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외에 지급하는 농작물의 로열티는 연간 170억~18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품질 좋은 국산 품종이 속속 개발되면서 로열티가 갈수록 줄고 있다.


정재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가운데)가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국화 꽃가루 채취 등을 하고 있다.

국화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3대 화훼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화훼재배면적 및 생산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재배면적은 575㏊, 생산액은 774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옛날 지조와 절개 있는 선비를 상징했던 국화는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일본이나 네덜란드에서 도입된 품종이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400여 국화품종 중 국산 품종은 75종에 불과하다. 지난해 해외에 지급된 로열티는 9억원으로, 국화 1주당 17원꼴이다. 이마저도 농촌진흥청이 2006년부터 로열티 경감에 박차를 가하면서 절반 이상 낮춘 수치다. 불과 8년 전만 해도 국화는 100% 수입에 의존했다. 국산 품종의 보급률은 2006년 1%에서 2008년 8.2%, 2010년 15%, 2012년 22.8%로 급성장했다. 국산 품종의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2007년 2억5000만원이었던 로열티 절감액은 지난해 10억원으로 늘어났다. 현재 20%에 머물고 있는 국화품종의 국산화율을 2015년에는 30%, 2017년에는 35%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농진청의 계획이다.

국산 국화품종의 수출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국화 수출액 972만달러의 30%인 300만달러를 국산 품종이 벌어들였다. 국화의 주요 수출국은 일본이다. 일본 왕실의 문양이 국화일 정도로 일본은 전통적으로 국화 소비량이 많다. 하지만 자체 생산이 감소하면서 이를 수입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그동안 일본으로 수출되는 대국(大菊)은 일본 품종인 ‘백선’과 ‘신마’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산 품종인 ‘백마’가 백선과 신마를 제치고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주력 수출상품이 되고 있다.

지난 11월14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의 비닐하우스. 장미, 난, 국화 등의 국산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수십동의 재배시설이 늘어서 있다. 이 중 국화는 4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육종된다. 매년 10만개의 종자가 파종되고, 이 중에서 제대로 자란 3만5000여개의 계체가 4개의 비닐하우스에 심어진다. 품종 개발을 위한 이러한 실험은 매년 반복된다.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린다. 특히 스탠다드국의 경우에는 꽃가루의 양이 적고, 채집도 어려워 신품종 개발에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선호도가 높고, 품종개발이 상대적으로 쉬운 스프레이국이 주로 육종된다.

육성한 품종 중 우수 품종과 유망 계통은 화훼재배농가, 유통관계자, 소비자 등에게 선보여 품종별 고유 특성에 대한 견해와 선호도 등을 평가받는다. 품평회에서 우수 평가를 받은 계통은 연말 ‘신품종 선정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출원을 하게 된다. 품평회에는 보통 20~30개의 품종이 나오는데, 이 중 신품종이 되는 것은 2~3개 정도다. 최근에 개발된 품종 중에선 스프레이국인 ‘엔젤’, ‘프링슬링’, ‘필드그린’, ‘도나핑크’ 등이 내수와 수출용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재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의 꽃에 대한 트렌드를 파악해 육종에 나선다”며 “매년 국내에 도입되는 50여 품종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로열티를 받을 날도 머지않았다. 정 연구사의 말이다. “최근에는 일본, 중국 등의 해외 국화 재배농가들이 우리나라 품종을 키우고 싶다는 연락을 많이 해오고 있어요. 국산 품종의 품질이 높고 병해충에 강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죠. 이젠 일본에도 큰 소리 칠 수 있게 됐어요.”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하면서 외국에서 개발된 품종에 대해 로열티를 줘야 한다. 품종보호권은 지난 2002년 113개 품목으로 시작해 그동안 외국 품종의 재배면적이 많아 품종보호대상작물 지정에서 유보했던 딸기와 감귤 등 6개 작물을 지난해 보호대상으로 지정하면서 모든 식물로 확대됐다. UPOV 가입 국가는 가입 10년 이내에 품종보호대상을 모든 작물로 확대해야 한다는 협약에 따른 것이다.


국화 조직 배양을 위해 잘게 자르고 있는 모습



 

2012년부터 모든 식물에 보호권 적용

로열티는 보호권이 설정된 품종을 생산·판매할 경우 품종보호권자에게 지급되는 돈이다. 주로 뿌리, 줄기 등으로 번식해 재배 가능한 딸기, 참다래, 장미, 국화 등의 원예작물에서 발생한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품종개발비의 5% 수준이 로열티로 지불된다. 사과·배·포도 등 주요 도입 과수품종의 경우 보호연한(25년)의 만료로 로열티가 없으며, 씨앗종자는 종자대금에 포함돼 있다. 딸기와 화훼류는 주당 로열티를 지급한다. 딸기는 1주당 5원, 장미는 4년마다 1주당 1000원을 내야 한다. 참다래는 매출액의 15%를 로열티로 낸다.

농작물 로열티는 육종회사와 개별농가 간 사적 계약에 의해 성립되기 때문에 지급액을 정확히 추산하는 것은 어렵다. 주요 작물의 품목별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추정해보면 로열티 지급액은 2002년 13억8000만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4년 50억원, 2009년 150억원, 2011년 172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품종에 대해 지급한 로열티는 1184억원에 달한다. 2012년 품목별 로열티 지급액은 버섯이 57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장미 35억여원, 참다래 25억원, 난 22억원, 국화 9억여원 등이다.

