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은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에 반드시 국내에서만 일자리를 찾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정부는 이른바 ‘K-무브(Move)’를 슬로건으로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나섰다.

현재 캐나다에서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의 대형 딜러십(대리점)에 근무하는 최두수씨(29). 최씨는 2010년 겨울 무렵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여느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입사지원서를 썼지만 연달아 고배만 마실 뿐이었다. 최씨는 낙심이 깊어질 즈음 문득 자신의 가슴속에 잠재돼 있던 꿈을 깨달았다. 그것은 국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외국에서 도전적이고 활동적인 삶을 살아보는 것이었다.

최씨는 취업 낙방의 수렁을 박차고 일어나 해외 취업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곧이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는 해외 취업 연수프로그램에 등록했다. 그의 목적지는 캐나다였다. 막상 해외 취업을 결심하자 학창시절 내내 무거운 짐으로만 여겨졌던 영어 공부도 자연스레 몰입하게 됐다.

국내 연수 과정을 마친 후 드디어 캐나다로 떠났다. 국외 연수 기간은 6개월이었다. 최씨는 홈스테이를 하며 영어능력 향상과 문화적 차이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캐나다인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막상 일자리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외국인이라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턴십을 통해 경험과 경력을 쌓는 단계별 취업전략을 선택했다. 얼마 뒤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일본 자동차업체 마쓰다의 현지법인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잡았다. 고객 서비스 부서에서 전문가를 돕는 보조업무가 주어졌다. 그는 인턴십이 끝나갈 무렵 다시 부지런히 구직활동에 나섰다. 마침 마쓰다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좋은 정보를 귀띔해줬다. 캐나다에는 수많은 자동차 딜러십이 있는데, 반드시 적합한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최씨는 열 곳이 넘는 딜러십에 지원서를 보낸 끝에 혼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대형 딜러십에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해외 취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금의 20대는 어릴 적부터 지구촌 문화의 세례를 받은 이른바 ‘G(Global)세대’다. 이들은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유학 등을 통해 외국 문화에 익숙할 뿐 아니라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능력도 과거 세대에 비해 뛰어나다. 게다가 도전적이고 적극적이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 취업이란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 각국이 국경을 넘어 인재 교류를 하고 있지만 자국 노동시장에 꼭 필요한 외국인들만 채용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일터를 마련한 최두수씨의 사례만 보더라도 해외 취업이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철저한 준비와 각고의 노력, 치밀한 취업전략이 동반되지 않으면 해외 취업은 넘지 못할 장벽이기 십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우리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이른바 ‘K-무브(Move)’ 정책을 펼치고 나선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K-무브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세계를 움직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열정과 능력을 갖춘 청년들이 세계로 나아가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해외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면접을 보고 있다.





전 세계 한민족 네트워크 최대한 활용

K-무브는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한국 경제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만큼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카드 중 하나가 바로 K-무브다. 청년들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영토’를 확장해나가는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세계 곳곳에 넘실대는 한류 열풍이나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도 조성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사실 역대 정부들도 청년들의 해외 진출 지원 정책을 펼친 바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양성’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청년들의 해외 취업·인턴·봉사활동 등을 적극 장려했다. 하지만 관(官) 주도의 사업 추진에 따른 비효율성과 통합적인 지원체계 및 정보망 부재 등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K-무브는 역대 정부의 해외 진출 장려 정책과는 차별성을 지닌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과거 정부의 관 주도 방식과 달리 민·관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사업 추진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 각국의 한상(韓商), 한인회, 동포단체 등 ‘한민족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 눈길을 끈다.

이경제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 사무관은 “K-무브 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로 나아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며 “특히 세계 각국에 뿌리를 내린 한인 민간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과거 정부 정책과의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한민족 네트워크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해외 현지 코트라 무역관 등지에 ‘K-무브 센터’라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기로 했다. K-무브 센터에서는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해외 한인 네트워크, 해외 진출 기업 및 공공기관, 현지 민간 전문기관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일자리 현안을 챙기게 된다. 예를 들면 현지 일자리 정보 수집 및 발굴, 해외 취업자 사후관리 및 상담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K-무브 센터는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 일본 도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3개소가 설치된 데 이어 향후 10개소로 확대될 계획이다. 현지 국가의 시장 잠재력, 구인 수요, 민·관 협력 인프라 등이 상대적으로 나은 국가에 순차적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는 ‘K-무브 멘토단’도 운영된다. K-무브 멘토단은 해외 기업 퇴직임원, 현지 전문가, 해외 기업 취업자 등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멘토들로 구성된다. 지난 8월 일차적으로 100명의 멘토단이 발족했다. 이들 멘토단의 활동지역은 북미 13명, 유럽 9명, 동북아 27명, 동남아 31명, 오세아니아 9명 등 전 세계에 걸쳐 있다.

K-무브 멘토단은 해외 취업에 필요한 역량 및 준비사항 상담, 인적 네트워크 소개, 현지 생활정보 제공 등의 역할을 온·오프라인으로 수행하게 된다. 정부는 향후 운영성과를 토대로 K-무브 멘토단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해외 구인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인재 양성사업도 추진된다. 인재 양성은 ‘K-무브 스쿨’로 이름 붙여진 민간 운영기관에서 맡는다. 지난 8월 한국무역협회 등 6개 기관이 1기 K-무브 스쿨로 지정됐다. K-무브 스쿨은 각각의 특징과 장점에 맞춰 6~12개월의 장기 교육과정을 통해 연수생들의 어학 및 직무능력을 배양하는 한편 해외 일자리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K-무브’ 사업의 일환으로 주관하는 ‘글로벌 Job 탐방단’이 미국의 한 인테리어 디자인업체를 방문해 회사 관계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K-무브 스쿨’ 통해 맞춤형 인재 양성

정부는 2014년부터 해외 진출에 필요한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해외 통합정보망’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정보망은 국가별·지역별 일자리 정보, 해외 취업·인턴·봉사 관련 정보 제공은 물론 해외 진출 희망자들과 해외 취업자들이 서로 정보공유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역할도 하게 된다. 특히 해외 통합정보망은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K-무브는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 협업체계를 바탕으로 추진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해외 취업(고용부), 해외 인턴십(교육부), 해외 봉사활동(외교부) 관련 사업이 해당 부처별로 각각 펼쳐졌다. 그 때문에 해외 봉사, 인턴 경험자들이 해외 취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연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K-무브 정책은 범정부 차원의 총괄조정 기능을 통해 해외 진출 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외교’를 강화하는 것도 숙제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젊은 인재들을 내보낸다 하더라도 세계 각국의 채용 여건이나 제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현수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팀장은 “해외 취업 정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취업비자 발급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정부가 나서서 외국 정부와 인력교류 양해각서를 맺는 등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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