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업인에게는 확실한 목표가 있다. 바로 ‘성공’이다. 이들은 애플·페이스북을 거론하며 “나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고 당당히 말한다. 아직 성공했다고 하기엔 이르지만 지금까지 성공 가도를 달려온 스타트업을 분석했다.

스 타트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빠른 변화 속에 젊고 건강한 아이디어를 접목, 혁신을 창조한다. 얼마나 튀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마이리얼트립은 국내 최초의 맞춤형 여행 플랫폼이다. 현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현지 일반인은 누구나 가이드가 돼 여행코스를 올릴 수 있고,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현지 가이드를 선택할 수 있다. 기존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의 장점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하루 10만~15만원 선에서 자신이 원하는 테마의 차별화된 여행이 가능하다. 현재 38개국 131개 도시에 400여명의 가이드가 활동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가이드비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 회사의 이동건 대표는 “누구나 단체로 몰려다니는 여행보다는 현지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을 꿈꾼다는 점에 착안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유민주 대표가 빵을 배달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빵을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집으로 배달받는다는 기존의 룰을 완전히 깨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아마 그때 흔들렸다면 제대로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스의 공동창업자들은 박태훈 대표가 카이스트 재학 시절 서로 알고 지내던 선후배 사이다. 어느 날 박 대표가 점심을 먹다 “같이 재미있는 거 해보지 않을래?”란 말에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바로 그 재미가 왓챠를 만든 원동력이 됐고, 이들 공동창업자는 한 명도 이탈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기발해도 좋은 사람이 없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 기술이 1등이라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역시 ‘인적자원’이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창업자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은 좋은 사람이 모여야 성공할 수 있다”며 “기획, 기술개발, 영업, 마케팅 등이 조화롭게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지인과 함께하는 맞춤 여행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동건 대표(아래쪽 사진)는 “누구나 현지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여행 서비스를 원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마이리얼트립은 현지인과 함께하는 맞춤 여행 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동건 대표(아래쪽 사진)는 “누구나 현지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여행 서비스를 원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좋은 사람 모여야 성공할 수 있어”

애드투페이퍼의 전해나 대표는 “초기엔 좋은 사람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대학 영업을 뛰는 것도 경험이 많지 않아 영업을 잘하는 사람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 분야별로 잘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비워두기도 했다.

기업가 정신도 중요하다. 권도균 대표는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삶을 도와주려는 동기가 기업가 정신의 기반”이라며 “내가 만든 제품과 서비스에 그 정신이 녹아 있다면 고객은 그것을 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민주 헤이브레드 대표는 창업을 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식품의 유통 구조를 바꿔 보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앞으로 빵뿐 아니라 식품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생산자를 돕고,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음식을 편리하게 주문해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유 대표는 “동네 빵집을 제대로 돕고 더 효과적인 판매 채널 역할을 하기 위해서 정기 배달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멘토·네트워크 힘도 한몫했다. 스타트업에는 멘토가 언제나 함께 했다. 자금줄(엔젤투자자) 역할만이 아니다. 멘토들은 그들이 겪은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해 준다. 때론 고민도 들어준다. 사업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멘토가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마이리얼트립은 2013년에만 1만여명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파죽지세로 성장 중이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비스 초반 3개월 동안 매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것. 이동건 대표의 말이다. “서비스를 내놨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겁니다. 도저히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없었어요. 거의 멘붕 상태였죠. 그때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가 ‘주고객층을 잘못 잡은 거 아니냐’고 묻더군요.”

이용자층을 다시 분석했더니 놀랍게도 40~50대가 가장 많았다. 서비스 초기 20대를 대상으로 마케팅에 주력한 것이 헛다리를 짚었던 것이다. 주로 자유여행을 다니는 대학생이 대부분인 20대가 해외여행에서 돈을 주고 가이드를 쓸 일은 만무했기 때문이다. 마이리얼트립이 ‘현지인이 만드는 진짜 여행’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이들을 집중 공략하자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멘토의 한마디가 마이리얼트립을 살린 것”이라고 말했다.

1. 유캔펀딩은 가치 있는 아이템의 후원을 통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주력해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현준 대표는 “우리나라에 맞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목표액 달성 시 보상이 철저히 이뤄지도록 했다”고 말했다.2. 영화추천서비스 왓챠를 만든 프로그램스의 공동창업자들은 학교 선후배 사이 등 편한 관계다. 출퇴근 시간과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25명의 모든 직원이 모이는 시간은 흔치 않다.
1. 유캔펀딩은 가치 있는 아이템의 후원을 통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주력해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현준 대표는 “우리나라에 맞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목표액 달성 시 보상이 철저히 이뤄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2. 영화추천서비스 왓챠를 만든 프로그램스의 공동창업자들은 학교 선후배 사이 등 편한 관계다. 출퇴근 시간과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25명의 모든 직원이 모이는 시간은 흔치 않다.


