핵가족 문화에 익숙한 도시민들에게 시골 고령층의 관심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거처를 마을과 떨어진 곳에 두든지 아니면 마을 내에 집을 마련하고 지역주민과 최대한 맞춰나갈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상주시 나사웅씨는 귀촌 후 동네 마을회관에서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글학교를 열어 호감을 얻었다. 나씨는 “무역학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지역 단위 농협의 해외 수출을 도와준 것이 조기 정착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상주시 전선규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전씨는 “초창기 마을 내 귀농가구가 5가구 정도 됐는데 자신을 빼고 나머지 4가구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발생하면서 도시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시생활의 습관을 여기(농촌)까지 와서 그대로 이어갈 생각을 한다면 애당초 귀농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