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은 국민들의 자발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에서 새마을운동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특히 마을기업은 지역을 기반으로 삼아 자발적으로 공동체적인 법인을 구성해 스스로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해 제2의 새마을운동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마을기업인 다들카페의 민영기 대표는 “카페가 생긴 후 동네 주민들이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기업인 다들카페의 민영기 대표는 “카페가 생긴 후 동네 주민들이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기업은 해체돼 가는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최대 2년간 8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마을기업은 전국적으로 780여곳에 달한다.

마을기업은 주민을 직원으로 고용해 일자리를 나누는가 하면, 주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주민주도형 마을단위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2동 마을기업인 ‘다들카페’는 직접 텃밭에서 키운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해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판매한다. 또 지역주민을 직원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성산2동주민센터 지하의 창고를 리모델링해 만든 카페는 주민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오다가다 카페에 들러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다들카페의 대표를 맡고 있는 민영기씨는 “카페가 생긴 후 동네 주민들이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소금을 파는 ‘솔트카페’도 성공한 마을기업으로 꼽힌다.
소금을 파는 ‘솔트카페’도 성공한 마을기업으로 꼽힌다.

지역 주민 소통의 장인 마을기업
다들카페 설립은 이수병 성산2동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주민들이 필요한 서류만 발급받고 바로 돌아가는 것을 본 이수병 동장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주민들에게 제안한 것이 계기였다. 마침 정부에서도 마을기업 설립을 지원하고 있었다.

마을기업 운영은 새마을부녀회에서 맡기로 했다. 두 팔을 걷어붙인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카페를 열기 전 전문가들로부터 자문과 관련 교육을 받는 등 준비는 철저했다. 회원들이 홍보에 앞장서면서 카페에 대한 입소문은 대번에 퍼졌다. 지난해에는 5000여명의 주민이 카페를 찾을 정도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이수병 동장은 “다들카페가 생긴 뒤에는 이곳에 모여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져 주민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졌다”고 말했다.

다들카페의 음악감상실은 이 지역의 명물로 떠올랐다. 음악감상실은 동네주민이 기증한 오디오 세트와 턴테이블, 레코드판 250장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지난해에는 지역 주민 중 한명을 DJ로 채용하기도 했다. 올해는 아직 DJ를 구하지 못해 김기석 주민자치위원장이 감상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들카페에는 민영기 대표 외에 동네 주민 중 채용한 2명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새마을부녀회원들도 여전히 카페를 돕고 있다. 회원들은 인근 텃밭과 경기도 고양시 신평동 일대 휴경지, 주민센터의 옥상 등지에서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 다들카페에 공급한다.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로 맛탕을 만들거나 친환경 재배로 키운 상추, 토마토 등은 샌드위치 재료로 쓰인다.

다들카페는 지역 주민을 통합하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에는 관내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유자차, 생강차 만들기 체험교실을 갖고 직접 만든 유자차를 판매했다. 그 수익금은 연말에 다문화가정이나 인근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됐다.

다들카페의 지난해 매출은 2400만원 가량. 비용을 제한 수익금은 관내 저소득층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산종합사회복지관,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기탁했다. 다양한 지역주민들과의 교류와 함께 이윤의 지역사회 환원에도 적극 나선 것이다.

민영기 대표는 “텃밭에서 재배한 농산품 판매, 작품 전시회 등을 통해 다들카페를 문화공간으로 가꿔 나갈 계획”이라며 “더 많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을기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성공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솔트카페’도 성공한 마을기업으로 꼽힌다. 염리동 새마을문고가 운영하는 솔트카페는 이름 그대로 소금을 파는 카페다. 카페에서는 일반 차류와 함께 천일염으로 맛을 낸 빵과 쿠키, 건강에 좋은 다양한 소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소금은 일반적으로 1~2회 정제해서 파는 소금과 달리 10~12회까지 불순물을 제거해 만든 것으로 품질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카페 한쪽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북카페로도 인기다.

솔트카페는 소금장수가 많이 살았던 염리동의 역사가 운영의 계기가 됐다. 마포구청에서 지역명에 착안, 마을기업 운영을 제안해 왔던 것. 주민자치위원이었던 이성재 새마을문고 회장과 주민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농어촌공사와 소금의 원산지인 고창군, 영광군, 무안군과의 협력으로 카페가 탄생하게 됐다. 카페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생긴 운영 수익금은 주민들의 문화기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경남 울산의 ‘두 바퀴의 세상’은 방치된 헌 자전거를 고쳐 필요한 시설에 전달하거나 일반인들에게 판매해 자원재활용과 자전거 타기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두 바퀴의 세상은 자전거 바퀴 펑크 수리 등 부품 정비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한다. 또 주택가 골목이나 아파트 단지 내 방치돼 있는 폐자전거를 수리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이들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기존의 새마을사업과 연관된다. 이 마을기업은 자전기타기 활성화를 위해 시작했던 자전거 무상수리센터에서 출발했다. 자전거 이용 수요는 늘어나는데 자전거 수리점이 부족한 것이 사업을 정착시킨 계기가 됐고 이는 마을기업까지 이어졌다.

