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이 시작되던 1970년대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오늘날 지역사회의 모습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특히 세계화로 인해 단일 민족 또는 단일 문화권은 다문화사회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도 새롭게 형성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새마을운동이다.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은 지난 6월14,15일 양일간 서울 도봉구 관내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정착 지원을 위한 다문화정착 지도자 교육을 실시했다.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은 지난 6월14,15일 양일간 서울 도봉구 관내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정착 지원을 위한 다문화정착 지도자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 6월14일 서울 도봉구 구민회관. 넓은 강의실에선 웃음소리가 넘쳤다. 서툰 한국말과 함께 간혹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도 새어 나왔다. 강의실에선 외국인 주민의 사회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다문화정착 지도자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 49명과 이들과 1대 1 결연을 맺을 도봉구 새마을부녀회원 49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먹서먹했던 분위기는 얼마 되지 않아 화기애애해졌다. 국가별로 노래자랑이 이어졌고, 서로 박수를 치는 사이 친구, 엄마, 이모가 됐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의 가족문화를 배우는 동안에는 새마을부녀회원들이 대신 아기를 봐주기도 했다. 아직 한국말이 서툰 일본인 와타나베 카즈코씨는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 교육에서 결연을 맺게 될 한국 주부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일본의 좋은 문화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옥남 도봉구 새마을회 사무국장은 “동네 이웃으로서 이들 여성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21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개최된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에서 열린 요리경연대회
지난 5월21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개최된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에서 열린 요리경연대회


결혼이주여성이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앞장
다문화정착 지도자 교육은 새내기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생활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원하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정부의 위탁을 받아 새마을중앙회가 진행하는 이 교육은 오는 11월까지 25개 지역에서 1500명의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지도자 교육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의 가족문화 이해, 멘토의 역할과 리더십, 다문화가정의 자녀교육에 관한 기본교육을 실시한다. 또 새마을운동과 지역사회 정착 특강, 레크리에이션, 정착우수사례 및 교육소감 발표로 지역공동체 의식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새마을부녀회원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지역에서 봉사와 참여를 유도해 나가도록 하고 있다.

김옥남 사무국장은 “조만간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밑반찬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지역의 독거노인들에게 반찬 나누기 봉사활동을 같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가 결혼이주여성들의 정착을 지원하는 교육에 나서는 것은 특정 목적을 위해 모인 단체와는 달리 새마을회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마을지도자들은 이주민들의 일상과 가장 밀착한 이웃이기도 하다.

다문화정착 지도자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의 오병규 팀장은 “새마을부녀회 등 새마을지도자들은 결혼이주여성들과 가장 가까이서 생활하는 이웃”이라며 “새마을운동이 갖는 ‘더불어 잘 살기’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을 수료한 결혼이주여성들은 다른 외국인 여성들의 정착을 돕는 멘토 역할을 하는 동시에 새마을운동의 글로벌 첨병 역할도 하게 된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새마을운동의 성공적인 지구촌 확산을 위해 결혼이주여성을 새마을운동 전문가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많은 개발도상국이 새마을운동의 전수를 요청하고 있어 결혼이주여성을 통해 새마을운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파한다는 복안이다.

오병규 팀장은 “현지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결혼이주여성들이 현지 문화와 관습에 익숙해 새마을운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마을중앙회는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문화가족 청소년과 함께 만드는 희망여행’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추진되는 희망여행에는 인천 중구, 경기 고양시, 서울 관악구, 부산시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자녀, 새마을가족 등 200여명이 참여한다.

이 사업은 대학생으로 구성된 Y-SMU(Youth-SaeMaul Undong)포럼 회원들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1대 1 결연을 맺는 멘토링과 희망캠프, 탐방 등으로 구성된다.

Y-SMU 포럼 회원들은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고민 상담과 학습지도 등을 병행해 이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원만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희망캠프를 열어 결연을 맺은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멘토, 멘티가 아니라 형, 오빠, 언니로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캠프에서는 ‘엄마 나라 배워보기’를 통해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엄마 나라의 자긍심을 심어주는 시간도 마련된다.

