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프러포즈, 성년식 등 각종 기념일에 빠지지 않는 꽃. 꽃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꽃. 바로 장미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장미의 다양한 변신을 들여다봤다.

사 랑을 고백할 때 빠지지 않는 필수품인 장미는 대부분 빨갛거나 분홍색이다. 하지만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뇌조리 늘봄농원의 장미는 그야말로 색다르다. 자연에서는 볼 수 없는 파란색이나 보라색 장미도 있다. 마술도 부린다. 이 농원의 임주완 대표가 저온 저장고에서 꺼낸 주황색 장미에 입김을 불자 꽃잎이 노란색으로 변했다. 빨간 장미는 흰색으로, 보라색 장미는 파란색으로 색깔이 바뀐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술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임 대표는 흰 장미에 특수약품을 뿌려 새로운 기능과 색을 입혔다. 2009년 국내 특허를 획득해 ‘마술장미(Magic Rose)’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도 마쳤다. 마술장미는 온도에 따라 노랑, 파랑, 녹색, 보라 등으로 바뀐다. 낮 동안 빛을 머금고 있다가 어두워지면 야광으로 변한다. 소비자 가격은 한 송이당 7000~8000원 선이다. 일반 장미의 2~3배 수준이다. 마술장미는 국내보다 일본 등 나라 밖에서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는데 지난해에는 40만달러의 수출고를 달성했다. 그는 “다소 비싸지만 워낙 신기하다는 점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장미 농사를 시작한 지 24년째인 임 대표가 마술장미 개발에 나선 것은 2006년이었다. “그 해 화재로 인해 장미를 재배하던 비닐하우스를 모두 날렸어요. 2000년에 이어 두 번째였죠. 벼랑 끝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맥주회사의 맥주병에 붙은 라벨이 온도 변화에 따라 색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꽃도 색깔이 변하면 인기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인터넷 등을 통해 장미 가공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가 찾는 해답은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연구를 하면서 만져보지 않은 화공약품이 없을 정도였다. 1년6개월의 연구 끝에 식용색소와 특수염료를 이용해 마술장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에 쓰인 장미만 1만 송이가 넘었다.

마술장미의 꽃말은 ‘변하지 않는 마음’이다. 임 대표가 직접 지은 것이다. 온도와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꽃이지만, 품종 개발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마음을 담은 것이다.

온도와 빛에 따라 형형색색 색다른 매력을 뽐내는 이 장미는 특히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꽃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임 대표는 마술장미를 기반으로 연매출 5억원의 대박신화를 만들고 있다.

1. 장혜숙 농촌진흥청 박사는 “보존화가 화훼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 임주완 대표가 마술장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3. 김영훈 대표는 “가시 없는 장미인 딥퍼플이 화훼농가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4. 일정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마술장미
1. 장혜숙 농촌진흥청 박사는 “보존화가 화훼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 임주완 대표가 마술장미를 들어 보이고 있다.
3. 김영훈 대표는 “가시 없는 장미인 딥퍼플이 화훼농가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4. 일정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마술장미
시들지 않는 꽃, 보존화 인기 급증
임 대표는 최근 활짝 핀 생화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보존장미’도 개발했다. 장미를 진공상태에서 저온 건조한 것으로, 직사광선과 습기를 피해 보관하면 최장 2년까지 원형 그대로 볼 수 있다. 보존장미는 액자·초·열쇠고리 등 다양한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생화 그대로의 질감과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보존화(保存花)는 1991년 프랑스에서 처음 개발됐으며,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2009년 개발에 성공했다.

보존화는 꽃이 가장 아름답게 피었을 때 수확해 수분과 색을 빼고 글리세린 등 유연제를 조직에 주입하고 원하는 색을 입혀 건조시킨 가공화다. 바삭바삭 말린 꽃과 달리 부드러운 탄력을 유지한다. 생화와 거의 구별되지 않을 정도다.

보존화 생산과정은 국가마다 다르고, 외부에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독자개발밖에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촌진흥청이 관련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거나, 임 대표처럼 화훼농가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보존화로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꽃이 장미다. 이 밖에 카네이션, 국화, 작약 등도 보존화로 가공된다.

