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우리 역사에 경기도란 이름이 처음 등장한 지 60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경기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경기도는 ‘경기 정도(定道) 600년’을 맞아 지난 2월16일 수원 화성행궁에서 기념식을 갖고, DMZ를 품은 분단의 길목에서 새로운 600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2월16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에는 웅장한 종소리가 늦겨울의 명징한 하늘에 울려 퍼졌다. 한 차례 타종 뒤로 낮고 긴 여운이 채 끝나기 전에 다시 종이 울렸다. ‘정도 600년’을 맞아 올해 ‘통일한국의 중심 경기도 600년’을 선포한 경기도가 새로운 600년의 시작을 알리는 24번의 타종이었다. 지난 역사를 매듭짓고 새것의 도래를 알리는 24번의 긴 맥놀이의 여운에는 평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담겼다.

경기도는 이날 오후 수원 화성행궁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경호 도의회의장, 정병국·원혜영·원유철·김진표 국회의원, 경기도의원, 경기도민 등 1000여명이 함께하는 ‘경기 정도 600년 기념식’을 가졌다. 손재식 제16대 경기도지사, 이해구 20대 도지사, 심재홍 24대 도지사, 김용선 27대 도지사, 이해재 28대 도지사 등 전 경기도지사 5명이 기념식에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기념식은 화성행궁 앞 여민각에서 김 지사와 경기도 명문대가 종손 8명 등 각계인사가 참여한 타종식으로 시작됐다. 이어 안성 남사당패 25명이 화성행궁 행사장으로 이동하며 길놀이 공연을 펼치면서 흥을 돋웠다. 남사당패는 무대 앞에서 풍물놀이와 상모돌리기를 선보이며 신명난 축제를 이끌었다.

경기도립국악단은 공연 ‘운우풍뢰(雲雨風雷)’를 통해 구름과 비, 바람, 번개를 소재로 한 감동과 격정의 타악 공연을 펼쳤다. 역동적인 북소리는 통일 한국의 중심 경기도의 뜨거운 심장 박동을 상징한다.

- 김문수 지사가 경기도가 600년이 됐음을 알리는 고유제를 봉행하고 있다.
- 김문수 지사가 경기도가 600년이 됐음을 알리는 고유제를 봉행하고 있다.

축제의 한마당으로 치러져
이어 경기도 홍보대사인 백승주 아나운서의 사회로 엄기영 경기문화재단 대표의 경기 600년 연혁 소개와 이번 행사의 백미인 고유제가 진행됐다. 고유제는 중대한 일을 치른 뒤에 또는 장차 치르고자 할 때에 그 내용을 적어서 사당이나 신에게 고하는 제사다. 도는 경기도가 600년이 됐음을 알리고, 경기도의 안녕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내용을 축문에 담았다.

경기도 관찰사로는 689대인 김문수 지사가 초헌관(종묘 제향 때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사람), 김경호 도의회의장이 아헌관(두 번째 술잔을 올리는 사람), 도민대표인 김동구 대성동마을 이장이 종헌관(세 번째 술잔을 올리는 사람)으로 전통복식을 착용하고 제례를 지냈다. 고유제는 제물 진설, 제례, 음복례 순으로 봉행됐다. 관람객들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등 숙연한 분위기에서 제례를 지켜봤다.

김 지사는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이 경기도민일 정도로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며 “지난 600년을 헤쳐 온 것처럼 앞으로 600년도 한반도의 중심에 서서 평화와 번영의 초석을 다지고 더 나아가 대륙으로 향하는 웅대한 꿈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갑이 10번째 돌아오는 올해 지난 600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행정·경제·사회·문화의 한가운데서 남북통일로 통합의 새로운 역사를 마련하는 주도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특히 경기도가 과거에 이어 미래세대에도 통일 한국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심장부임을 알리는 가장 역동적인 중심체로서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고유제에 이어 식후행사에는 평양예술단의 공연이 펼쳐져 행사장을 찾은 도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수원문화재단 무예24기 시범단의 검술시범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무예 24기는 조선 정조 때의 관군이 익혔던 24가지 궁중 기예를 일컫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기 600년 기념 사진전, 전통문화 체험, 남사당패의 줄타기 공연 등의 부대행사도 진행됐다. 화려한 축하공연과 갖가지 전통공연은 이날 행사를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들었다.