황옥희 새마을중앙회 팀장은 “젊은 대학생들과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이 결연을 통해 사회 문제화 되고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을 해소하고 그들이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부녀회는 지역의 다문화가정을 보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을 도움을 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지난 5월21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에서 열린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전통요리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자국의 음식을 나눔으로써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최광자 서울시 새마을부녀회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은 고국을 떠나 문화와 풍습이 다른 한국에 와서 가족을 이루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당당히 살아가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소통과 화합의 장이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2011년부터 매년 송아지 100두를 자녀들의 진학 재원 지원이 필요한 다문화가정에 전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2011년부터 매년 송아지 100두를 자녀들의 진학 재원 지원이 필요한 다문화가정에 전달하고 있다.


농협, 다문화가정 지원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150만명을 돌파했다. 2007년 말 처음 100만명을 넘어선 이후 지난 5년간 약 50% 증가한 셈이다.

체류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다문화가정도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구성원은 약 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농촌에서도 다문화가정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에 따라 농업인구 구조도 변하고 있으며, 이들이 농촌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중요성과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향후 다문화가정이 우리 농업·농촌에 새로운 활력으로 자리매김해 미래 한국농업을 이끌어 갈 주역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2020년 전체 농가인구 중 결혼이주여성의 비중이 3.2%, 19세 미만 후계세대 인구는 다문화자녀가 49%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농촌 결혼이주여성의 80% 이상이 농사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화된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농촌의 핵심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은 농촌사회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일이 됐다. 농협이 다문화가정의 농촌 정착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협이 다문화가정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05년부터다. 농촌 구석구석까지 뿌리내린 농협의 조직을 기반으로 다양한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을 펼쳐왔다. 친정부모 인연맺기, 다문화 여성대학 운영, 이민자 사회통합 프로그램, 모국방문 지원, 무료 개명지원, 국제결혼 중개사업, 농업교육 실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문화가정의 안정적인 농촌정착을 지원했다.

2011년부터는 다문화가정 지원의 효율성과 체계성을 강화한 4대 중점추진 과제를 선정해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다. 통합지원체계 구축, 조기정착 지원 및 자립역량 강화, 건강한 성장환경 조성, 유대강화 및 사기진작 등이 과제의 주요 내용이다. 이는 다문화가정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해 미래 농촌 인재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농협은 다문화가정이 침체된 농촌사회의 새로운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이주단계에서부터 전문 농업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또 소득창출의 기반을 마련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단계별 교육을 실시하고, 기초농업교육과 1대 1 맞춤농업교육을 마친 농업후계 이민여성에게는 농업전문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농협은 최근 다문화가정이 한국 농촌, 그리고 한국 사회에 원활하게 뿌리내리도록 지원사업을 한층 강화했다. 다문화가정 통합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읍면 지역에 ‘다문화가족 지원 전담창구’ 100개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환경 조성을 위해 다문화 어린이시설 운영과 다문화 어린이 꿈나무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농협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도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를 연중 펼치는 등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연수원은 지난 3월 2박3일 일정으로 농촌지역의 다문화가정을 초청해 ‘다문화가족 농촌정착 지원 과정’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에는 전남 보성과 강진에서 80명의 다문화가족이 참가해 가족 간 소통을 위한 교육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가족 화합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은 2009년부터 농촌 거주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15기에 걸쳐 1200명의 교육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 11월22일 대구 대현동 농협 경북본부에서 열린 2012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김장김치 나눔행사에 참가한 결혼이주여성들이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지난해 11월22일 대구 대현동 농협 경북본부에서 열린 2012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김장김치 나눔행사에 참가한 결혼이주여성들이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측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적응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정신적 만족감을 키우고, 건강한 가정을 양성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문화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보듬으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에 있는 농협 직원들이 매월 납부한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공익법인인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는 매년 가정 형편이 어려운 농촌지역의 결혼이주여성에게 모국 방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농촌지역 다문화가정의 ‘집 고쳐주기’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

농협은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 조기정착을 위해 현실적인 지원에도 나섰다. 희망송아지 전달이 그것이다. 2011년부터 매년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진학 재원 마련을 위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농촌거주 다문화가정 100곳을 선정해 송아지를 전달하고 있다.

농협은 “다문화가정이 농촌사회의 일원으로 잘 정착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할 뿐 아니라 결혼이주여성들을 농업 후계인력으로 육성해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현실 개선에 전력을 다해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