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은 새해를 맞아 세계경영연구원(IGM)과 공동으로 경제·경영의 새로운 트렌드 10가지를 선정했다. 지난 2013년은 글로벌 경제 위기, 원전 사고, 저성장 기조, 전셋값 폭등 등 우리 삶을 위협하는 일들이 가득한 한해였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의 시기를 씩씩하게 이겨낸 것처럼 올 한해도 밝은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2014년 경제·경영 트렌드로 제시된 10개의 키워드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1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차별화
장기적인 투자 과제로 접근해야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을 하나의 장기적인 투자 과제로 보고 있다. 사진은 한화가 사회복지공공시설에 무료로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을 하나의 장기적인 투자 과제로 보고 있다. 사진은 한화가 사회복지공공시설에 무료로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
2014년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이 주요 경영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대기업에 대한 건전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하고, 계속되는 저성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소비자가 기업의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시대인 만큼 기업은 전략적 투자의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경영을 이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이란 기업이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적극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 파괴, 인권 유린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를 하지 않고 국가와 지역 사회에 대해 공헌하는 것을 경영방침으로 한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 정도가 국가 경제 발전과 사회 구조를 규정할 만큼 기업의 사회적 위치가 커진 만큼 기업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도 커지게 된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이 활발해진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조미나 IGM 상무는 “지금까지는 기부나 봉사활동처럼 이벤트 형식으로 충분했다면 이제는 사회적 책임경영의 진정성과 실질적인 효과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많은 기업들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을 시대적 흐름으로 보고 적극 참여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SK그룹, 한화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계열사의 특징에 따라 이동통신사는 청소년 유해 콘텐츠 차단운동, 화학 회사는 친환경 제품생산, 에너지 회사는 저소득층 난방지원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한화그룹은 대표적인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을 이용해 전국 사회복지시설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지원해주는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지역아동센터 등 사회복지시설 56곳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무료로 설치했으며, 2013년에도 30개 기관을 선정해 설비공사를 진행했다. 이들 기업을 비롯해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그동안 추진해 온 사회적 책임경영을 2014년에도 대폭 확대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상대적으로 사회적 책임경영이 척박한 곳이라고 여겼던 중소기업 전반에서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2013년에는 중소기업의 절반 정도가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했으며, 그 추세가 2014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해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단순 일회성이 아닌 체계성, 시기 적합성, 지속 가능성 등 다양한 조건들을 필요로 하며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사회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하지만 타기업보다 차별화돼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조 상무는 “사회적 책임경영에 대한 인식과 노하우가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는 선진국의 기업들은 이 활동을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닌 하나의 장기적인 투자 과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묵묵히 사회적 책임경영을 이어나가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
복지 갈등 심화

기업 통한 재원 마련보다는 간접적 복지 정책 지원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사진은 관세청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 발대식 모습.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사진은 관세청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 발대식 모습.
지난 2013년은 복지 논쟁이 가장 뜨거웠던 한해였다. 넉넉지 않은 살림의 정부가 세금 확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복지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가령 정부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을 소득하위 70%에게만 차등 지급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전문가들은 복지 갈등이 201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열망은 높아지고 있으나 재원 마련이 여전히 쉽지 않은 탓이다.

복지 갈등 심화는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복지 지출 증가로 기업이 져야 할 세금 부담은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에게 과도한 세금 부담을 안길 경우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인해 경제활성화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복지 재원의 대부분을 기업을 통해 마련하려고 한다면 기업에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GM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정부와 언론의 움직임에 따라 기업에 대한 국민감정도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의 분배’에 초점을 맞춘 재원 마련보다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복지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GM 관계자는 “최근 시도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마련이나 임금 피크제 도입 등 기업의 여러 노력들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기업과 국민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
고령사회 돌입 대비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실버산업 도약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시니어 백화점’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한 백화점.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시니어 백화점’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한 백화점.
인구 고령화가 경제 재도약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013년 12월5일 서울대 강연에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5년에 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이 정한 ‘노인’의 연령 기준은 65세 이상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고령화사회(전체 인구의 7% 이상이 노인)에 진입했으며, 2020년께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14.4%에 달해 고령사회(전체 인구의 14% 이상이 노인)로, 2026년께엔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년으로 일본(36년)에 비해 훨씬 짧다. 급속한 고령사회 돌입으로 인한 문제점들도 산적해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의 조기 소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 홀로 살다가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 문제, 고령화로 인한 암환자 증가로 대두되는 호스피스 병동 부족 문제도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기업들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실버산업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도 변화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노년층은 과거와 달리 능동적으로 일하고 공부한다. 더 이상 노인으로 불리길 원하지 않으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4
저성장 시대 경기 회복 박차

R&D투자 확대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

저성장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신성장 동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스테나드릴막스아이스’.
저성장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신성장 동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스테나드릴막스아이스’.
2014년에는 장기 경기 침체로 우리 경제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저성장에 대한 위기의식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민간 경제전문가 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2%가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답해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저성장 극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경제전문가들은 ‘기업투자 활성화’(69.0%)를 꼽았다. 기업이 살아야 한국 경제가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저성장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기업들은 신성장 동력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D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3년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3D 수직구조 낸드(V NAND) 플래시 메모리 양산을 시작하면서 생산성 등을 대폭 향상시켰다.

