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이 넘쳐난다. 창조적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미래를 여는 스타트업 기업가 3인을 만나 그들의 성공 포인트를 들어봤다.

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
무료 프린팅 서비스로 고속 성장

애드투페이퍼는 대학생을 위한 무료 출력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모바일 앱을 내려 받아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기업 광고를 보거나 캠페인에 참여하면 무료 프린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학생이 광고를 보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무료로 프린트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2010년 시작된 이 서비스는 국내 70여 대학에 제공되고 있으며, 20만여명의 대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매출은 월 1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애드투페이퍼 사무실에서 만난 전해나 대표는 앳된 얼굴의 소녀 같은 인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벤처기업의 CEO다운 면모가 풍겨 나왔다. 전 대표는 “기업들은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맞춤 광고를 할 수 있고, 대학생들은 장당 50원 정도인 출력을 공짜로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은 생각도 안 해봤던 전 대표가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2009년 기업가정신 관련 과목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로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장 조사를 한 뒤,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체험을 해보는 수업이었다. 전 대표의 회상이다. “아이템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는데, 다른 팀의 아이템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수업이 끝난 후 바로 그 팀에 합류했죠. 이면지에 광고를 싣고 대학생들이 무료로 복사를 하는 일본 기업인 ‘다다카피’를 벤치마킹해 출력 위아래 여백에 광고를 넣는 오프라인 모델이었어요. 팀원끼리 진짜 창업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창업 체험은 실제 창업으로 순조롭게 이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팀이 뿔뿔이 흩어졌다. 전 대표만 남고 모두들 팀을 떠났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사업을 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전 대표도 창업을 해야 할지 아니면 취업을 해야 할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죠. 그래서 혼자서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어요.”

그때 나타난 사람이 공동 창업자인 장선향씨다. 2010년 초 장씨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창업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해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예비기술창업자에 응모해 상금으로 받은 3500만원은 시드머니가 됐다.

이들은 2010년 10월 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각 대학의 복사실을 일일이 찾아다녔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기업 광고를 유치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광고대행사를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한 대형 광고대행사에 몰래 들어가 전단지를 뿌렸어요. 쫓겨날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어요. 젊은 학생들의 패기가 좋다면서 점심을 사 주면서 격려를 해 주더군요. 몇 개월 후 프레젠테이션 요청을 받았고, 결국 광고 유치로 이어졌죠.”

초기 지원받은 자금이 떨어지면서 돈을 조달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었다. 그러다가 엔젤투자를 알게 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바로 권도균·이택경 대표 등이 운영하는 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프라이머였다. 전 대표는 2010년 11월 권도균 대표와의 세 번째 미팅에서 투자 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권 대표는 돈만 투자한 것이 아니었다. 사업의 전반적인 모습을 꼼꼼하게 챙겨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 대표는 “프라이머의 이택경·권도균 대표를 만나지 못했으면 지금의 애드투페이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근차근 공략하던 복사실도 그의 모교인 고려대를 시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대·연세대·한양대·동국대 등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광고주도 차츰 늘었다. 인크루트를 시작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롯데칠성, 카페베네 등이 광고를 집행했다. 지금은 보통 1주일에 12개 기업이 애드투페이퍼에 광고를 싣는데, 삼성·LG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등 대기업들이 주요 광고주다.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었다. 전 대표는 “국내에서 기반을 다진 후 2014년 말에는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민주 대표(왼쪽 사진)는 빵 외에 생과일주스, 목장우유 등 신선식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전해나 대표는 해외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민주 대표(왼쪽 사진)는 빵 외에 생과일주스, 목장우유 등 신선식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전해나 대표는 해외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민주 헤이브레드 대표
소문난 동네 빵 엄선해 수도권에 배달

서울 성수동 헤이브레드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동네빵집을 모아 배달합니다’라는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한 마디가 사실 헤이브레드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헤이브레드는 서울 유명 빵집의 빵을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각 가정과 기업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2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월평균 2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받고 있는 빵 주문은 매일 오전 11시에 마감된다. 각 빵집에서 빵을 받아 사무실에서 포장을 한 후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배달을 완료한다. 오후 간식이나 야참으로 먹고 싶어 하는 사람, 아침 대용으로 빵을 찾는 이들에게 시간대별로 맞춰 배달된다. 배송은 식품전문 배달기사들이 하고 있다. 산타가 빵을 놓고 간 것 같다고 좋아하거나, 맛있는 빵집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 좋다고 하는 등 반응이 다양하다.

최근에는 기업 고객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카카오톡, NHN, 티켓몬스터에 직원들 조식과 간식용 빵을 배달해주고 있는데 젊은 직원들이 많은 IT기업 위주로 문의가 늘고 있다.

전혀 창업에 관심이 없던 그는 우연한 계기에 진로를 바꾸게 됐다.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전자공학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금융공학 석사과정에 있던 그에게 ‘한국에서 창업할 만한 사람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왔다. 그는 부탁을 받자마자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친구들을 소개해줬다. 유 대표의 소개로 만난 이 청년들이 창업한 회사가 바로 티켓몬스터였다.

