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에서 키워드는 과학기술, 창의성과 상상력, 정보기술(IT), 융합, 창업 등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3가지 창조경제 기업 사례를 살펴본다.

아이디스

아이디스 연구원들이 DVR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아이디스 연구원들이 DVR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 DVR 시장 우뚝 선 강소기업
아이디스는 디지털영상저장장치(Digital Video Recorder·DVR)를 생산하는 강소기업이다. DVR은 감시카메라가 촬영한 아날로그 영상을 디지털 정보로 전환해 압축·저장하는 폐쇄회로TV(CCTV) 영상감시·저장 시스템이다. 1997년 설립된 아이디스는 2000년대 초반 세계 DVR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신생 벤처기업이 불과 몇 년 만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아이디스는 ‘카이스트의 공부벌레들’이 만든 기업이다.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는 1995년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 도중에 미국 실리콘밸리로 연수를 갔다가 역동적인 벤처생태계에 감명을 받고는 창업을 결심했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에서 동문수학하던 동기 2명과 후배 2명도 뜻을 같이 했다.

아이디스의 창업 동지들은 1년에 걸쳐 사업 아이템을 연구했다.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대기업이 진출해 있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큰 시장이 존재하는 사업이 전제조건이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어느 날 CCTV가 눈에 확 들어왔다. CCTV는 웬만한 건물에는 다 설치될 만큼 잠재시장이 광범위하다. 게다가 당시 CCTV는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데다 녹화테이프를 자주 갈아 끼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아이디스 창업 동지들은 아날로그 CCTV 시스템을 디지털화한다면 큰 수요가 생길 것으로 확신했다. 이렇게 해서 사업 아이템이 DVR로 정해졌다.

얼마 후 첫 번째 DVR 제품 ‘IDR-1016’이 탄생했다. 녹화시간이 무려 1개월에 달하고 검색 기능까지 갖춘 혁신적 제품이었다. 아이디스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국내외 유수의 보안업체들이 아이디스 DVR 제품의 진가를 인정하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아이디스는 2002년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200대 베스트 중소기업에 선정될 만큼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아이디스는 DVR 제품의 성능개선에 더욱 집중했다. 연 매출의 10%는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다. 그러면서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현재 아이디스 DVR 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50%가 넘고 세계 시장점유율도 10%에 육박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몇 년 전 ‘사례로 보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대한상의는 아이디스에 대해 ‘창조적 기술(Creative Technology)’로 성공신화를 쓴 히든챔피언이라고 평가했다.

리뉴시스템

건축물 누수문제 신소재로 메우다
리뉴시스템은 건설용 신소재 전문업체다. 주력 분야는 건축물의 균열로 인한 누수 문제를 해결하는 방수재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건축물은 완공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축물의 균열과 누수가 오랜 골칫거리였다.

리뉴시스템은 이 대목에서 사업을 착안했다. 기존 건축기술의 한계점인 누수 문제를 해소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큰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1995년 서울산업대 건설산업과학연구소와 함께 산학협력 방식으로 새로운 방수재 연구개발에 나섰다.

이듬해 점착성과 유연성을 가진 신개념 방수재 개발에 드디어 성공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폐타이어와 폐고무를 원료로 삼아 리사이클링을 통해 신소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폐자원을 재활용해 새로운 혁신제품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창의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리뉴시스템은 이 신소재에 ‘터보씰(Turbo Seal)’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건축 구조물 방수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터보씰은 건축 구조물이 미세하게 움직이면 능동적으로 따라 움직이는 유동성을 지녔다. 그 때문에 구조물의 균열에 따른 손상 부위를 자가 복원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리뉴시스템이 개발한 방수재 기술들은 정부로부터 잇달아 신기술 지정을 받으며 혁신적 가치를 공인받았다. 나아가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점착 유연형 방수재의 국제표준(ISO TR 16475)으로 채택되는 기쁨을 누렸다.

리뉴시스템은 신개념 방수재 터보씰을 앞세워 활발하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부산지하철 정거장, 서울~용인고속도로 등 주요 공사 현장에 이미 터보씰이 채택된 바 있다. 또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등 해외 각지의 공사 현장에서도 잇달아 사업을 따내고 있다. 국내외 터보씰 시공계약 건수는 누적 기준으로 2000건이 넘었다.

리뉴시스템이 건축 구조물 방수재로 개발한 터보씰.
리뉴시스템이 건축 구조물 방수재로 개발한 터보씰.

사이람

소셜네트워크 분석 시장의 개척자
최근 빅데이터(Big Data)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른바 소셜네트워크 분석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분석이란 말 그대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오가는 방대한 정보들을 분석해 활용 가치를 뽑아내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회조사 기법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융합 기술인 셈이다. 현재 IBM,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도 소셜네트워크 분석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사이람은 토종 소셜네트워크 분석 업체 중에서도 선구자 격이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최초로 소셜네트워크 분석 프로그램 넷마이너(Net Miner)를 개발해 네이트의 관계관리 서비스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넷마이너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소셜네트워크 분석 소프트웨어로 데이터 변환, 네트워크 분석, 통계 분석, 네트워크 시각화 기능 등을 통합 제공하는 편리한 기능을 갖고 있다. 현재 넷마이너는 지식경영, 인문사회 분야 학술연구, 마케팅, 범죄수사 및 사기적발, 인터넷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사이람은 넷마이너 외에도 넷익스플로러(Net Explorer), 넷비즈(Net Viz) 등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이며 소셜네트워크 분석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넷익스플로러는 소셜네트워크 상의 복잡한 상호연결 관계를 탐색적·시각적으로 분석하는 기능을 통해 보험사기 및 범죄수사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이람의 솔루션은 현재 국내외 주요 기업 및 정부기관, 대학, 연구소 등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통합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업이 된다는 게 사이람의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