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 위한 휴식형 소비트렌드가 증가하면서 농촌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갖가지 체험에 교과과정과 연계된 교육,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가볼 만한 강원·제주·경남·전남지역의 농촌마을을 농촌진흥청과 함께 뽑아봤다.
(좌) 아이들이 전남 순천의 잠실 주말농원에서 명주실 뽑기 체험을 하고 있다. (우) 강원 고성의 농가맛집 잿놀이의 한방문어닭
(좌) 아이들이 전남 순천의 잠실 주말농원에서 명주실 뽑기 체험을 하고 있다.
(우) 강원 고성의 농가맛집 잿놀이의 한방문어닭
아이들이 강원 횡성 에덴의 꿀벌학교에서 꿀벌 만지기 체험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강원 횡성 에덴의 꿀벌학교에서 꿀벌 만지기 체험을 하고 있다.

여름휴가는 휴식을 취하고, 가족 간의 정도 두텁게 하면서 이왕이면 아이들에겐 교육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농촌여행이 바로 그렇다. 농촌에서는 전통 놀이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농가맛집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농촌교육농장은 팍팍한 도시생활과 학원생활에 지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휴식과 배움을 같이할 수 있는 기회다.

강원

계곡의 맑은 물·시원한 바람 일품


강원도에서는 강릉 ‘소금강 장천마을’에서 물놀이와 소금강 트레킹, 전통방아 체험 등을 하고, 횡성 ‘에덴의 꿀벌학교’에서 꿀벌의 지혜를 배우고 양봉산물을 이용한 생필품 만들기를 할 수 있다. 또 고성 농가맛집에서는 종갓집 며느리의 손끝에서 재현된 화려하고 푸짐한 ‘잿놀이 밥상’을 맛볼 수 있다.

강릉 연곡면 장천마을은 폐교를 활용해 농촌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양떼 목장과 방아공원을 연계해 지난해에만 3만8000여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오대산을 따라 30리 긴 계곡을 흐르는 장천의 맑은 물과 소금강 등산로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마을에서 자연을 벗 삼아 물놀이, 소금강 트레킹을 하는 재미가 그만이다.

전통방아 체험과 함께 물놀이, 옥수수 따기나 감자 캐기 등 농사 체험, 양떼 돌보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전통방아 체험에서는 고대 갑돌에서 절구, 맷돌, 연자방아, 디딜방아, 현대의 분쇄기까지의 변천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양떼목장에서 양 먹이주기, 양털 깎기 등의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마을 앞 소나무 숲에는 삼산야영장, 근처에는 소금강 자동차 야영장이 있어 여름철 캠핑도 가능하다.

‘에덴의 꿀벌학교’에서는 신비로운 꿀벌의 세계와 꿀벌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자칭 일벌 선생님과 여왕벌 선생님이 운영하는 꿀벌학교는 꿀벌이 왜 소중한지 스스로 학습하도록 도움을 주는 공간이다. 꿀벌을 만져보고,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양봉 산물을 이용해 생필품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의 교과와 연계한 세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 고성의 농가맛집인 잿놀이의 대표 메뉴는 잿놀이 밥상과 한방문어닭이다. 지나가는 나그네와 농번기 일꾼의 고된 노동을 달래주는 ‘잿놀이 밥상’은 고려 말 사대부들의 상차림에 고성의 산, 들, 바다에서 나는 산물들이 더해져 풍성함을 자랑한다. 보양식인 한방문어닭은 문어가 통째로 들어있어 보는 재미도 있다. 가게 주인이 즉석에서 떡메로 쳐내 만든 전통인절미도 인기가 높다.

강원 소금강 장천마을의 맑은 계곡물에서 한 부녀가 쉬고 있다.
강원 소금강 장천마을의 맑은 계곡물에서 한 부녀가 쉬고 있다.
제주

제주만의 이색 체험·음식 맛보기 매력

제주에서는 친환경 채소 재배가 특징인 명도암 마을에서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하고, 세계 유일의 생태숲인 곶자왈을 체험하는 것이 필수코스다. 용왕난드르의 보말요리 등은 빼놓지 않고 먹어 봐야 할 제주 토속음식이다.

제주 봉개리의 명도암 마을은 제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지만 지나친 난개발을 막아 옛 모습과 전통,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한 것이 특징이다. 16개의 오름(기생화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맑은 물로도 유명하다. 멋진 풍광의 절물자연휴양림, 노루생태관찰원 등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참살이를 주제로 마을의 대표작목인 열무, 알타리, 배추 등을 이용한 김치담그기, 전통장류 체험이 대표적이다.

제주의 대표적인 생태학습공원인 ‘환상숲’은 제주에만 있는 세계 유일의 생태숲인 곶자왈에 있다. 곶자왈이란 제주도 말로 나무, 덩굴식물, 용암바위가 뒤섞여 있는 숲을 일컫는데 제주의 허파로 불린다. 3만㎡(9000평) 규모의 환상숲의 매력을 십분 즐기기 위해서는 체험이 필수다. 하루 6번 이뤄지는 숲 해설은 학생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암의 생성과정을 배우는 체험교실, 난초 등의 식물을 제주의 현무암에 올려 만드는 석부작 체험 등도 다른 곳에선 하기 힘든 체험이다.

