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열정은 대학생의 특권이다. 자유분방함과 상상력, 모험심 또한 그들의 무기다. 그 모든 것을 조화시켜 학생창업에 성공한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

딜라이트 보청기 시장의 판도를 뒤집다

딜라이트는 저소득층 난청인들에게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보청기를 보급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09년 가톨릭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정현 대표가 대학연합 동아리에서 만난 동지 두 명과 의기투합하면서 딜라이트의 도전이 시작됐다. 

창업 슬로건은 ‘돈이 없어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당시 국내 보청기 시장은 평균가격 200만원선의 제품들이 주류였다. 저소득층 난청인들이 선뜻 구입하기 어려울 만큼 가격이 비쌌다. 세 명의 대학생은 저렴하고 품질 좋은 보청기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직접 보청기 업체에 취업해 보청기의 원리와 제조기술 등을 배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 보청기 제품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발견했다. 고객 맞춤형 수작업 생산방식과 중간 유통단계 때문에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이었다.

이들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일일이 귓본을 채취해 평균값을 구했다. 그 결과 한국인에게 적합한 표준형 보청기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제조방식 혁신과 함께 유통구조도 개선함으로써 보청기 가격을 34만원으로 대폭 끌어내릴 수 있었다.

사회적·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딜라이트의 혁신적 보청기 사업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0년 서울시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중소기업청 기술창업 청년창업 부문 금상, 고용노동부 청년소셜벤처대회 대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또 2011년에는 국내 사회적기업 최초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난청인들의 호응 덕분에 사업실적도 큰 탄력을 받고 있다. 딜라이트는 2012년 42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60억~70억원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 대비 50%를 훨씬 웃도는 성장세다.

박준영 딜라이트 마케팅팀 주임은 “딜라이트 덕분에 기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던 보청기 업체들도 가격을 인하하면서 보청기의 시장 평균가격이 낮아졌다”며 “하지만 딜라이트는 꾸준한 혁신을 통해 여전히 다른 업체들보다 30~40% 저렴한 보청기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모트 공동 창업자 이흔태 팀장, 박희열 대표, 이준강 팀장(왼쪽부터)
모모트 공동 창업자 이흔태 팀장, 박희열 대표, 이준강 팀장(왼쪽부터)
모모트 국내 ‘페이퍼토이’ 문화의 개척자

모모트는 이른바 페이퍼토이(Paper Toy: 종이로 만든 장난감, 인형, 모형 등)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문화벤처기업이다. 호서대 시각디자인과 03학번 동기생인 박희열 대표, 이준강 총괄디자인팀장, 이흔태 디자인팀장 세 명이 대학교 4학년이던 2009년 공동 창업했다. 주목할 것은 모모트가 국내 최초로 페이퍼토이 문화를 개척해 나가고 있는 주역이라는 사실이다.

모모트 창업 동지들은 대학 시절 4년 내내 어울려 다니며 우정을 키운 단짝 친구들이다. 이들은 어느 날 학교 수업과제에서 영감을 얻어 페이퍼토이를 사업화하기로 의견을 모으게 됐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종이 인형을 3차원 입체 피규어로 만들면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문화상품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모모트의 시도는 큰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페이퍼토이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간파한 문화, 패션 분야 기업들이 잇달아 모모트와 손을 잡았다. 그 중에는 나이키, MCM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도 포함돼 있다. 모모트와 제휴 기업들의 협업 방식은 가령 나이키가 신제품을 출시하면 모모트는 그 제품을 상징하는 페이퍼토이를 제작해 마케팅 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식이다.

세계적인 만화영화제작사 디즈니, 마블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그들의 캐릭터를 토대로 한 페이퍼토이 제작·판매사업도 모모트의 핵심 비즈니스모델이다. 모모트가 유명 만화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든 페이퍼토이는 대형 유통업체를 거쳐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재 모모트는 고유의 페이퍼토이 포맷을 활용해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생활용품이나 팬시용품 등 각종 상품 개발은 물론 애니메이션 제작도 기획하고 있다. 나아가 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준강 총괄디자인팀장은 “모모트는 최근 일본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9월 도쿄에서 열리는 ‘기프트쇼’에 출품도 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미국과 홍콩에도 진출하기 위해 구체적인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
전해나 애드투페이퍼 대표


애드투페이퍼 무료 프린팅 서비스 시장 창출

대학생들은 학습자료나 과제물을 프린트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프린트 한 장을 출력하는 데는 50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가령 100장의 프린트가 필요하다면 5000원 정도를 내야 하는 셈이다. 대학생들의 가벼운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대학생들에게 무료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애드투페이퍼다. 애드투페이퍼는 고려대 조형학부에 다니던 전해나 대표가 2010년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전 대표는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창업강좌 ‘캠퍼스 CEO’를 수강하다가 무료 프린팅 서비스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대학생들의 확실한 수요가 있는 틈새시장이라는 판단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무료 프린팅을 제공하는 재원은 어디에서 충당할까. 그건 바로 프린트물 하단에 배너 형태의 기업 광고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애드투페이퍼의 무료 프린팅 서비스 사업구조는 간단하다. 애드투페이퍼 회원으로 가입한 대학생이 프린트물을 출력할 때 기업 광고를 함께 인쇄하면 무료 혜택을 부여한다. 대학생은 공짜 프린트를 할 수 있어 좋고, 광고주는 대학생이라는 광고대상에게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어 좋다.

애드투페이퍼가 등장하자 대학생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2011년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전국 20여개 대학과 업무제휴 계약을 맺은 데 이어 3만여명의 대학생 회원을 유치했다. 현재는 전국 64개 대학, 600여곳의 애드투페이퍼 전용공간에서 무료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학생 회원 수는 17만여명으로 불어났다. 애드투페이퍼를 통해 광고를 하는 기업들도 200여개사에 이른다. 삼성, LG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다수 망라돼 있다.

전해나 대표는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 온라인·모바일 광고 서비스도 출시했고, 앞으로는 프린팅을 넘어 20대 젊은이들의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