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스마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태풍 등 기상이변이나 계절에 상관없이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식물공장이 들어서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이용해 재배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첨단기술을 만난 농업이 이제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닌 미래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2011년 식물공장의 요소기술을 연구하고 실증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로서 건립한 식물공장 연구동
농촌진흥청이 2011년 식물공장의 요소기술을 연구하고 실증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로서 건립한 식물공장 연구동

공장이라고 하면 수없이 늘어선 기계장치와 수많은 근로자, 컨베이어벨트 등이 연상된다. 그렇다면 식물공장은? 자연인 식물과 인공의 공장처럼 어울리지 않은 결합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정말 잘 어울린다.

식물공장은 건물 내에서 빛과 온도·습도 등을 인위적으로 제어해 계절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작물을 재배하는 실내농장이다. 도심 한복판 등 어디에서나 건설이 가능하다. 기후나 해충의 영향에서 자유롭고, 토양오염의 우려도 없다.

특히 기존 토양 경작에 비해 생육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생산량은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건물의 층수만 높이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정한 식량수급문제와 부족한 경작지를 해결할 대안인 셈이다.

도심 속 고층빌딩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은 상상 속 얘기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대형 식물공장 건설이 활발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미 150여개 식물공장이 성업 중이다. 우리나라의 식물공장은 15개 정도다. 올해 시장 규모는 100억원 정도로 2014년 150억원, 2015년 345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진청이 식물공장 연구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2001~2004년에는 수평형 식물공장의 기본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2010년에는 남극 세종기지에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준공, 연구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했다.

2011년에는 식물공장의 요소기술을 연구하고 실증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로서 식물공장 연구동을 건립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고밀도 기술 집약형의 식물공장 기술개발로 한국 농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였다.

지난 4월5일 찾은 경기도 수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식물공장 연구동은 여느 건물과 같았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서자 완전히 달랐다. 1층부터 3층까지 천장이 뚫려 있는 한쪽에서는 상추 등이 자라는 재배베드가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식물들이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순환시켜 주는 것이다.

강창호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부장은 “수직형 재배시스템은 수평형에 비해 공간 활용도가 높다”며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평 재배보다 수확량을 3배 정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공장은 자연광과 발광다이오드(LED) 등 인공광원을 병행, 사용하고 있었다. 1층은 자연광을 이용하지만 2층과 3층은 폐쇄된 공간에서 인공광을 이용해 식물을 재배한다. 백색의 형광등과 보라색의 LED조명이 식물을 내리쬐고 있었다.

냉난방과 LED조명은 지열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 난방의 경우 석유 대비 70%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전기요금도 20%를 줄였다.

식물들이 자라는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균복을 입어야 하고, 센 바람으로 이물질 등을 털어주는 에어 샤워 시설을 거쳐야 한다. 재배공간이 그만큼 청정지대라는 얘기다. 강 부장은 “식물공장은 병충해로부터 안전해서 농약을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호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부장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식물공장 기술개발로 한국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강창호 농촌진흥청 농업공학부 부장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식물공장 기술개발로 한국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집 안방에서 시설 하우스 원격 제어
식물공장에서는 자동화시스템이 사람 손을 대신한다. 파종에서부터 육묘, 옮겨심기, 수확, 포장 등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이뤄진다. 물이나 작물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인 배양액은 필요한 양만큼 자동 공급된다.

이 식물공장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사무실에 앉아 카메라 영상을 통해 내·외부 환경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다.

이처럼 농업에 스마트 기기와 정보기술(IT) 등이 결합된 스마트 농업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비닐하우스를 설계할 때부터 스마트기기에 의한 원격시스템을 고려하면 시설 내부의 온도 조절, 환기, 영양공급 상태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제어할 수 있다.