한 번의 실패가 성공의 발판 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은 식상하지만 진리다. 영화 추천서비스인 왓챠의 성공을 이끈 박태훈 대표의 첫 창업은 실패로 끝났다. 박 대표는 프로그램스를 세우기 전 ‘쿠폰잇수다’라는 소셜커머스 쿠폰 추천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는 실패요인을 철저히 분석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왓챠를 개발할 땐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어 주변 반응을 들었어요. 초기 버전에는 혹평이 잇따랐어요. 쉽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서비스 개선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왓챠가 나온 겁니다.”

한 번의 실패 경험이 이후 왓챠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됐다. 박 대표는 “한 번의 실패로 인해 망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또다시 실패하기 싫었기 때문에 수많은 방법을 찾아 헤매고 치열하게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동건 대표도 마이리얼트립이 두 번째 창업이다.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이 대표는 대학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가 있던 독일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대표는 말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취업하고, MBA를 거쳐 실력을 쌓은 후 창업을 하겠다는 계획에 그곳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군요. 말도 안 된다는 황당한 표정이었죠. 한국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고정 관념이 머릿속에 뿌리박혀 있었던 거죠.”

그는 귀국하자마자 3일 만에 창업을 했다. 당시 붐을 일으켰던 크라우드 펀딩 업체였다. 독일에서 준비를 하긴 했지만 너무 즉흥적이었다. 오래 가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인디밴드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콘크리트’는 10개월 만에 다음뮤직에 넘어갔다. 회사를 정리하고 학교로 돌아왔지만 창업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훌쩍 미국으로 떠나 MIT의 스타트업 스프링보드 등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그곳에서 만난 창업가들에게서 느꼈던 진지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제대로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서 진지하게 시작한 것이 마이리얼트립”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기업가에게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돈만 벌겠다고 나서선 성공하기 힘들다. 고영하 회장은 “세상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가치를 만들려는 큰 뜻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기업인 유캔펀딩은 2012년 1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월평균 62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펀딩 성공률은 목표액 대비 148%에 이르고, 회원 증가율은 722%에 달한다. 회원은 13만명을 넘어섰다. 단일 프로젝트 최고 모금액은 청소년 기부 사이트인 굿웨이위드어스와 함께 네팔 희망학교를 건립할 때 모은 2억173만원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서 소액의 자금을 투자받는 방식이다. 유캔펀딩과 같은 후원형에서는 투자금액에 따라 보상이 뒤따른다. 네팔희망학교 건립의 경우 5000원 후원에는 감사 메시지, 2만원 이상 후원에는 후원자의 이름을 동판에 새겼다. 전시회나 음악회 같은 경우에는 티켓으로 보상하기도 한다.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모든 금액이 투자자에게 환불된다. 유캔펀딩의 수익모델은 총 모금액의 5~15%인 수수료다.

유캔펀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에 맞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목표액 달성 시 보상이 이뤄지도록 철저히 검증했기 때문이다. 주로 문화 예술인이나 사회단체, 그리고 가치있는 아이템의 후원을 통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주력했다.

이현준 유캔펀딩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은 미래의 가치를 판다는 점에서 충분히 달성 가능하고 가치가 있는 콘텐츠와 아이템을 발굴해야 후원자를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는 “게임이든 기술이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사용자들의 삶이 더 좋아지도록 해야지 동기도 없이 무작정 창업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가는 외롭다. 특히 젊은 스타트업 기업가는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도 수많은 고통의 시간이 기다린다. 하지만 이러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 성공할 수 있다.

더 나은 가치 만들려는 철학 있어야

키즈노트의 김준용 공동대표는 지금도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때를 잊지 못한다.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에서 교육 분야 영업을 담당했던 김 대표는 서비스 업종에서 승부를 걸어 볼 요량으로 입사 3년 만에 회사를 나와 카페 2군데를 오픈했다. 하지만 카페는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고민에 빠져 있던 그때 마침 안철수연구소 시절 입사 동기인 최장욱 공동대표가 스마트 알림장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김 대표는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에 선뜻 동참했다. 활달하고 적극적이던 성격의 그도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만만치 않았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인 데다 대부분 여성이었던 어린이집 교사들은 모르는 남자에게 문조차 열어주지 않았다. 어쩌다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겨도 잡상인 취급을 당하기 일쑤였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 협회를 설득하고 나서야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후발주자들이 비슷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이 안 될 때도 힘들지만 잘 나갈 때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