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은 잘 살아보자는 농촌재건·소득증대 운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돈 벌기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를 살려내기 위한 ‘나눔’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박종숙 경기 부천시 신곡본동 새마을부녀회장은 홀몸노인 이춘성씨를 찾아가 김치 등 밑반찬을 전달하고 말벗도 해 주고 있다.
박종숙 경기 부천시 신곡본동 새마을부녀회장은 홀몸노인 이춘성씨를 찾아가 김치 등 밑반찬을 전달하고 말벗도 해 주고 있다.

“가족과 마찬가지지요. 아무 연고도 없는 나를 유일하게 돌봐주니까요.”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신곡본동의 어느 반지하방에서 홀로 지내고 있는 이춘성씨(76). 박종숙 신곡본동 새마을부녀회장이 김치 등 밑반찬을 들고 찾아오자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2005년부터 혼자 살고 있다는 이씨는 “박 회장이 찾아와서 김치도 가져다주고, 말벗도 해 준다”면서 “그저 고마울 뿐이다”고 박 회장의 손을 꼭 잡았다.

한 달에 두 차례씩 찾아보거나 안부전화를 한다는 박 회장은 이씨와 같은 홀몸노인 15명과 1대 1 자매결연을 맺고 돌보미 역할을 하고 있다. 김치와 같은 밑반찬뿐 아니라 이불이나 옷 등 생필품도 챙겨준다. 이씨가 입고 있던 점퍼도 박 회장이 챙겨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기서 오래 살아서 노인분들의 어려운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 회장은 이씨가 백내장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천시 새마을회를 통해 무료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 회장은 20여년 전부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반찬 배달 봉사활동을 해 왔다. 7년 전부터는 음식점 규모를 줄였고, 최근에는 낮에는 가게를 아예 딸에게 맡기고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넉넉하지도 않은 형편에 그는 홀몸노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퍼주고 있었다.

부천시는 지난해 10월부터 홀몸노인 1만5000여명 중 1100여명의 노인을 수혜 대상자로 선정해 동단위의 새마을부녀회원들이 자원봉사 및 물품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가족 없이 혼자 살아가는 노인을 ‘독거노인’이라고 부르는데, 최근 이를 순화한 ‘홀몸노인’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박선주 부천시 새마을회 사무국장은 “혼자 살고 있는 노인 중 정기적으로 안전 확인이 필요한 분이나 정기적으로 방문이 필요한 분 등을 대상자로 선정했다”며 “홀몸노인을 이웃주민이 보살피는 주민참여 지역 복지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홀몸노인 돌봄 사업이 처음부터 잘된 것은 아니었다. 박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새마을부녀회원 중 절반 정도가 못하겠다고 했어요. 직장에 다니는 회원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죠.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다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을 했어요. 어르신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찾아가면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두 번, 세 번 찾아가니까 그제서야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시더군요. 3개월 정도가 지나자 입소문이 나면서 안정적으로 정착됐어요.”

강승호 경기도 사회복지담당관은 “이 사업은 지역주민의 직접적인 참여로 어르신의 고독사 예방과 함께 사회로부터 소외된 홀몸노인들을 공동체로 이끌어내 이웃과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고 말했다.

물질이 아닌 ‘사람의 정’을 지원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74세 이하 노인 자살률은 81.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의 노인 자살률은 지난 2000년 301명에서 2007년 850명, 2010년 110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정서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홀몸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고독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물질적인 지원만이 아닌 ‘정(情)’을 지원하는 홀몸노인 돌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의 공공 서비스에서 제외된 홀몸노인과 결연을 맺은 새마을회원이 한 달에 두 번 이상 직접 방문하거나 수시로 안부전화를 하면서 근황을 확인하는 등 가족 같은 역할을 한다. 건강, 주거, 안전, 우울이나 자살징후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한편 건강이 악화되거나 정서 불안 등의 문제가 생기면 전문기관과 연계해 이를 해결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단순한 음식전달이 아니라 노인들의 안부를 살피고 어려운 점을 도와주기 위한 활동인 셈이다.

NH농협은행은 2010년 5월부터 매월 직원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쌀·김치·방한용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010년 5월부터 매월 직원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쌀·김치·방한용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북부 6개 시·군(남양주, 포천, 양주, 동두천, 가평, 연천)에서 시범 운영됐으며, 올 4월부터 경기도 전 지역으로 확대 실시됐다. 지난해 1만984명이었던 결연 홀몸노인은 올해 29개 시·군의 1만2300여명으로 늘어났다.

