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4일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 6월14일 국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는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논의되어 언론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정무위에서 통과된 법안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제시됐던 것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정무위 법안들만 들여다봐도 부당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방지 법안,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 개정안 등 그동안 ‘뜨거운 감자’로 거론됐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대다수였다. 이 때문에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재계의 반응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밖에 없다. 정무위 소속 야당의원의 한 보좌관은 “정기국회나 국정감사 못지않게 바쁜 한 달을 보낸 것 같다”고 전했다.

정무위는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의 여러 금융관련 기관들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소관기관의 수가 적지 않은 데다 경제 관련 분쟁을 다루고 감독하는 기관들이다 보니 정무위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하다. 정무위는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 의원을 포함해 새누리당 13명, 민주당 10명, 무소속 1명 등 모두 24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정무위는 6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무려 6번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경제민주화 법안 여러 건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그동안 사회적 쟁점이 되었고 여야 간에 이견이 컸던 법안들을 통과시킨 점이 가장 큰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무위원회 구성 및 소관기관

위원장 김정훈 의원(새누리당)
간사     박민식 의원(새누리당)
간사     김영주 의원(민주당)
위원     강석훈·김용태·김재경·김종훈·박대동·성완종·
                송광호·신동우·안덕수·유일호·조원진 의원(새누리당)
                강기정·김기식·김기준·김영환·민병두·이상직·
                이종걸·이학영·정호준 의원(민주당)
                송호창 의원(무소속)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 구기성
전문위원(2급)                 임익상, 조의섭
입법조사관(3급)             오창석
행정실장(4급)                 이양성
입법조사관(4급)             윤성민, 서기영, 김승묵, 김현중, 김대은
입법조사관(5급)              박철, 김용성, 임병화
입법조사관보(6급)          최형수
입법조사관보(7급)          류지호
실무관(7급)                     이진옥
실무관(8급)                     양창성, 장윤명, 홍선숙

소관기관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공정거래위원회,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한국소비자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정책금융공사, 기술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독립기념관, 88관광개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23개 연구기관


노대래 공정위원장 “완전한 호랑이 아니지만 발톱은 있다” 평가

특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개정 법률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담고 있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개정 법률안’,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줄이는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법률안’ 등을 통과시킨 것은 큰 수확이었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계열사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그동안 계속해서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던 사안이었다. 최근 ‘재벌닷컴’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까지 5년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인 30대 그룹 계열사가 총수와 그 일가에 배당한 금액이 총 4695억원에 달했다. 이 중 현대그룹의 정몽구 회장 일가가 계열사들로부터 챙긴 배당금이 무려 2456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그동안 배당금을 통해 얻은 수익금이 막대했던 만큼 재계에서도 이 법안의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무위 소속 의원실은 대기업들의 국회 출입 담당자들의 발걸음이 잦았다고 한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재계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본다”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의 지분이 있는 계열사로 한정하고, 규제 대상 거래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 또한 대기업 측의 입장을 고려해 합리적 선을 정하기 위한 조정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정 법률안은 부당지원을 한 기업과 함께 지원을 받은 기업도 함께 규제하도록 해 규제의 강도를 높였다. 정무위 소속 민병두 의원(민주당)은 이 법률안 통과에 관해 “내용과 실질은 반영하되, 형식만 양보하는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완전한 호랑이는 아니지만 발톱은 빼지 않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된 주요 경제민주화 법안이다. 이 법률안 역시 대선 이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던 것. 지난 2009년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가 4%에서 9%로 상향됐으나,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의 금융 사금고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면서 대선 이전부터 주요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거론돼 왔다. 은행권의 반발도 컸지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 여야가 큰 의견 차이 없이 통과시켰다고 한다.

2012년 10월1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앞줄 맨 왼쪽)을 비롯한 대기업 임원들이 출석해 증인으로 채택된 그룹 CEO들의 불참을 놓고 벌이는 여야 의원들의 논쟁을 듣고 있다.
2012년 10월1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앞줄 맨 왼쪽)을 비롯한 대기업 임원들이 출석해 증인으로 채택된 그룹 CEO들의 불참을 놓고 벌이는 여야 의원들의 논쟁을 듣고 있다.


신규순환출자 금지·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법 논쟁 중

정무위에는 아직 논의 중인 굵직굵직한 법안들도 많다.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비은행권 금융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등이 그것이다.