이밖에도 한화·SK 등 주요 기업들이 친환경산업(태양광산업), 자동차배터리산업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현재 사업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거나 신규로 자금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조미나 IGM 상무는 “우리나라의 경우 IMF 당시 하위 75%에 있던 기업이 상위 25%로 치고 나온 기업이 30%에 이른다”며 “위기가 곧 기회이므로 저성장 시대에 굴하지 않고 이 시기를 기회삼아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준비가 바로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것이다.

5
스포츠 마케팅 봇물

동계 올림픽·월드컵 줄줄이 개최…글로벌 기업 마케팅 각축장

삼성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와 스폰서십을 맺어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봤다. 사진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첼시 구단주로부터 유니폼을 선물 받는 모습.
삼성은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와 스폰서십을 맺어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봤다. 사진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첼시 구단주로부터 유니폼을 선물 받는 모습.
2014년은 그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이 활발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치 올림픽, 인천 아시안게임, 브라질 월드컵 등 국민의 이목을 끄는 스포츠 빅 이벤트가 줄줄이 개최된다.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장이 된 지 오래다. 국내 기업 중 스포츠 마케팅의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은 2014년을 대비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등 세계 최고의 스타 축구 선수들을 투입한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IGM 관계자는 “최근에는 제2금융권 업체들까지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추세”라며 “상호금융 및 대부업체들이 긍정적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를 통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확장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기업들의 스포츠 관련 투자는 불경기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와 스폰서십을 맺어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봤다. 첼시 선수단의 유니폼 가슴부분과 경기장에 삼성 브랜드를 노출하면서 ‘삼성=첼시’ 이미지를 심은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스포츠 마케팅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스포츠 빅 이벤트가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각축장이 되는 만큼 평범한 방식으로는 눈에 띄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토리와 감동이 있는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6
서비스 디자인 급부상

고객 경험 분석해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인 ‘서비스 디자인’이 2014년 기업들의 전략적 트렌드로 꼽혔다. 사진은 국내 대표적인 서비스 디자인 사례인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의 야외 스파.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인 ‘서비스 디자인’이 2014년 기업들의 전략적 트렌드로 꼽혔다. 사진은 국내 대표적인 서비스 디자인 사례인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의 야외 스파.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 디자인’이 2014년 기업들의 전략적 트렌드로 꼽혔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경험을 분석해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고객에게 총체적인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해 고객과 기업이 만나는 모든 접점을 재창조하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제품의 기능이나 품질,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차별화가 점점 어려운 요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총체적인 경험의 질을 향상시켜 구매의사결정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가령 자판기의 경우 음료수의 종류, 가격, 품절방지 등이 기존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였다면, 서비스 디자인은 불편하게 허리를 숙여 음료수를 꺼내야 하는 사용자의 경험에 주목해 입구를 위로 올려 손쉽게 꺼내게 만드는 것이다. 비슷비슷한 자판기가 경쟁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작은 배려로 소비자들은 기꺼이 서비스 디자인이 적용된 자판기에서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경험, 디자인 등의 용어가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 역시 ‘서비스 디자인’의 개념에 집중한 모습이다.

서비스 디자인이 적용된 국내 사례로는 부산 해운대의 파라다이스호텔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호텔은 호화로운 내부 시설, 친절한 서비스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다. 파라다이스호텔은 바로 고객의 경험에 주목했다. 서울에 사는 고객이 부산 해운대 호텔에 도착해 호텔을 이용하고, 체크아웃 후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면밀히 살펴 고객의 불편함(pain point)이 무엇인지를 찾아냈다. 이에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해 서울~부산 간 이동 시간에 이용하는 모바일서비스, 해변에서 조깅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 조깅패키지(운동화·조깅복·MP3플레이어) 대여서비스, 체크아웃 후 마지막 부산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짐을 부산역까지 옮겨주는 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모바일올인원서비스, 대합실 내 예술 공연 등도 공항 이용자들의 경험의 질을 높인 서비스 디자인이다.

