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화두다. ‘박근혜 정부’는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의 돌파구로 창조경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용어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지 않고, 추진방향도 제각각이다. <이코노미조선>이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을 찾은 것은 이 때문이다. 잘 나가던 대기업(삼성물산)을 박차고 나와 옥션을 창업해 성공신화를 쓴 ‘1세대 벤처기업인’인 이 회장으로부터 조언을 구하자는 의미에서다.

창조경제 파트너는 벤처
이 회장은 창조경영, 창조산업, 창조기술을 창조경제의 핵심개념으로 정의했다. 창조경영은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당면 문제를 푸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의 도크 없는 육상 건조 방식이 그 예다.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4년 현대중공업은 도크가 없어 대형 유조선을 더 이상 수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도크는 완성된 배를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대규모 웅덩이로 도크의 규모와 수가 조선업체의 건조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였다. 이 문제를 푼 것이 바로 육상 건조였다.

“도크에서만 배를 건조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우리나라는 조선강국이 될 수 없었어요. 이처럼 창조경영에서는 아이디어와 창조적 발상이 중요합니다. 꼭 기업 경영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인 셈이죠.”

그는 창조는 혁신과 진화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진화는 기존의 것을 잘하도록 육성하는 것이고, 혁신은 기존 방법과 다르게 하는 것이다. 반면 기존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 창조다.

창조경제의 두 번째 요소인 창조산업은 기술이 아닌 감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와 콘텐츠산업을 의미한다. “영국 GDP(국내총생산)의 8%는 산업에 문화적 창조성을 접목한 창조적 산업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창조경제를 주도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기술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어요.”

우리나라가 추격자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탈바꿈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세 번째 요소인 창조기술이다.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방법이 바로 창조기술입니다. 우리에게만 있는 기술로 차별화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1등만 살아남습니다. 1등이 되기 위해선 시장 지배적이거나, 유일하거나, 독특해야 합니다.”

창조경제를 구현할 파트너는 누구일까. 이 회장은 창조경영과 창조기술, 창조산업을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데는 대기업보다 벤처가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새로운 기회를 찾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찾기보다 기존 사업이 무너지지 않을까,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어요. 지금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그런 절박감도 없고요.”

하지만 벤처기업의 창업과 육성을 위해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 모델을 벤치마킹해 창조경제를 실현한다는 데 대해서는 “웃긴 얘기”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와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가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인텔이나 시스코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방편으로 M&A(인수·합병)를 주로 활용합니다. 일주일에 하나의 기업을 사들일 정도죠. 하지만 수직계열화 돼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주된 관심은 원가절감입니다. 대기업들은 협력업체의 이익률이 5%만 넘어가면 가격 후려치기에 나섭니다. 이런 구조로는 M&A가 활성화될 수 없어요. 이스라엘은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유대인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 지원이나 나스닥 상장, 글로벌 마케팅이 해결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코스닥 상장도 어렵잖아요.”

통일신라의 화랑 같은 젊은 창업가 육성해야
이 회장은 우리나라에 맞는 창업 모델로는 ‘히든 챔피언’ 형태를 꼽았다. 단순한 창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모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망 비즈니스 분야로는 에너지와 바이오를 꼽았다. 특히 의료기기 분야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새로운 주력부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아예 고객과 같이 개발하는 것이 낫겠죠.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확정되기 전까진 자신의 힘으로 버텨내야 합니다. 남의 돈을 잘못 썼다간 신용불량자가 되기 십상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한 기업가가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안 돼 있어요.”

정부의 역할은 분위기 메이커 정도로 봤다. 정부가 분위기만 만들면 싹은 저절로 틀 것이라는 얘기다. “벤처기업의 창업이나 육성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정부가 창업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지만 나아진 건 거의 없잖아요. 문제는 중소 벤처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제품을 시장에 판매하는 능력,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먼저 구축해야 됩니다.”

그는 이를 위해 창업보육센터를 대학보다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같은 산업 관련 협회나 벤처캐피탈협회에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 판매 네트워크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고, 선배 기업인을 멘토로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신라시대의 화랑이 전국을 돌며 고승(멘토)으로부터 화랑정신(기업가정신)을 배워 삼국통일에 앞장섰듯이 말이다.

이 회장은 “삼국시대 통일의 주축이 젊은 화랑이었듯이 우리 경제의 활력은 젊은 벤처 창업가로부터 나올 것”이라며 “기업가 정신이 없는 대기업보다는 중소 벤처기업 육성에 주력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금룡 회장은…
1952년생. 75년 성균관대 법률학과 졸. 95년 동국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2005년 광운대 경영대학원 박사. 77년 삼성물산 입사, 98년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 이사. 99년 옥션 대표. 2003년 이니시스 대표. 2006년~현재 코글로닷컴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