회원들은 이를 확대시켜 주민 2명을 상근직원으로 채용했다. 수익금의 일부는 관내 소외계층을 위해 활용돼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마을기업은 자전거 외에도 재활용이 가능한 소형가전제품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의 ‘카페 가비’는 친환경 명소로 유명하다. 2011년 나눔과 순환가게라는 이름으로 운영돼 오다가 지난해 11월 주민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기 위해 ‘카페 가비’로 이름을 바꿨다. 카페에는 친환경 제품 판매장, 장난감 도서관, 녹색체험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친환경 판매장에서는 친환경 과자와 식품을 판매하고, 가정용 상자텃밭 가꾸기 용품, 원예용품, 새싹씨앗 등을 판매한다. 장난감 도서관에서는 연회비 3만원으로 회원가입을 하면 1년간 장난감과 도서를 대여할 수 있다. 녹색체험장은 가정용 상자텃밭 가꾸기와 유효 미생물로 재생비누 만들기 등 주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장이다. 현재 2명의 상근직원과 아르바이트직 2명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새마을운동 가치 이어가는 농협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농협도 새마을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농협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주체였다. 당시 잘 사는 농촌을 건설하자는 새마을운동은 농협과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농협은 정부와 공동으로 마을안길 넓히기·지붕개량 등을 추진했고, 1972년 새마을지도자연수원의 전신인 독농가연수원을 개원해 농촌지도자 양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은 농협을 통해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신토불이운동’,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통해 도농이 윈-윈 하자는 ‘농도불이운동’을 거쳐 ‘농촌사랑운동’으로 연결되고 있다.

2003년부터 농협이 중심이 돼 펼치고 있는 농촌사랑운동은 새로운 형태의 농업·농촌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촌사랑운동의 일환으로 추진된 1사1촌 자매결연에 참여한 기업체는 지난해 8500개를 돌파했다.

농협이 2006년 개원한 농촌사랑연수원에서 농촌사랑교육을 수료한 인원은 5만명에 육박한다. 연수원은 농촌마을 지도자와 주민에게는 마을 공동사업을 통한 지역 활성화와 소득증대방안, 도농교류 교육생에게는 농업·농촌 가치를 알려주는 교육을 한다.

농협은 그동안 지역경제의 중심축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지역공동체 복원이라는 새마을운동의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농협이 펼치고 있는 농촌 다문화가족에 대한 다양한 지원사업은 사회 구조의 변화에 발맞추고,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새마을운동의 핵심 정신을 새로운 환경에 맞춰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관건이 아니겠냐”며 “농협이 펼치는 각종 사업이 새로운 공동체 운동으로 평가받는 것은 ‘지역공동체 전체 삶의 질’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협이 농촌의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실질적이고 다양한 사업을 펼친 것은 2005년부터다. 2011년에는 다문화가족 지원확대를 선포하고 지원내용과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농협이 2006년 개원한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다문화 가족의 조기 정착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농협이 2006년 개원한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다문화 가족의 조기 정착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농협은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쉽게 적응하고,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농협의 다문화여성대학에서 이뤄지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은 한글과 한국 문화 이해 등의 교육을 펼친다. 또 가족 간 의사소통, 결혼이민여성 자녀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여성대학은 올해 20개 지역농협에서 400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농협중앙회는 결혼이민여성을 농업 후계 인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단계별 영농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령화된 농촌 인구구조에서 이민여성을 농업 인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농협은 농촌에 정착한 결혼이민여성들이 맞춤형 영농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단계를 기초농업교육, 1대 1 맞춤교육, 전문 농업실습으로 분류했다.

‘기초농업교육’과 ‘1대 1 맞춤교육’은 각각 6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전문 농업실습 교육’은 선도농가의 영농기법을 전수해 결혼이민여성을 전문농업인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협은 올해 ‘농업인 행복시대’를 기치로 내걸고 다문화가족에 대한 맞춤형 지원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다문화가족 통합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다문화가족 지원 전담창구 100개소를 개설해 전문기관과 연계한 법률, 의료,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위한 도서 보급활동, 친정부모 맺어주기와 이민여성의 모국 방문 사업도 꾸준히 실시하기로 했다.

농협은 2011년부터 다문화가정 자녀의 진학 재원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희망송아지’ 100마리를 전달했으며, 올해에도 100마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송아지는 예로부터 농가의 재산 목록 1호로 여겨져 왔다. 지금은 옛날같이 소 한 마리로 학자금을 전부 충당할 수는 없지만 작으나마 다문화가정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원한다는 것이 농협 측 설명이다.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은 ‘다문화가족 농촌정착지원사업’을 통해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1200명의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가족관계 증진, 한국문화와 결혼이민여성 국가의 문화 이해하기, 우리 농업·농촌 이해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