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7일 경기 이천시 백사면의 백사농협 교육장은 200여명의 농업인들로 북적였다. 이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새해 농업인 실용 교육이 진행된 대강당에는 영농기술 습득에 대한 뜨거운 열기가 넘쳤다. 교육장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많이 참석한 고령의 농업인들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강사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날 교육은 영농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 실천사항이 주요 내용으로 고품질 쌀 안정생산 기술, 밭작물 재배기술, 이천로컬푸드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벼 재배 기술 교육은 지난해 많이 발생한 병충해를 염두에 둔 볍씨 소독에서부터 육묘, 모내기, 비료, 방제, 벼베기에 이르기까지 벼농사의 모든 과정이 포함됐다. 수십년간 농사를 지은 농업인들에게 이러한 교육이 실제 쓸모가 있을까.

5만9400㎡(1만8000여평) 규모의 벼농사를 짓는 조윤종씨(72)는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50여년 벼농사를 지었지만 매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자가 제값을 받고 자신이 기른 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직거래장터인 로컬푸드 매장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천시는 오는 7월 로컬푸드 매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9900㎡(3000평)의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는 황인철씨는 “과수의 경우, 직접 판매가 쉽지 않다”며 “소규모 농사를 짓는 농가로서는 로컬푸드 매장이 든든한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조병돈 이천 시장은 “강소농 육성과 농업기반을 튼튼히 다질 수 있도록 농업분야 예산의 지속적인 확대 및 다양한 보조사업 지원 등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유상규 이천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농민들이 놓치기 쉬운 사소한 영농기술 등을 교육하고,  한해의 농사 설계를 통해 어려운 농업여건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7일 경기 이천시 백사농협에서 진행된 새해농업인실용교육 현장은 200여명의 농업인들로 북적였다.
지난 1월7일 경기 이천시 백사농협에서 진행된 새해농업인실용교육 현장은 200여명의 농업인들로 북적였다.

1~2월 중 농업인 30만명 교육

농촌진흥청은 연구·개발된 새 기술을 확산·보급하고, 농업인 소득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전국 158개 농업기술센터가 주관이 돼  ‘새해농업인실용교육’을 1~2월 중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대상 농업인은 30만명에 달한다. 특히 교육 내용은 지역의 특화작물에 맞춰 현장에서도 이뤄진다.

새해 농업인 실용교육은 지난 1969년 ‘겨울영농교육’으로 시작해 시대별로 우리 농업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농업인에게 새 기술을 보급하고, 한 해의 영농계획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식량이 부족했던 1970~80년대에는 식량증산의 교육장으로서, 개방화 시대인 1990~2000년대에는 소득 작물을 보급하고 농업인의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농촌이 힐링의 영역으로 새롭게 부각되면서 농촌관광, 농식품가공, 농업경영마케팅 등으로 교육영역이 확장됐다.

농진청은 올해에는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 보다 내실 있는 교육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새해농업인실용교육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수요조사에서는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정보와 실용기술 중심으로 교과를 편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현장강사 교육을 실시해 강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올해 새해농업인실용교육 과정은 영농기술분야, 농촌자원분야, 농업경영분야로 구분해 실시되며, 그 외의 과정은 지역 실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특히 농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복지농촌 건설과 농가소득 증대, 유통구조 개선 등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농가소득 창출을 위한 6차 산업(생산에 제조·가공에다 관광·체험을 융합한 농업)과 관련된 교육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범승 농진청 농촌지원국장은 “귀농·귀촌에 대한 수요 확대에 부응하고자 도시민과 귀농·귀촌 희망자도 교육대상에 포함해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지역별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되는 농업인대학도 평생학습의 장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농업인대학은 지역농업의 특화발전에 필요한 품목별 중장기 기술교육을 통해 전문 경영인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1999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전문재배기술에서 유통·마케팅, 인문사회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교육이 이뤄진다.

Mini Interview  |   이범승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농업교육이 소득 창출의 가장 좋은 길”

"새해농업인실용교육은 ‘돈 버는 농업, 잘 사는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 단순 재배기술, 병해충 방제 등의 교육뿐 아니라 경영, 유통, 마케팅 등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범승 농촌지원국장은 “농진청은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지난 40여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교육이 추진돼 온 것은 농업인이 원하는 현장 중심의 교육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겨울 농한기에는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마을회관에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는 것이 예전 우리 농촌 풍경이었죠. 이런 농업인들을 배움의 터로 끌어내려는 노력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교육이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농한기를 이용해 농업에 대한 지식을 농민들에게 소개하고 실천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지만 점차 식량자급 문제뿐 아니라 소득을 높이는 데도 큰 기여를 했죠.”

그는 농업기술 혁신으로 창조농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농업 현장에서 느끼는 기술적 애로사항을 적극 발굴하고 이를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고 평생학습 차원으로 농업인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농업도 이제 평생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의 개발과 인재양성이 중요해졌어요. 농업의 살길은 소득 창출이고, 제대로 된 농업교육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