신규순환출자 문제에 관해서는 여야 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 국회 통과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여야 의원의 발의 법안 역시 수위에 차이가 있다.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해 남경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비해 다소 완화된 반면,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기존 순환출자도 3년 이내 해소하도록 하고 있어 강도에 차이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이전 기존 순환 출자분은 그대로 두고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최근 “신규 순환출자 금지에도 예외 조항을 두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각각의 의견차를 조율하는 과정이 쉽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 역시 여야 간에 이견이 있는 법안이다. 대주주적격성 심사의 도입 범위를 두고, 새누리당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이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여당이 재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 관련 법안만 4건이 정무위에 계류 중이라 법안의 세부 사안에 대한 조율을 거치려면 쉽게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은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사회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여야 모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대리점 거래 불공정 행위의 규제 방식을 두고 조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대리점 본사가 대리점 지역본부에 대한 연대책임까지 지도록 해 대리점 지역본부에 대해서도 규제하자는 입장이고, 새누리당은 품목별로 밀어내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근거 규정을 보완하자는 방침이다. 모든 대리점에 대해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 공정위에서도 이 법안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두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해온 상태다. 한편 정무위는 오는 9월 정기국회 이전까지 대부분의 경제민주화 공약들을 처리한다는 기본 방침을 갖고 있어 뜨거운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정무위 논의중인 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 기존 순환출자는 유지, 신규순환출자만 금지(새누리당)vs기존 순환출자도 3년 이내 해소(민주당)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 : 대주주적격성 심사 대상 도입 범위 축소(새누리당)vs제2금융권으로 확대(민주당)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 밀어내기에 대한 판단 규정 보완(새누리당)vs본사가 대리점 지역본부에 대한 연대책임(민주당)

● 정무위 주요 법안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한구 의원 대표발의) :
국세청 및 관세청에 대한 특정금융거래정보 제공 요건을 조세탈루혐의 확인을 위한 조사 업무뿐 아니라 조세·관세 체납자에 대한 징수업무까지 확대, 국세청·관세청에 제공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에 고액현금거래보고 정보를 포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민병두·정호준·김기식·이종훈 의원 대표발의) :
일감 몰아주기의 수혜기업과 총수일가에 각각 관련 매출액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일부개정법률안(김기식·김상민 의원 대표발의) :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주식보유한도를 9%에서 4%로 축소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진영·오제세·이상직 의원 등 대표발의) :
대기업의 기술유용행위 및 하도급 대금의 부당한 단가인하, 부당한 발주취소, 부당한 반품 행위에 대해 3배 범위 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성완종·박민식 의원 대표발의) :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금융회사 임원의 연봉 공개.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고 포상금 최고액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


Mini  Interview  |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

“창조경제 실현 위해 건설·조선분야 주력해야…”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안의 상당수를 다루고 있는 정무위는 여야의 쟁점사안이 많은 ‘시끌시끌한’ 상임위다. 1년여간 위원장을 맡아 정무위를 이끌어온 김정훈 의원은 “우리 상임위가 정치공방의 장이 되지 않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 토론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정책경쟁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김정훈 의원을 만나 정무위에서 논의 중인 주요 경제 법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 정무위원장으로 느끼는 고충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은 재계나 시민단체를 비롯해 하청업체, 대리점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돼 있고 국민의 관심과 기대도 높아서 위원장으로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많은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 정무위에서 통과된 법안 중 가장 의미가 있는 법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었다. 그동안 재벌들이 무분별하게 계열사를 확대해 골목 상권까지 침입하는 등 거대 공룡화가 되었고, 일부 재벌들은 자녀가 세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사실상 편법으로 상속행위를 하는 등 경제 정의감에 반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한 부의 이전을 차단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 중소기업도 공정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본다.

—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통과 이후 일각에서는 은행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국내 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입을 일정 규모 이상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산업자본을 은행으로 가져와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은행 스스로의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그동안 우리 은행들은 편하게 영업해오지 않았나. 앉아서 대출이자 많이 받고, 예금 이자는 조금 주면서 작년에 20조원 정도 흑자를 냈다. 기존 방식으로는 이자율이 1%로 떨어지면 은행이 적자를 본다. 우리 은행들도 투자 은행으로 빨리 전환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 상장회사 등기 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도 여론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 이재용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비등기 이사들이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 법안 외에도 금융회사의 모든 임원에 대한 개별 보수를 공시하도록 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안이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 중이고, 대주주를 비롯해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 및 집행임원의 개인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또 이번에 통과된 법안의 시행성과를 봐가면서 확대 도입 여부를 단계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 정무위에서 주력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창조경제란 다른 게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벤처기업 육성만을 강조하는데, 지금 수많은 회사들이 부도나고 있는 상황에 이제 인큐베이터에 있는 벤처기업을 어느 세월에 키워서 대한민국 경제를 먹여 살리겠는가. 지금 우리가 잘하는 조선, 건설 분야 같은 것을 해외로 내보내고 그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국내 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국내 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