시설하우스에서 피망을 재배하는 경남 진주의 김진식씨(34). 장시간 외출할 때면 혹시나 시설하우스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늘 걱정이 앞섰다. 또 평소에는 피망이 잘 자라는지 살펴보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설하우스를 찾곤 했다. 온도가 일정해야 하는 시설재배는 갑자기 정전이 되거나 난방기 등이 고장나면 한 해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의 김진식씨가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의 환경을 제어하고 있다.
경남 진주의 김진식씨가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의 환경을 제어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장시간 외출을 해도 안심이다. 평소 시설하우스를 찾는 일도 많이 줄었다. 기계 고장이나 정전, 온도 이상 시 스마트폰으로 메시지가 오고, 집이나 다른 곳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시설하우스의 환경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시설원예 원격 환경제어시스템’을 설치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비닐하우스의 온도, 습도, 햇빛의 양, 풍속, 이산화탄소 등 재배환경과 커튼이나 난방기 등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원격으로 손쉽게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첨단 설비다. 또 카메라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원격제어 시 오작동으로 인한 불안을 덜 수 있다.

특히 기존 제어시스템과 비교해 안전성을 대폭 높여 갑작스러운 정전 시 자동으로 24V의 비상 전원을 가동해 최소 핵심기기에 대한 제어가 가능하다. 또 천창·측창·커튼 등에 이상이 발생되면 이를 감지해 해당 장치의 전원을 차단하고, 작동을 멈춘다. 그리고 컴퓨터의 통신이 두절되거나 불안정할 때 원격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제어장치도 있다. 김씨는 이 시스템을 지난해 구축했다.

김씨는 “시설원예 원격 환경제어시스템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재배 환경과 장비의 작동상태를 수치와 영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농사짓는 것이 한결 편안해졌다” 말했다.

대학에서 전자통신을 전공하고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씨는 2003년 부친의 병환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200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는 물려받은 하우스에서 피망을 키우기 시작했다.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어엿한 농부가 된 그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첨단 시스템이 소득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Tip |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형 식물공장

경기도 스마트 식물공장 카타르 수출 가시화

우리나라 식물공장의 중동 수출길이 열렸다. 최근 경기도는 카타르 정부와 식물공장 공동연구와 수출을 위한 실무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지난 1월 경기도와 카타르 국립식량안보증진기구가 식물공장 공동 개발과 보급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경기도는 지난 3월 말 이재율 부지사를 단장을 한 대표단을 카타르에 보내 우리나라 식물공장과 농업기술 등을 설명하고 이번 합의를 이끌어냈다.

카타르로 수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경기도 스마트 식물공장’은 경기도 농업기술원과 LG CNS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첨단 IT와 로봇자동재배시스템, 신재생에너지를 융·복합한 통합시스템이다.

경기도와 카타르 정부 간 협상과는 별도로 도내 식물공장 상용화 기업인 고양 소재 베지텍스 또한 3월27일 카타르 왕족이 경영하는 알 아메디아(Al Ahmedia) 그룹과 식물공장 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알 아메디아 그룹의 알 미스나드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를 직접 방문, 식물공장에 관심을 표명했으며, 이때 경기도 소개로 베지텍스와 연결됐다.

중동지역은 고온 건조한 기후환경으로 인해 농산물의 자급률이 매우 낮아 기후에 관계없이 24시간 식물재배가 가능한 식물공장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채소를 대부분 수입하는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의 지역 특성상 전체 채소 소비량의 20% 정도를 식물공장에서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1000개 정도의 식물공장이 필요하다. 식물공장 1개당 약 100억원이 시설투자비로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시장 규모도 엄청나지만 경기도의 카타르 진출은 향후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 식물공장을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지난 1월 경기도와 카타르가 맺은 협약서에는 사막국가협력체를 통해 식물공장을 보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막국가협력체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국가는 물론 멕시코 등 전 세계 17개 국가가 가입돼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식물공장의 중동진출은 우리나라의 첨단 IT와 농업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쾌거”라며 “이번 수출이 그동안 식물공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엄청난 초기 투자비를 낮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도 대표단으로 카타르를 방문한 식물공장 상용화 기업 베지텍스가 지난 3월27일 카타르 왕족이 경영하는 알 아메디아 그룹과 식물공장 투자협력 MOU를 체결했다.
경기도 대표단으로 카타르를 방문한 식물공장 상용화 기업 베지텍스가 지난 3월27일 카타르 왕족이 경영하는 알 아메디아 그룹과 식물공장 투자협력 MOU를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