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매년 전국 농업인을 대상으로 식량작물, 채소, 과수, 화훼·특작, 축산 등 5개 분야에서 창의적인 노력으로 성공한 농업인을 뽑는다. 바로 농업인으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이다.

대 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은 농업 리더를 발굴해 우수 영농기술과 성공사례를 확산하고, 글로벌 농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외부 전문 심사위원의 전문기술·자질 중심의 1차 서류심사, 기술수준·역량·주변 신망 및 지역사회 기여도 중심의 2차 현장심사 등 엄격한 절차를 통해 선정된다.

김재홍 명인은 품질 향상과 유통 다각화를 통해 경영혁신을 이뤘다.
김재홍 명인은 품질 향상과 유통 다각화를 통해 경영혁신을 이뤘다.
김  재  홍  명인
품질 향상 통한 경영혁신으로 고소득

과수분야 명인에 선정된 김재홍 홍로원 대표는 “농업은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짓는 것이 아니라 기업처럼 이윤을 얻기 위한 사업”이라면서 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8만2500㎡(2만5000평)에서 홍로를 재배하는 김 명인은 사과 값을 직접 정해 파는 경영혁신으로 2012년 5억여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그는 공산품처럼 생산비에다 이윤을 더해 사과 값을 정한다. 홍로원의 사과는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슷한 품질의 사과보다 10% 비싼 값이지만 없어서 못 판다.

김 명인의 경영혁신은 품질 향상에서부터 출발한다. 대다수 농업인이 수량으로 승부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그는 여느 농가와 견줘 두 배 가까이 열매솎기를 한다. 작은 과일을 많이 수확하기보다 나무 당 달리는 열매를 적게 해 고품질의 대과를 많이 수확하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홍로원의 대과 생산 비중은 60~70%로 일반 농가에 비해 평균 3배나 높다.

선별에도 각별히 힘을 쏟고 있다. 선별이 소비자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잘 익고 제 색깔이 나는 품질 좋은 사과만을 엄선한 뒤 선과기를 통해 한 번 더 선별한다. 두 번에 걸쳐 선별하는 셈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사과를 생산했더라도 선별이 잘못되면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브랜드 가치마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유통경로도 다변화했다. 도매상을 통해 유통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유통업체, 소비자에게 직접 사과를 배달하거나 판매하는 직판 등으로 경로를 넓혔다.

김 명인이 전북 장수 지역이 사과 재배의 최적지임을 판단하고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홍로’ 품종으로 시험재배에 들어간 것은 1987년. 농장 명칭도 품종이름에서 따와 홍로원으로 지었다. 그러나 기존 관행 재배법으로는 품질이 떨어졌고 탄저병과 같은 병충해에도 약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문제점만 해결하면 추석에 수확하는 어떤 품종보다 색과 맛이 좋다는 확신을 가졌다.

거듭된 시도를 통해 기존의 전정법에서 벗어나 홍로 품종에 맞는 절단전정법과 방제력을 개발했다. 단일품종 대량생산으로 연매출 1억원을 달성하자 장수 지역 농민들이 하나둘 사과과수원을 만들면서 재배면적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 결과 장수 전체 사과 재배 면적 중 70%가 홍로 품종이며, 이는 전국 홍로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농업을 생산에만 국한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는 김 명인은 “앞으로 홍로원을 생산은 물론 먹을거리와 볼거리까지 즐길 수 있는 종합상품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지봉 명인은 자신이 가진 해박한 지식을 전국의 딸기재배 농민에게 전수하고 있다.
류지봉 명인은 자신이 가진 해박한 지식을 전국의 딸기재배 농민에게 전수하고 있다.
류  지  봉  명인
한국형 전용 배지 개발해 고품질 딸기 생산

경남 거창에서 고품질 딸기로 한 해 억대 소득을 올리는 류지봉 명인은 딸기재배 농가 사이에서 ‘교수’로 통한다. 18년 전 이곳에 딸기농장을 세운 류 명인은 거창지역 최초로 수경재배를 도입하고, 이를 지역 농업인에게 전수하기도 했다.

현재 1만㎡의 대지에 15동의 비닐하우스가 들어선 그의 딸기농장인 봉농원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업인이 견학을 오는 농장으로 유명하다. 덥수룩한 수염의 외모에서 이름을 딴 ‘봉털의 딸기교실’은 1주일에 한 번 열린다.

그는 이를 통해 거창에 거주하는 귀농인뿐 아니라 전국의 초보딸기 농업인에게 딸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공유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외에도 봉농원 홈페이지의 영농일지에 각 부문별 딸기재배에 관한 기술을 올려 전국의 농업인에게 보급하고 있다. 또 남북통일사업단 기술협력위원으로 북한에 딸기 재배 지식과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봉농원의 딸기는 최고 수준의 당도와 경도를 자랑한다.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는 딸기 고설재배(지면에서 1m 정도 되는 높이에서 양액으로 재배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된 코코넛 배지문제를 해결한 주인공이다. 그는 기존의 코코넛에 왕겨를 적절히 배합한 한국형 딸기전용 배지를 개발해 경영비를 절감하고 딸기의 경도와 당도 증대에 기여했다. 특히 이러한 획기적인 기술을 460여 거창 지역 전 농가에 무료로 보급해 지역 농업인의 소득 향상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류지봉 명인은 “농업인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많은 농민이 부자가 될 수 있는 농업대기업을 만들어 농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  남  주  명인
차별화된 재배법으로 친환경 버섯 생산

