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한국은행 등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기획재정위원회는 나라 경제정책을 관할하는 데 있어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강길부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는 기재위 전체회의 모습.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한국은행 등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기획재정위원회는 나라 경제정책을 관할하는 데 있어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진은 강길부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는 기재위 전체회의 모습.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등 주요 금융기관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나라 경제정책을 관할하는 데 있어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경제 컨트롤 타워인 기획재정부를 관할하는 상임위라서 사실상 경제정책을 총감독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의원들이 ‘꺼리는’ 상임위이기도 하다. 기재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 또한 공부해야 할 것이 많은 상임위라서 어려움도 있지만, 나라의 주요 경제정책을 담당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도 크다”고 전했다. 기재위는 경제정책 전반을 두루 관장하고 있는 만큼 거물급 의원들이 주로 거쳐 가는 상임위이기도 하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기재위 소속이었고, 문재인 민주당 의원 역시 현재 기재위에 소속돼 있다. 현재 여당(새누리당 13명)과 야당(민주당 11명, 진보정의당 1명, 통합진보당 1명) 의원이 동수로 ‘이상적’ 구성을 이루고 있다.

지난 5월7일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이 통과되며 기재위는 한 고비를 넘긴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주요 쟁점 법안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의견차가 팽팽하다. 우선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관련해 민주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1% 인하’ 안으로 맞서고 있다. 추경안 통과 당시 현재의 2%에서 1%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임시국회에서 통과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1년 9월19일 기획재정부 국감에 참석해 같은 기재위 소속이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1년 9월19일 기획재정부 국감에 참석해 같은 기재위 소속이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폐지 vs 1% 인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란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정부는 공제율을 1% 낮출 경우 약 2000억원의 세수 확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감세 혜택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 창출에 대한 유도 효과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정부는 기본적으로 ‘증세 없는 경제 공약 실천’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세제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증세 효과’를 얻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들을 향해서도 비과세 및 감면을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기조를 잡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연구·인력개발비(R&D) 세액공제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가 대표적인 축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구·인력개발비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인한 감면 규모는 각각 2조4900억원, 2조1200억원으로 총 4조6100억원 수준. 세제 혜택을 없앨 경우 그만큼의 세수 확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기업의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좀더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성호 의원이 최근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16%에서 17%로 인상하고,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및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대상에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즉 대기업을 아예 제외하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한 법안”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 공제를 줄이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의욕이 떨어지고 그만큼 고용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데만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대기업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 불만스럽다”고 털어놨다.

역시 여야의 대립이 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는 국토위에서 논의 중인 ‘주택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부동산 시장과 건설 경기에 미칠 여파가 적지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4·1 부동산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은 다소 활력을 찾았지만 후속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또다시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지난 6월13일 두 가지 부동산 관련 규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두 가지 법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부자 감세’ 정책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여아가 쉽게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계 “대기업들의 일방적 희생 강요한다”
이 밖에도 6월 임시국회를 시작으로 하반기 내내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각종 규제 법안들이 대기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규제 관련 법규·시행령·규칙 등이 총 1만4796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 연말에 이르면 지난해의 1만3914건(2012년 말 기준)에 비해 약 15% 증가율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이미 대선 이전부터 기업들의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본격적으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재계도 적극적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지난 6월10일 “경제민주화가 이미 있는 것들에 대한 나누기 중심이라면, 창조경제는 신산업·신기업 육성을 통한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반대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는가 하면, 이어 13일 배상근 전경련 본부장은 신규순환출자 금지 및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공정위를 상대로 공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 역시 정치권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과연 정부와 여야, 기업 간의 경쟁에서 ‘경제 살리기’라는 대의가 지켜질 수 있을까.  

  Tip  

기재위의 눈에 띄는 민생법안들


기재위에 발의된 법안들 중엔 눈길을 끌 만한 민생 법안들도 적지 않다. 고액 상습체납자들의 세금 연체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명단 공개 등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쉽게 개선되지 않아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납자와 그 주변인의 금융거래정보를 활용해 세금 추징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세징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고액체납자에 관한 금융거래정보 등을 국세청에 제공할 수 있게 하고 세무공무원이 금융거래정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대 변화의 흐름을 담은 법안들도 있다. 최근 결혼중개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면서 수수료와 회비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이 금액에 대해 연 100만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해주고, 부유층의 새로운 자산증식 수단이 되고 있는 귀금속 및 보석류에 대한 과세 근거를 마련하는 ‘소득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눈에 띈다.
또한 지방대학 출신의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된 ‘지역균형인재육성에 관한 법률안’, 대학생들의 주거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등록금 대출액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거나 기숙사비를 지급한 경우 그 금액을 특별공제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득세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도 민생을 먼저 생각해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다.

 Mini Interview |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

“민영화와 지분일부 매각은 엄연히 다른 것”

기재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나성린 의원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공기업의 지분을 팔아 세외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나성린 의원의 사무실 벽면에는 각종 경제지표 추이가 그려진 그래프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경제전반을 담당하는 기재위 의원실의 방다웠다. 나성린 의원을 만나 기재위의 현안과 앞으로의 쟁점에 대해 들어봤다.

- 추경 통과까지 야당과의 협상이 쉽지 않았다.
▲민주당은 세입경정이 12조원까지 필요하냐며 문제제기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동의했다. 대신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니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즉각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야당은 부자증세를 통해 하라는 것인데, 그들이 말하는 소득세 최상위계층의 비율을 높이고 대기업 법인세를 높여도 내년에야 세수로 들어온다. 세금을 높이면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데 그러면 추경편성의 의미가 없지 않나. 결국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율을 폐지하자는 민주당에게 1% 인하하자는 안을 제시해 일단 합의했다.

- 추경편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추경편성의 법적 요건 중에는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항목이 있다. 지금 7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대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경기침체, 대량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다.

- 12조원의 세입경정 안에 관해 새누리당 내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사실 당에서도 12조원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 청와대에서 세수가 안 들어오면 사업을 당장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메워줘야 한다고 해서 야당에게도 동의를 구했다. 야당은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증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에는 반대다. 비과세 감면 축소, 탈세 척결과 같은 방법으로 해소한 뒤 어쩔 수 없으면 그때 가서 세율을 높이자는 거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비과세 감면 축소의 일환이기 때문에 우리당의 방향과도 맞다.

- 야당이 요구하는 재정건전성 추가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세수를 확대하고 불필요한 세출을 줄이는 것, 세외수입을 늘리는 것 등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세수 확대와 세출 축소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이 세외수입을 확대하는 것인데 이는 국가 재산을 팔면 가능하다. 공기업의 지분을 파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민영화’라고 하며 강하게 반대한다. 그건 민영화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정부가 51%를 가지고 나머지 49% 중 일부를 팔면 되는 것 아닌가. 그건 ‘일부지분매각’이지 민영화가 아니다. 과반수 지분을 갖고 있으면 그건 여전히 국가의 것이다. 정부 세입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데도 야당이 잘못된 생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