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연약재다. 무엇보다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학명인 파낙스 진생(Panax Ginseng)에서 파낙스는 ‘모든’이라는 뜻을 가진 ‘판(Pan)’과 ‘의약품’이라는 뜻의 ‘아옥스(Axos)’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만병통치약’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려인삼은 예로부터 효능이 뛰어나기로 유명해 필수 교역 품목으로 취급됐다. 인삼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고려인삼은 항암, 면역력 강화 효과를 가진 사포닌 종류가 30여종으로 미국산(14종), 중국산(15종)과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중에서도 개성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대표 인삼 생산지로 꼽히고 있다. 포천은 위도상 북한 개성과 비슷한 위치해 있어 토양 및 기후조건이 개성인삼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천에 협동조합 형태의 포천인삼영농조합이 결성된 것은 지난 2005년 무렵이다. 지역 인삼 농가가 주축이 된 포천인삼영농조합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경기도는 물론 국내를 대표하는 인삼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포천인삼에 대한 인지도는 낮다. 포천보다는 충남 금산, 인천 강화, 경북 풍기 등이 더 알려져 있다. 이대식 포천인삼영농조합 전무의 설명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최근 2년간 경기도 내 인삼 특성을 조사한 결과 우리 포천인삼으로 대표되는 경기도 인삼이 다른 지역 인삼보다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1.7배 이상 많이 함유돼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세노사이드가 바로 항암, 항산화 작용, 간 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사포닌이에요. 이 사포닌 성분은 절반 정도가 뿌리에 있는데 개성인삼과 같은 경기 이북 지역 인삼들은 몸통은 작은 대신 뿌리가 길기 때문에 사포닌 함유량 또한 이남 지역 것보다 훨씬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인삼 판로는 매우 제한적이다. 내수시장의 80% 이상을 KT&G가 확보하고 있고 포천인삼영농조합과 같은 500여개 지역 중소기업, 협동조합들이 나머지 20%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체제다. 포천인삼영농조합이 이 같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일찍부터 직시하고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포천인삼영농조합은 해외 매출이 절반에 이른다. 특히 북미에서 포천인삼영농조합의 위상은 KT&G 못지않다. 지난 200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공장시설과 인삼제품 15개 품목을 등록하면서 시작된 해외 판로는 현재 캐나다, 베트남 등지로 확대됐다. 포천인삼영농조합은 현재 미국에 1개 지사와 23개 대리점, 캐나다에 1개 지사, 20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인삼 관련 중소기업 중 미국 수출이 가장 많았던 것도 일찍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탓이다. 지난 2009년 미국 수출로 한해 24만달러 수출고를 기록한 포천인삼영농조합은 지난해 누적 수출액이 사상 처음 100만달러를 돌파했다.

포천인삼영농조합은 미국 FDA에 전 품목을 등록하는 등 북미 시장 수출에 적극적이다. 사진은 이대식 포천인삼영농조합 전무(왼쪽 두 번째)와 조합 관계자들.
포천인삼영농조합은 미국 FDA에 전 품목을 등록하는 등 북미 시장 수출에 적극적이다. 사진은 이대식 포천인삼영농조합 전무(왼쪽 두 번째)와 조합 관계자들.

한류 바람 타고 베트남 사람 입맛 사로 잡아
포천인삼영농조합이 해외시장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 내 매출이 성장하는 이유는 현지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우선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시장을 공력하기 위해 판매되는 모든 제품을 FDA에 등록했다. 등록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FDA의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투입되는 비용이 상당하다. 때문에 다른 중소기업은 주력 품목 몇 가지만 FDA 심의를 마친다. 반면 포천인삼영농조합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아울러 TV, 라디오와 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홍보에 주력했다. 물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의 판매고가 전체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포천인삼영농조합은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등지에 포천인삼만을 취급하는 총판을 운영 중이다. 이 전무는 베트남에서의 인기 비결을 한류와 연결지어 설명했다.

“맨 처음에는 베트남어로 포장지를 디자인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더군요. 그래서 다음번에는 한글로 디자인된 제품을 내놨죠. 그랬더니 판매가 급성장한 겁니다. 베트남에서는 한글이 곧 한류 열풍이고 한류 열풍 때문에 한국 제품은 프리미엄 제품 취급을 받고 있어요.”

반중(反中) 정서가 강한 것도 포천인삼 등 한국산 인삼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현지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제품은 홍삼 즙으로 만든 홍삼순액이다. 홍삼은 6년근 일반 삼(수삼)을 껍질을 벗기지 않고 증기에 쪄내 건조시켜 만든다. 물론 즙 색깔 역시 붉은 빛이 감도는 옅은 갈색이다.

현재 포천인삼영농조합의 한해 수확량은 약 50톤이다. 여기서 벌어들이는 한해 매출은 약 50억원이다. 포천인삼영농조합의 다음 공략 시장은 중국이다. 최근 중국은 막강한 화교 자금을 무기로 ‘타도 고려인삼’을 외치고 있다. 우리나라 인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저가 제품을 내세워 세계시장에서 인삼 종주국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 전무 역시 갈수록 중국의 도전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대식 전무는 중국 화기삼과의 품질 경쟁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대식 전무는 중국 화기삼과의 품질 경쟁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때 고려인삼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했지만 지금은 중국 본토 화기삼에 빌려 3%대로 추락한 홍콩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가(低價)에다 중국 인삼업자들이 “한국 인삼은 열이 나기 때문에 더운 체질이나 더운 지방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이상한 소문을 낸 통에 세계 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죠. 그런데 이 와중에 몇몇 중국 사람들은 개성과 위도가 비슷한 곳에 우리 인삼 종자를 심어 개성인삼으로 둔갑해 내다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우리 인삼업계에는 엄청난 위기가 다가올 겁니다.”

포천인삼영농조합은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이번에도 정공법을 준비 중이다. 추격해 오는 중국 업체들과 경쟁을 위해 중국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인삼 관련 산업을 보호하고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 인삼 수입을 제한해왔다. 그러나 포천인삼영농조합은 중국 현지 기업과의 합작 법인을 통해 중국 내 판로를 모색 중이다. 품질만 놓고 보면 분명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세계에서 인삼 관련 의약품을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가 어딘지 아십니까. 바로 인삼이 한 뿌리도 나지 않는 스위스예요. 중국이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것에 걱정하지 말고 우리는 스위스처럼 인삼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꾸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게 포천인삼이 세계 속에서 계속적으로 명성을 유지해나갈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