장혜숙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는 “꽃의 수분을 에탄올 등 촉매로 빼고 친수성(親水性)이 강한 글리세린 등으로 채우는 것이 핵심기술”이라며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보존화 시장은 일본이다. 2000년 초 보존화가 소개된 일본에서는 지속적으로 시장이 성장해 세계 보존화의 60%가 소비된다. 시장 규모는 전체 생화시장의 30%인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보존화는 일본 수출을 통해 원예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보존화 시장이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보존화 한 송이 가격은 8000원에 달한다. 10송이의 보존화로 만든 꽃바구니는 백화점에서 25만~3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장 박사는 “국산 보존화는 수입되는 기존 보존화에 비해 색상이 오래 유지되고 부드러운 촉감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최근에는 다양한 꽃 색깔은 물론 천연향을 발산하는 기술도 적용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존화의 천연향 기술은 2011년 농촌진흥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보존화는 2005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화훼시장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아직 소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대량생산체계가 안착되면 수입 대체를 넘어 수출 확대를 통해 화훼산업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
-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


해외에서 돌풍 일으키는 ‘가시 없는 장미’
아름다운 장미꽃을 얘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것이 바로 날카로운 가시다. 장미는 가시가 많아 농가에서 장갑을 끼고 작업을 해야 하고, 꽃꽂이할 때도 번거로움이 많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가시 없는 장미’가 세계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1일 경기도 파주시의 고려화훼종묘의 비닐하우스 안. 장미가 분명하지만 줄기에 가시가 없었다. 바로 국산 장미 품종인 ‘딥퍼플(Deep Purple)’이다.

딥퍼플은 가시가 없어 꽃을 수확하는 작업이 한결 수월하고 줄기가 굵고 꽃의 수명도 긴 장점이 있다. 꽃잎의 하단 색깔은 연한 분홍색이고 끝부분으로 갈수록 붉은색으로 짙어지는 투톤 컬러로, 색깔이 화려하다. 지난 2011년 처음 선보인 이래 국내 재배면적이 크게 늘면서 외국 품종을 대체하고 있으며, 해외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딥퍼플 하나로 외국에서 벌어들인 로열티는 61만달러. 수출 첫 해였던 2011년 4만9000그루, 2012년 42만그루가 팔렸던 딥퍼플은 지난해 103만3000그루가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세계 장미시장은 12조원 규모로, 가시 없는 장미가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김영훈 고려화훼종묘 대표는 “딥퍼플은 꽃이 화려하고 줄기에 가시가 없어서 생산자나 소비자들이 다루기 쉽고, 특히 일반 장미보다 2배가량 많은 꽃송이를 피워 화훼농가에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유통사 역시 꽃을 선별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꽃잎과 장미 잎이 덜 손상되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4950㎡(1500평)의 비닐하우스에서 딥퍼플을 비롯한 국산 장미 품종을 재배해 지난해 1억8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딥퍼플 개발 주역인 이영순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육종팀장은 “장미는 다 좋은데 가시가 많은 게 단점이라는 생각에 가시 없는 장미 개발에 나섰다”며 “숱한 시행착오 끝에 2010년 12월 ‘딥퍼플’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올해 100만그루 이상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주요 수출지역은 에콰도르, 콜롬비아, 케냐, 에티오피아,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등이다. 최근에는 멕시코 등 남미로 거래처를 넓히고 있다.

가시 없는 장미가 인기를 끌면서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장미의 신품종 개발과 수출을 서두르고 있다. 농기원은 2011년 적색 대형장미인 ‘러브레터’를 개발, 현재 김해지역 3농가에 2만그루를 보급한 상태다. 지난해 12월에는 분홍색 중형장미 ‘러블리데이’를 개발, 올해 국내 농가보급을 앞두고 있다.

가시 없는 장미와 함께 가시가 적은 분홍색 대형장미인 ‘핑크하트’는 양재동화훼공판장에서 경매가격이 1속(10송이)당 7000~1만원으로 일반 외국 품종(6000원)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있어 해외시장 진출도 유력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장미는 모두 46개 품종으로, 전 세계 19개국에 212만여그루의 종묘를 판매해 6억4000만원의 로열티를 거뒀다. 국내 농가에는 174만그루를 보급해 약 18억원 규모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