이남주 명인은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통해 소득을 증대했으며, 특히 생산·가공·유통·체험·교육 등 버섯의 일관 체계를 구축해 6차농업의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1979년 버섯재배를 시작한 이 명인은 느타리버섯 봉지재배법을 연구, 개발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88년 그가 개발한 봉지재배법은 봉지에 미루나무톱밥, 목화솜껍질, 쌀겨 등으로 만든 배지를 넣어 고품질의 버섯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재배방식이다. 기존의 병 재배보다 생산량은 5~6배가량 많고, 맛도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차별화된 재배를 통해 생산한 친환경·고품질 버섯을 ‘이남주 자연아래버섯’이라는 상표로 등록해 ‘옛 버섯 그대로 자연에 가장 가까운 버섯’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로 정착시켰다. 이러한 기술개발과 브랜드 개발을 통해 연간 75만 봉지(1500t)를 생산해 국내 및 캐나다에 수출하고 있으며, 현재는 일본으로 수출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초기 156㎡였던 재배사는 현재 1782㎡로 10배 이상 늘었다. 2013년 매출액은 10억원에 달한다.

특히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 도입한 버섯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명인은 안정적인 버섯생산시설을 기반으로 2005년부터 버섯 전문 교육·체험농장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농업전문경영인 체험농장으로 선정되면서 인근의 관광지와 연계해 농촌체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농장을 방문하는 체험객은 2013년 6000여명에 달했다. 초기에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실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 명인은 “버섯 재배기술을 활용해 관상과 공예 버섯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버섯농장을 꽃 재배단지처럼 관상버섯 메카로 만들어 사람마다 꽃을 보고 가꾸듯 버섯을 보고 행복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버섯 재배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이남주 명인(왼쪽)과 친환경 농장관리시스템으로 돼지를 사육하는 김건태 명인
차별화된 버섯 재배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이남주 명인(왼쪽)과 친환경 농장관리시스템으로 돼지를 사육하는 김건태 명인
김  건  태  명인
미생물 배양 통해 분뇨 친환경 처리

김건태 명인이 700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1만515㎡ 규모의 돼지 비육사인 비전농장에는 돼지분뇨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2012년부터 박테리아와 미네랄을 배양한 ‘BM(생명) 활성수 시설’을 농장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김 명인은 가축분뇨의 친환경 처리를 위해 20년 전 ‘활성오니(미생물로 이뤄진 폐수의 슬러지)를 이용한 방류시설’을 도입했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1일 40t의 미생물 배양을 통해 분뇨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됐다.

전체 비육사 중 절반 정도인 6000㎡의 친환경 축사는 쾌적하기까지 하다. 일반적인 돼지농장에선 좁은 우리에 돼지를 가둬 기르지만, 이 농장의 돼지들은 자유롭게 무리지어 뛰어다닌다. 이른바 동물복지시설이다. 돼지도 다 같은 돼지가 아닌 것이다.

홍성의 50여 축산농가는 친환경 분뇨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돈협회 홍성군 지부장을 맡았던 김 명인이 1995년부터 농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시설 도입을 설득한 덕분이다.

김 명인은 1977년 군을 제대하면서 바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 부업으로 시작했던 돼지 사육은 어느새 주업이 됐다. 2~3마리였던 돼지는 10여년이 흐르면서 1000여두로 늘어났다. 성공의 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련이 닥쳤다. 1994년 대형 화재로 인해 어미돼지 130두를 포함해 1000여마리의 돼지와 시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제일 자신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가축을 사육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친환경 축산으로의 변화의 흐름을 읽고 모든 농장관리시스템을 친환경으로 바꿨다.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 4년째를 유지하고 있는 그의 농장은 이젠 환경부 공무원들이나 돼지사육 농가의 필수 견학 코스로 자리 잡았다.

김건태 명인은 “친환경 인증에 만족하지 않고 동물복지시설을 잘 운용해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품질을 갖춘 돼지농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규길 명인은 현미 등을 유산균으로 발효한 식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이규길 명인은 현미 등을 유산균으로 발효한 식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이  규  길  명인
현미효소에 유산균 접목한 발효식품 개발

현미에서 백미로 도정하는 과정에서 벗겨진 쌀눈과 쌀겨인 미강은 현미의 영양성분을 담고 있고 백미에 비해 8~9배나 많은 영양소와 기능성 물질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연간 미강 생산량은 약 40만t에 달한다. 하지만 미강은 부가가치가 거의 없는 거름이나 가축의 사료로 활용된다. 이규길 명인은 이러한 미강을 이용한 유산균 발효식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이 외에도 이 명인은 보리의 춘화처리(씨앗을 일정기간 저온처리 하는 것) 관련 원천특허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명인이 효소 제품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70년대다.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던 그가 일본에서 만든 현미 효소제품을 먹고 씻은 듯이 병을 고친 것이 계기였다. 그는 독학으로 공부한 끝에 현미효소에 유산균을 접목한 유산균 발효 기술을 개발하게 됐고, 이제는 일본의 현미시장을 공략할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이 명인이 설립한 제주홍암가는 유산균으로 발효한 현미와 보리 등 곡물 유산균 발효식품, 쌀보리를 발아시킨 후 춘화처리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맛과 질감을 개선하고, 항암작용을 하는 베타-글루칸을 함유한 기능성 제품을 생산한다. 이 업체가 2013년 달성한 매출은 22억원에 달한다. 대부분의 매출은 자체 홈페이지의 쇼핑몰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그가 2006년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는 3만여명의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명인의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유기재배농가에서 생산되는 보리, 밀을 높은 가격으로 수매해 농가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지역주민에게는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명인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특허를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연합 등에 출원한 상태”라며 “우선 일본과 중국 시장을 공략한 후 서서히 지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