도는 이날 경기도의 역사적 변화 양상과 발전상을 쉬운 글과 지도, 그림 등으로 표현한 ‘600년 기념 소책자’ 1만부를 기념식장을 찾은 도민에게 배부했다. 또 도의 역사와 문화, 변화와 발전 등을 상세히 담은 250쪽가량의 기념책자를 5월 말까지 제작하기로 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정영혜씨는 “경기도가 600년의 역사를 지녔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게 됐다”며 “통일된 한국에서도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으로서 더 많이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414년(태종 14년) 경기좌도와 우도로 나뉘었던 도(道)가 경기도란 이름으로 통합되며 우리 역사에 처음 등장했다. 정확히는 1414년 음력 1월18일로 기념식이 열린 다음날인 2월17일이 경기도 600년 기념일이다. 도는 도민이 많이 참가할 수 있는 일요일인 16일에 기념식을 가졌다.

2월17일에는 기념식과 별도로 600년을 기념하는 학술행사도 열렸다. 경기도는 문화의전당 꿈꾸는 컨벤션센터에서 ‘통일 한국의 중심 경기도 600년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 강진갑·이현성 경기대 교수, 김갑성 연세대 교수 등이 참가해 경기도 600년의 역사적 의미, 지방행정발전과 문화콘텐츠 등을 발표했다.

한영우 교수는 경기도 사람들이 개방적, 포용적, 진취적, 실학적 성향이 강하고 지방의식과 보수성은 상대적으로 약해 사회통합력과 국제적 감각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경기문화의 이러한 특징은 미래의 전통으로 소중하게 이뤄져야 하고, 관광자원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진갑 교수는 남북통일이 이뤄지면 경기도가 통일의 중심기지가 될 것이지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통일이 주는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해야 조기에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정도 600년 사업을 치른 후 올 봄부터 경기 100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성 교수는 경기도정의 역사적 의의와 향후 전망을 통해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강조했다.

김갑성 교수는 경기도의 미래비전 및 발전 전략에 대해 경기도 창조 클러스터의 조성을 강조했다. 수원과 안산에는 과학 R&D 클러스터를, 성남과 용인에는 IT 융합클러스터를, 고양과 파주에는 영상 및 문화콘텐츠 클러스터를, 안양과 군포에는 IT·SW 클러스터를, 화성과 시흥에는 해양레저 클러스터를, 의정부와 양주에는 디자인융합클러스터를, 가평과 양평에는 의료관광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기 정도 600년 기념식에는 각종 공연이 펼쳐져 한마당 축제를 이뤘다.
- 경기 정도 600년 기념식에는 각종 공연이 펼쳐져 한마당 축제를 이뤘다.

한국 경제의 핵심 위치 차지
현재 31개 시·군으로 이뤄진 경기도의 인구는 1255만명으로 서울보다 216만명이 더 많다. 면적은 전 국토의 10%인 1만172㎢로 서울의 17배에 달한다.

경기도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모습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경기도 땅은 한강유역을 비롯한 한반도 노른자위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는 정치세력이 역사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기름진 토지와 온화한 기후로 일찍부터 많은 사람이 살았던 우리 역사의 중심무대였다,

경기도 지역은 또 경제적으로 역로와 조운이 모여드는 물류의 거점이었으며, 문화적으로도 핵심의 위치에 자리했다. 황해도와 충청도를 포함하는 기호 문화권의 중심이었으며, 성리학에서 실학에 이르기까지 학문과 사상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와 산업화가 급속도로 추진되면서 경기도는 서울과 함께 한국 경제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은 250조9000억원으로 288조6000억원인 서울에 이어 2위다. 경기도의 지역 총소득은 297조2000억원으로 지역 내 총생산액보다 많다. 이는 경기도민이 경기지역 밖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타 시·도민이나 외국인이 경기도에서 벌어나간 소득보다 많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IT·자동차산업과 식품, 음료, 섬유, 가죽, 의약품, 금속가공, 전기장비, 가구 등 제조업 15개 업종의 최대 생산지다. 특히 IT산업 생산액은 2010년 전국 IT 생산액의 39%를 차지하고 있으며, 연간 119만대인 자동차 생산규모도 울산(125만대)과 비견될 정도다. 최근에는 제조업의 비중은 축소되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경기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75만개에 달한다. 이는 전체 기업의 20.8%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99.9%가 중소기업이다. 경기도 소재 기업의 총수출액은 1020억달러로 전국 최대 규모다. 제1 수출 품목은 반도체이며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평판 디스플레이, 기구부품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경기도는 향후 한국의 성장엔진·글로벌·상생발전·대북교류 전진기지 기능을 통해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주력 산업을 육성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와 중소기업의 중견기업화에 중점을 둔 산업 발전 전략을 펼쳐야 한다. 또 차세대 고용 창출원 발굴을 위해 의료·콘텐츠 등 신성장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