하지만 농진청이 다양한 국산 신품종을 개발하면서 외국에 지불해야 했던 로열티의 절감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농진청은 지자체 등과 공동으로 지난 2006년부터 연차별로 로열티가 많이 지급되는 딸기, 장미, 국화, 난, 버섯, 참다래 등 6개 품목에 ‘로열티 대응 연구사업단’을 운영해 우수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오고 있다. 이들 6개 사업단이 개발한 신품종은 270품종에 달한다.

해외 로열티 확보를 위한 우수품종의 해외 적응성 시험과 해외 출원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해외 6개국에서 39품종이 적응성 시험을 하고 있으며, 해외로부터 로열티 확보를 위해 지금까지 보호출원된 품종은 7개국, 105개 품종에 달한다. 지금까지 농진청이 개발한 품종 중 해외 로열티를 확보한 것은 2개 품종이다.

이러한 로열티 대응 사업은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05년 120억원에서 2011년 172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던 로열티 지급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농진청은 2017년이면 로열티 지급액이 100억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로열티 절감액은 2008년 10억원, 2009년 18억7000만원, 2010년 28억원, 2011년 34억5000만원, 2012년 66억8000만원으로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심강보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연구관은 “로열티 지급은 결국 비용을 증가시켜 농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새로운 품종 육성을 통한 외국 품종 대체와 로열티 절감은 우리 농업과 농가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품종은 품평회에서 재배농가 및 소비자 등으로부터 선호도를 평가받는다. 사진은 선인장 품평회 모습(왼쪽).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실에서 연구원들이 연구용 국산 딸기 품종을 수확하고 있다.

로열티 대응사업단 통해 신품종 육성

작물별 국산 종자 보급률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국산 품종의 재배가 가장 많이 늘어난 작물은 딸기다. 딸기는 2005년까지 일본 품종이 95% 이상을 차지했다. 매년 지급한 로열티는 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07년 ‘딸기 로열티 대응사업단’을 출범하고 국산 품종 개발에 주력한 결과 2010년까지 ‘설향’, ‘매향’ 등 15개 품종을 개발해 보급했다. 외국산 품종에 비해 맛과 품질이 뛰어난 이들 품종이 보급되면서 2003년 4.1%였던 국산 딸기품종 보급률이 2010년에는 61.1%로, 지난해에는 74.5%로 크게 높아졌다. 딸기는 2012년에만 21억2000만원의 로열티를 절감했다. 그동안 로열티 문제로 급감했던 수출도 국산 품종 보급 확대로 2500만달러로 늘어났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절감한 로열티는 90억원이 넘고, 농가소득도 1㏊당 1억1000만원 정도 올랐다.

그동안 품종을 뉴질랜드에서 사와야 했던 참다래(키위)의 로열티도 줄어들고 있다. 참다래 재배 농가들은 ‘제스프리골드’ 품종을 수입하면서 매출액의 15%를 로열티로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농진청이 개발한 ‘제시골드’, ‘한라골드’가 2008년부터 생산을 시작하면서 로열티 절감액은 2008년 2000만원에서 2010년 9000만원, 2011년 2억3000만원, 2012년 7억50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또한 기후 온난화로 인해 전남과 경남 남해안으로 재배면적이 확대되면서 국산 품종 보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2010년에는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받기로 하고 중국과 수출 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내년엔 처음으로 중국으로부터 12억원가량의 로열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이탈리아, 칠레 등에서도 품종 수입 문의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해외진출 전망도 밝다.

우리나라 화훼류 중 비중이 큰 작목인 장미의 경우 2000년부터 국산 품종 개발에 나서 2012년까지 71품종을 개발했다. 국산 품종 보급이 확대되면서 점유율이 2005년 1%에서 2008년 8%, 2010년 18%, 2012년 25%로 급성장했다. 국산 품종의 대일 수출비중도 2008년 24%에서 지난해 40%로 크게 올랐다. 반면 장미 재배 농가의 종묘비는 크게 줄었다. 1㏊당 1억5000만원에 달하던 종묘비는 6000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버섯은 외국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품종에 대한 국제 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작물이다. 이에 농진청은 2000년부터 개발에 나서 2012년까지 23종 94품종을 육성해 국산 품종 보급률을 44.6%로 확대시켰다. 이를 통해 버섯 로열티 절감액은 2011년 5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7억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수출용 버섯은 여전히 외국 품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버섯의 경우 연중 휴작이 없어 품종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4~2015년 외국 품종에 대한 로열티 발생이 예상되는 감귤 분야에서도 선제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고비용의 시설 품종 대비 경쟁력이 있는 노지 수확 감귤 품종 등이 육성되고 있다. 하지만 수출전략작물인 난의 경우 국산 품종 개발과 보급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10년 동안 19품종이 육성됐지만 보급률은 6.4%에 그치고 있다.

노미영 농촌진흥청 연구운영과 박사는 “지자체, 대학, 기업 등과 연계한 국산 품종 개발과 함께 농가 보급 확대에 매진할 것”이라며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고품질의 품종을 육성해 국산 품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해외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Tip  |  용어 설명

대국 : 꽃 지름이 18㎝ 이상으로 크고 우아한 것이 특징이다. 주로 화환용으로 사용된다.
소국 : 꽃 지름이 9㎝ 미만으로 품종이 많고 색채가 선명하다. 가을에 꽃다발과 꽃꽂이용으로 쓴다.
스탠다드국 :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만 피는 국화다.
스프레이국 :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을 피운다.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 새로 육성된 식물품종을 보호해 우수한 품종의 개발과 유통을 촉진함으로써 농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우리나라는 2002년 1월에 5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현재 미국·일본·중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 등 71개국이 가입했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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