박 회장과 같이 홀몸노인과 1대 1 자매결연을 맺은 새마을부녀회원은 5578명에 달한다.  ‘친척보다 더 가까운 이웃사촌’ 처럼 홀몸노인을 돌봐주는 지역 새마을부녀회의 역할은 외로움에 고통받던 노인들에게 그 어떤 지원금보다 더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이춘성씨는 “밑반찬을 챙겨주는 것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에 외로움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홀몸노인 돌봄 사업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지난해 9월 전국 176개 시·군·구에서 새마을부녀회원과 1만3812명의 홀몸노인 간 자매결연을 맺었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농업인의 복지와 농촌 발전’에 초점을 맞춘 나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농업인의 복지와 권익을 위해 의료지원,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전개하고,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로서의 농업인 보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의료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농협과 서울대병원은 지난 2006년 12월 전국 농촌지역을 순회하는 대규모 의료봉사를 통해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는 농촌의료지원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농협은 올해까지 총 86억원을 지원했으며, 서울대병원은 총 2193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68회에 걸친 농촌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진료 인원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총 9만7000여명에 달한다.

농협은 농촌지역 문화·복지 서비스의 체계적 지원을 위해 ‘농업인 행복버스’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 4월2일 발대식을 가졌다.
농협은 농촌지역 문화·복지 서비스의 체계적 지원을 위해 ‘농업인 행복버스’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 4월2일 발대식을 가졌다.

농협, 농촌·농민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까지 지원
지난 4월에는 관절전문 의료기관인 힘찬병원과 농촌지역의 노인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관절, 척추 질환에 취약한 농촌 지역민들을 위해 관절·척추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른 개인별 맞춤 치료가 제공된다. 특히 적외선치료기, 전자기장치료기 등 최신 물리치료 장비를 동원, 현장에서 직접 물리치료도 실시할 계획이다.

농협은 지난 4월 농촌지역 문화·복지 서비스의 체계적 지원을 위해 ‘농업인 행복버스’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농업인 행복버스는 의료봉사, 문화예술 공연, 무료 법률상담, 장수사진 촬영, 주거환경 개선, 일손돕기 등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농업인 문화·복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농협과 민간기관이 합동으로 실시하는 봉사 프로젝트다. 매월 1개 이상의 농촌지역 시·군을 선정해 올해 3만명 이상의 농업인에게 행복을 전파할 계획이다. 농협은 농업인 행복버스 출발을 시작으로 지역 환경에 맞는 문화·복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의 주요 계열사들도 사회적 약자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계열사들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축협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 취약계층인 농업인, 자생 협동조합인 농·축협과의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2010년 5월부터 펼치고 있는 ‘행복채움운동’은 NH농협은행의 대표적인 나눔활동이다. 매월 직원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쌀·김치·방한용품 등을 전달하고 있다. 임직원 재능기부 활동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잇는 ‘행복채움금융’도 특별하다. 행복채움금융은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금융거래 안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미있게 금융상식을 소개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금융거래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교육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농촌어르신 말벗 서비스’ 역시 농협은행만의 특화 서비스로 손꼽힌다. 이 서비스는 농촌에 홀로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681명을 대상으로 농협은행 고객지원센터 상담사가 매주 전화로 안부인사, 불편사항 확인 등 농촌 노인에게 따뜻한 말벗이 돼 주는 봉사활동이다.

말벗뿐 아니라 각종 생활정보와 금융사기 대응방법 등도 알려주고 있다. 또 지자체와 협조해 노인들의 불편사항은 관내 사회복지사에게 전달해 도움의 손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농촌에 홀로 남은 어르신들에게 정이 담긴 말벗이 돼 정서적 안정과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고객지원센터 상담사에게는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자긍심을 고취시켜 고품격의 고객상담 마인드 확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최근 통합 농협봉사단을 발족하고 평상시에는 사회공헌활동을 법인별, 사업부문별 자율적으로 자체 실시하되, 범농협 차원의 활동 시에는 전 임직원이 다함께 참여해 나눔과 상생의 문화를 적극 실천하기로 했다.

농촌의 동반자로서 나눔경영 실천 극대화
특히 지난 5월에는 전 임직원이 참여해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홀몸노인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과 함께 가족사랑 나누기, 주거환경개선, 시설방문봉사 등 자원봉사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실시했다.

그동안 농협은 문화복지·장학·다문화·의료법률·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농업인의 복지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농협은 농업·농촌 및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동행을 실천해 사회공헌 국내 금융권 1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진국 농협중앙회 농촌지원부장은 “통합 농협봉사단 결성을 계기로 농업·농촌의 동반자로서 나눔경영 실천을 극대화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