첫 만남부터 1년간 이들을 지켜본 유 대표는 창업기 출간을 티몬 측에 제안했고 11개월간의 집필 과정을 거쳐 <티몬이 간다>를 출간했다. 유 대표가 창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그는 책을 쓸 당시 병역특례로 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설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창업에 성공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때는 창업은 내가 갈 길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책을 쓰면서 나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더군요. 나도 가슴 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2011년 창업하기로 마음먹고 있을 때 맛있다고 소문난 빵집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사먹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의 머릿속엔 사람들이 더 쉽고 편하게 빵을 사먹을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엄선된 좋은 빵을 사람들에게 배달하자고 마음먹었다. 단순한 아이디어였지만 구체화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일단 좋은 빵을 확보하는 게 가장 급선무였다. 그는 2012년 4월부터 6개월간 맛있다고 소문난 빵집을 돌며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동네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빵집이 타깃이었다. 몇 번이고 찾아가 얘기를 나누면서 9곳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좋은 재료, 빵의 맛, 셰프의 경력 등 세 가지가 선정 기준이었다. 빵의 종류는 빵집마다 다르게 해 서로 겹치지 않도록 했다.

그는 겨울, 특히 눈 오는 날이면 노심초사한다. 지난 2013년 겨울 갑작스런 폭설로 인해 배송차량이 꼼짝을 못해 전 직원을 동원, 지하철을 이용해 배송한 기억 때문이다. 다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배달을 마쳤지만 하마터면 신뢰가 깨질 뻔한 순간이었다.

유민주 대표는 “맛있기로 소문난 동네 빵을 모두 배달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이후에는 생과일주스, 목장 우유, 샐러드, 과일 등 다양한 신선식품들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
개인 취향 분석해 영화 추천

프로그램스가 2013년 5월 내놓은 모바일 버전의 영화 추천 서비스인 왓챠가 그야말로 대박조짐이다. 왓챠는 가입자가 매긴 별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인맥 등을 기반 데이터로 삼아 취향을 분석해 영화를 추천해 준다. 박스오피스의 상위권에 있거나, 인기가 높은 영화가 추천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개인 취향에 맞는 영화를 찾아준다. 왓챠 앱의 다운로드 수는 35만건을 넘어섰고, 20개 이상 별점을 매긴 가입자도 50만명이다. 별점 건수는 네이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박 대표가 창업에 나선 것은 2009년부터다. 첫 창업 아이템은 ‘쿠폰 추천 서비스’였다. 하지만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접었다.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쌓여야 추천이 가능했지만 트래픽이 충분하지 않았다. 자본도 없었고, 분석이 가능한 트래픽이 쌓이기까지 기다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개발인력이 남아 있었다. 외주사업을 통해 근근이 이어나갔다.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는 중에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오경윤씨가 영화추천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인터넷포털에는 영화와 관련된 엄청난 정보가 있지만 실제 필요한 추천 서비스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시간짜리 영화를 보기 위해 1시간 이상 볼 만한 영화를 찾는 게 짜증난다’는 포커스 그룹의 인터뷰 결과가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비즈니스 검토와 기술 개발이 동시에 진행됐다. 비즈니스로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으나 기술개발은 만만치 않았다. 분석기술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어설픈 추천 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높았다. 영화를 검색하거나 추천하는 이런저런 시도 끝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영화를 추천하는 엔진과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2년간의 개발 끝에 2012년 8월 웹 버전이 나왔다.

데이터 모으기는 의외로 쉬웠다. 회원들은 가입 시 20개의 별점 매기기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귀찮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가입자들이 오히려 별점 매기기에 재미를 느껴 수집되는 데이터는 기대 이상이었다. 별점 매기는 양이 증가하면서 분석 정확도는 더욱 높아졌다.

왓챠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추천한다. A 이용자가 가, 나, 다란 영화에 별점을 많이 주고, B 이용자가 가, 다, 라에 별점을 많이 줬다면 A에겐 라를, B에겐 나를 추천하는 식이다.

또 이용자가 별 4개나 5개 등 좋게 평가한 영화와 비슷한 영화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이는 영화 자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배급사나 홍보회사가 배포하는 줄거리와 장르, 관객이 남긴 후기가 데이터로 활용된다. 왓챠는 국내에서 개봉된 대부분의 영화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박 대표는 “취향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정치적, 종교적 성향과 같은 더 다양한 것을 볼 수 있게 된다”며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면 더 정확한 추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왓챠는 아직 수익모델이 없다. 하지만 곧 개봉작 추천을 통한 광고와 제휴를 통해 영화를 직접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연동, 수수료 수익을 거둘 예정이다. 영화뿐 아니라 한·미·일 드라마나 도서, 음악 등으로도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박 대표는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첫 개척지는 일본이 될 전망이다.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우리나라보다 많고, 개인적인 취양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 유민주 헤이브레드 대표,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왼쪽부터)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 유민주 헤이브레드 대표, 박태훈 프로그램스 대표(왼쪽부터)는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