한라산 청정촌은 제주 토종인 푸른콩만을 이용한 장류체험 코스로 유명하다. 어린 학생들에게 전통먹거리의 중요성과 건강 기능성을 알려주며 장 담그기 체험을 통해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제주를 여행하면서 프랑스 귤정원을 의미하는 오랑주리의 감귤밥상, 용왕난드르의 보말(고둥)요리, 이야기샘의 몸국(돼지뼈를 곤 국물에 모자반과 메밀가루를 넣고 끓인 토속음식)을 먹지 않았다면 헛걸음을 한 것이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생태학습공원인 환상숲 입구
제주도의 대표적인 생태학습공원인 환상숲 입구

경남

허브·편백나무 숲에서 스트레스 ‘싹’

경남에서는 밀양 꽃새미마을에서 허브를 이용한 만들기 체험을 하고, 통영의 ‘나폴리농원’ 편백나무 숲에서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릴 수 있다. 농가맛집인 밀양의 ‘가향’에선 밥이 보약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밀양의 꽃새미마을 한 가운데 있는 참샘주말농원 허브나라는 마치 동화 속의 숲속에서 나무로 지은 집들이 자리한 풍경과 함께 허브와 야생화의 향기가 오감을 자극하는 곳이다. 허브를 이용한 비누, 양초 등을 만들기도 매력적인 체험거리다.

마을에는 고가집, 거림농원, 백년가약, 흙촌 등 민박집도 많아 가족이 편안히 쉴 수 있다. 밤에는 시원한 원두막에서 수박도 지켜보고, 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이와 나만의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큰 재미다.

통영의 나폴리농원은 아토피, 비염, 천식, 스트레스를 편백나무 숲을 통해 치유하고자 하는 심신수련형 가족체험 학습공간이다. 9900㎡(약 3000평) 농장 내에는 면역력 증대를 위해 맨발로 편백 숲속에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조성돼 있다. 편백나무숲속체험은 편백나무의 피톤치드를 이용한 웰빙 음식 만들기와 편백족욕, 편백피부케어 등과 함께 비누, 가습기액, 해충퇴치제, 베개 등 편백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밀양의 가향은 일직손씨의 종부인 박형둘 대표가 시집온 이후 친정과 시가를 오가며 몸이 편찮은 이들을 위해 준비하던 약선음식이 맛집의 메뉴로 재탄생한 농가맛집이다. 가향의 상차림의 기본은 건강이다. 대표 메뉴인 약선정식은 보양밥, 약선수육, 대추냉채, 장아찌로 구성되는데, 장아찌는 대추, 사과, 민들레, 곰취 장아찌로 다양하다. 약선수육은 예약된 손님이 도착하기 1시간 전에 조리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집에서 직접 담근 각종 젓갈과 땅속에 묻힌 2년 넘은 김치에 각종 한약재가 들어가는 ‘땅속 김치전골’도 이 맛집의 이색 음식이다.

외국인들이 경남 통영 나폴리농원에서 숲체조를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경남 통영 나폴리농원에서 숲체조를 하고 있다.


전남

지역 특산물 이용한 음식 별미

전남에서는 해남 땅끝해뜰마을에서 일출과 일몰을 한 자리에서 보고, 순천의 ‘잠실 주말농원’에서 누에의 모든 것을 경험하며 배울 수 있다. 전남 신안 앞바다의 ‘꽃 피는 무화가’에서는 이곳 특산물을 이용한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바다를 향해 온몸을 여는 풍광이 그림 같은 해남 땅끝해뜰마을은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마을이다. 아침 일찍 도솔봉에 올라 일출의 장관을 보고, 오전에는 땅끝 관광지에서 남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를 만끽하는 것이 좋다. 오후에는 마을의 갯벌에서 굴, 게를 잡고 바지락을 캐는 경험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어둑해질 무렵에는 도솔봉에 올라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마을로 돌아와서는 소원을 적은 풍등을 바닷바람에 날리는 것은 덤이다.
순천의 잠실 주말농원에는 누에를 관찰하며 명주실 뽑기, 누에고치 부채 만들기, 누에고치 인형 만들기, 실크 천연염색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 뽕잎 밥, 뽕잎 인절미, 뽕잎 부침개 등도 맛볼 수 있다.

‘꽃 피는 무화가’는 전남 신안의 대표 특산물인 무화과, 전복, 낙지를 식재료로 이용한다. 가공하지 않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말린 무화과에 물엿과 복분자 효소를 넣어 만든 무화과 조림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무화과 돼지불고기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신안 바다의 해초와 전복을 넣은 전복해초돌솥밥과 낙지해물찜도 별미다.

전남 신안의 대표 특산물인 무화과, 전복, 낙지를 식재료로 이용한 꽃피는 무화가의 상차림
전남 신안의 대표 특산물인 무화과, 전복, 낙지를 식재료로 이용한 꽃피는 무화가의 상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