조미나 IGM 상무는 “아직까지는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콘셉트를 대중에게 이해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늘 빠른 변화를 추구해온 국내 기업들의 특성상 콘셉트에 공감하면 실행에 옮기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미국 등에서는 공공분야에서 정부 주도의 서비스 디자인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영국은 범죄방지를 위한 디자인협회를 만들어 제품 설계와 방범 문제 해결에 서비스 디자인을 이용하고 있으며, 미국 뉴욕시는 공공디자인조례안을 통해 미국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걷고 움직일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하게끔 권고하고 있다.

7
박근혜 정부 첫 지방선거

지방선거 앞두고 지역 민원 홍수

2014년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강릉 주민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지하화를 촉구하는 모습.
2014년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강릉 주민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지하화를 촉구하는 모습.
2014년 6월4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로 인해 경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민생 경제 살리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 단체들이 지역 사업을 선거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여야는 아직 지역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각 지역에서는 도로,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SOC) 관련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단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포착된다. 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영남권 신공항에 대해서는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지역 시민단체들이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조기 사업화를 요구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제2서해안고속도로 건설과 내포신도시 활성화 등 SOC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2년차에 치러지는 만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되는 전국 단위 선거이기 때문에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정당의 움직임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6·4 지방선거를 통해 사회가 지불해야 할 경제적 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울산시와 구·군 등이 부담해야 할 선거관리비용은 총 172억2250만원으로 나타나 지난 2010년(142억3400만원)보다 30억원 증가했다.

8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

실수요자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 필요

올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저가 중소형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소폭 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저가 중소형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소폭 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부동산 시장은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집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큰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그렇지만 부동산 구매 후 집값이 오를 거라는 보장도 없어 매매 회복세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집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예전과 많이 달라져서 구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매매 수요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도 시장 회복이 어려워짐에 따라 올 한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능력이 국정능력을 판단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8·28 부동산 대책과 12·3 부동산 후속조치가 폭등하는 전셋값 등 전·월세시장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수도권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지방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은 저가 중소형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소폭 늘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방은 그동안의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매매시장도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실수요자에게 좀더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대출 이자를 줄이는 방안도 있지만 다른 세제 혜택을 준다든지, 다주택자들에게 중과세를 폐지하는 등 다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
대체에너지 관심 증대

선진국 원자력에너지 의존 줄이는 추세

주요 선진국들은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통한 전기 확보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덴마크 해상풍력발전단지.
주요 선진국들은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통한 전기 확보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덴마크 해상풍력발전단지.
2013년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국내 원전 부품 비리 등으로 인해 대체에너지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 한해였다. 지난 2011년 3월에 발생한 일본 원전 사고는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원자력발전소나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등 원전 관련 시설물 건설에도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2014년에는 원자력에너지가 아닌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의 3.5%(2011년 기준)를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인 데도 우리나라는 한참 뒤처졌다는 지적이다.

신재생에너지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화시켜 만들어낸 신에너지(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와 햇빛·물·지열·강수·생물유기체 등을 이용해 만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2013년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29%로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민관워킹그룹의 권고치 22~29%에서 최고치인 29%를 목표로 세웠다. 이는 현재 계획 중인 원전 건설뿐 아니라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도 연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고 지속가능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비용 투자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부의 행보는 친환경에너지 등 대체에너지를 추구하는 세계적 추세와는 정반대라는 분석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대체에너지 비중을 정책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체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 궁극적으로 대체에너지 시대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국토의 2%에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지붕과 옥상,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 변 접도구역 등 자투리땅에 태양광판을 설치해 생산한 에너지만으로도 국내 전기 에너지 소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 급격한 변화를 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현재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의 대부분은 폐기물이며 풍력이나 태양광 등은 기후조건 변화에 따라 발전량에 기복이 있다”며 “대규모 발전이 가능한 조력이나 풍력 등은 환경파괴 논란이 심해 신재생에너지 도입의 원래 취지를 훼손한다”고 설명했다.

10
여가 문화 확산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관광산업 활기 예상

2014년에는 대체휴일제까지 더해져 여가에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투자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 옥상 텃밭에서 가족들이 재배한 상추를 수확하는 모습.
2014년에는 대체휴일제까지 더해져 여가에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투자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 옥상 텃밭에서 가족들이 재배한 상추를 수확하는 모습.
2014년에는 여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물질’과 ‘번영’을 향해 쏟아졌던 대한민국 특유의 에너지가 방향을 돌려 ‘내면’과 ‘행복’을 향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질만으로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안 사람들이 이제 정신적인 안정과 만족이라는 상위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지난 2012년 세계 일곱 번째로 20-50클럽(인구 5000만 이상,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인 나라)에 가입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았다. 승진과 출세를 향해 뛰는 부모 세대와 입시와 취업을 향해 달려가는 자녀 세대가 끊임없이 무언가에 쫓겨온 것이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고 살림살이는 팍팍해지면서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개인들이 믿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