경기도는 2020년을 목표로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경제의 엔진 역할을 수행하고, 한·중·일 거대 경제권의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그 비전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대표적인 첨단산업 지역인 중·남부를 글로벌 과학·연구벨트로, 서해안권은 대 중국 특구로 조성하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보유한 북부권역은 남북교류 확대를 통한 산업발굴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 600년 시간을 매듭짓고 새것의 도래를 알리는 타종식에는 김문수 지사(맨 오른쪽) 등 각계 인사 24명이 참석했다(위). 경기도는 지난 2월17일 문화의전당 꿈꾸는 컨벤션센터에서 ‘통일 한국의 중심 경기도 600년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 600년 시간을 매듭짓고 새것의 도래를 알리는 타종식에는 김문수 지사(맨 오른쪽) 등 각계 인사 24명이 참석했다(위). 경기도는 지난 2월17일 문화의전당 꿈꾸는 컨벤션센터에서 ‘통일 한국의 중심 경기도 600년 과거·현재·미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Tip  |   탄생 600년 엠블럼 눈길

강우현 남이섬 대표가 디자인…통일한국 지향, 건강한 삶터 상징

‘경기(京畿)’란 ‘서울(京)’과 ‘서울 주변 지역(畿)’을 일컫는다. 원래 ‘경’은 천자의 도읍을, ‘기’는 천자가 직접 관할하던 도성 주위 1000리 땅을 의미했다. 경기제가 제도적으로 완비된 것은 당나라 때였으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고려 왕조 때였다. 경기도 땅은 고려가 도읍을 송악(지금의 개성)으로 정하고 개경(開京)이라 칭한 이후 1018년 개경 주위 지역을 ‘경기’라고 부르면서 역사에 등장했다.

조선 왕조가 개국하면서 한양으로 천도하자 경기도 권역을 개편했는데, 한양과의 거리를 따져 일부 지역은 분리되고, 새로운 지역이 편입됐다. 1402년에는 경기좌우성이라 했고, 1413년에는 현재와 거의 다름없는 경기도 지역을 확정했다. 그 다음해인 1414년 1월18일(음력) 관제를 고치면서 경기를 좌우도로 나누지 않고 그냥 ‘경기’라 부르도록 했다.

경기도 탄생 600년 기념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통일한국의 중심 경기도 600년’이란 슬로건과 함께 쓰인 엠블럼이다. 이 엠블럼을 디자인한 강우현 남이섬 대표는 서울 600년 디자인을 총괄한 그래픽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엠블럼 디자인에 대해 “수도 서울을 품고 있는 경기도의 이미지와 600년을 나타내는 숫자를 태극 문양과 합성해 통일한국을 지향하는 건강한 삶터인 경기도 600년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이 엠블럼은 각종 600년 기념행사는 물론 600년 기념 소책자·책자, 경기도 바로알기 책자, 경기도 관광지도, 통계로 보는 경기도, 홍보 매체 등에 쓰이고 있다. 또 경기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한 관광안내지도 전후에 경기도 600년 로고와 슬로건 등을 첨부 인쇄해 배포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월 초부터 G버스 TV 안내 시스템 동영상, 사당역과 수원역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LED 전광판, KTX,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해 경기도 탄생 600년을 홍보하고 있다. 이 밖에 도는 공용버스와 차량에 ‘경기도 600년, 통일한국의 미래를 엽니다’란 문구와 엠블럼을 담은 홍보물을 부착해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